[5R 결산] 여자부,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 여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7-02-19 22:14:00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어느새 V-리그도 끝이 보인다. 각 팀들이 많게는 6경기, 적게는 5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현재 5라운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봤다.
1위 흥국생명 (5R 3승 2패) : 1위 굳건히 지켜낸 흥국생명, 이대로 우승까지?
KGC인삼공사를 물리치며 5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흥국생명. 4라운드의 기세를 이어나가며 4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다소 주춤했다. 패배보다 승리가 많지만 아쉬움이 짙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에게 덜미를 붙잡히며 승점을 쌓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건설을 3-1로 물리치며 다행히 승점 3점을 확보, 선두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박미희 감독은 "귀중한 승점 3점을 땄다"고 말하며 "지난 경기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선수들이 불안해 할까봐 걱정했는데 어려운 고비를 잘 넘어갔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좀 더 생겼으면 한다. 팀 선수들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라고 전했다.
1위 자리를 지켜가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IBK기업은행이 선전하며 승점 1점차로 쫓기게 된 것. 그리고 오는 25일 선두 수성의 최대 분수령이 될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있다.
박미희 감독은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을 관리하고 상대를 준비할 여유가 조금은 있어서 다행이다. 그동안 쉴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2008~2009시즌 챔프전 우승을 거둔 이후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흥국생명. 과연 올 시즌에는 우승의 기쁨을 안을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남은 경기는 단 6경기다.
2위 IBK기업은행 (5R 5승) : 정규리그 우승 경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의 기세가 매섭다. 5라운드를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더군다나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셧아웃 승을 거머쥐었다. 현대건설전도 단 한 세트만을 내줬을 뿐이다. 5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승점 15점을 챙겼다. 그러는 사이 선두 흥국생명과의 승점을 1점으로 좁혔다.
이정철 감독은 비 득점 포지션에 주목했다. “리베로 남지연이 위치 선정을 잘해주고 있고 세터 이고은도 경기를 치르면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 여기에 리쉘, 박정아, 김희진이 이끄는 삼각편대도 공격을 이끌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바. 그는 “공격수들 역시도 제 컨디션을 찾았다”라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특히 이고은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5라운드다. 주전 세터 김사니가 부상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고 있음에도 IBK기업은행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던 건 이고은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 최근 5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경기를 거듭하면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5라운드 첫 경기 현대건설전에서 세트 당 12.750개의 세트를 기록한 그는 마지막 경기였던 GS칼텍스전에서는 14.667개를 공격수들에게 정확히 배달했다. 라운드별로 살펴봐도 1라운드 세트 당 4.667개에서 5라운드에는 13.375개를 성공시켰다.
우승 가능성에 초록불이 켜진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오는 25일 있을 흥국생명전을 주목했다. “흥국생명전 승점 3점은 5-6점을 딴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5라운드의 좋은 흐름을 6라운드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도록 하겠다.” 과연 IBK기업은행이 이 리듬을 라운드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위 현대건설 (5R 1승 4패) : 위태로운 3위, 아슬아슬해진 봄 배구 행
4라운드를 2승 3패로 마무리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현대건설. 5라운드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지난 8일 GS칼텍스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가까스로 4연패를 끊어냈다. 경기 후 양철호 감독은 “지난 25일이 250일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럴 것이 지난 달 14일 승리 이후 거둔 첫 승이었다. 기자들에게 “분위기 전환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겠냐”고 물을 정도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던 양철호 감독이다.
하지만 그 승리가 5라운드 유일한 승리가 됐다. 지난 14일 흥국생명전은 두고두고 아쉬울 뿐이다. 결과론적이지만 3세트를 잡았다면 승부의 향방 역시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 3세트 24-22까지 앞서 있었지만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신연경의 서브가 연이어 득점이 되며 동점을 허락했고 결국 듀스에서 점수를 연거푸 빼앗기며 세트를 내줬다. 그리고 4세트 19-25로 무너지며 패배를 떠안았다.
현대건설의 평균 공격성공률은 36.32%. 하지만 5라운드에서는 평균 34.78%에 그쳤다. 블로킹과 서브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다. 33.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배구는 25점에 먼저 도달하는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 창이 무뎌지면 그만큼 승리도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현대건설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현대건설 천하를 만들었지만 올 시즌은 봄 배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4위 KGC인삼공사와의 승점 차는 불과 1점. 6라운드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행이 좌우되는 만큼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현대건설이다.
4위 KGC인삼공사 (5R 1승 4패) : 매서웠던 돌풍은 어디로
현대건설이 3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4위 KGC인삼공사 역시 5라운드 부진했기 때문. 단 한 경기 승리하는데 그쳤다. 앞선 라운드에서 4승 1패를 거뒀던 것과 분명 비교된다.
무엇보다 레프트에서 교체할 선수가 없다. 그간 KGC인삼공사는 장영은, 최수빈, 김진희, 지민경 등이 번갈아 투입됐다. 하지만 부상으로 이탈자가 생기며 선수 로테이션에서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장영은과 최수빈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김진희와 지민경으로 버텨야 했지만 쉽지 않았다.
5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도로공사전에서 패한 서남원 감독은 “(지)민경이와 (김)진희가 흔들리면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거기서 올라갈 수 있는 흐름이 끊어졌다”라며 “집중력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끝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실력이다”라고 말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고비가 찾아온다. 부상이라는 최대 난관을 만난 KGC인삼공사. 봄배구에 가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6라운드가 더욱 중요해졌다.
5위 GS칼텍스 (5R 2승 3패) : 점점 사라져가는 희망의 불씨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를 잡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마침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도 승점획득에 실패하며 꺼져가던 봄 배구라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던 GS칼텍스디. 차상현 감독 역시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라며 순위 싸움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에게 발목을 붙잡혔다. 승점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어 가진 도로공사전 역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내주며 승점 1점에 그쳤다. 위안이라면 두 경기에서 승점을 얻었지만 갈 길 바쁜 GS칼텍스에게 승점 한 점의 아쉬움은 짙었다.
그리고 IBK기업은행전에서는 이마저도 실패했다. 0-3의 완패를 당한 것. 서브(4-5)와 블로킹(2-9)모두 열세를 면치 못했다. 3세트 한 때 7점차까지 뒤졌지만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간 것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집중력 싸움에서 밀렸다.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힘에서 밀렸다.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실력으로 진 것 같다. 상대 삼각편대의 집중력이 오늘처럼 좋다면 10번 붙어 10번 모두 질 것 같다”라며 완패를 인정했다.
3연패에 빠진 GS칼텍스. “리시브하고 수비에서 그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라고 진단한 차상현 감독은 “남은 5경기는 더 신경쓰고 고민해 준비를 잘해보도록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6위 한국도로공사 (5R 3승 2패) : 도로공사, 태풍의 눈 될까
4라운드까지 단 4승에 그쳤던 도로공사. 하지만 5라운드 약진했다. 무려 시즌 승수에 버금가는 3승을 거둔 것. 5라운드 막판에는 갈 길 바쁜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에게 승리를 거두며 고춧가루 부대로 거듭난 도로공사다.
승리를 거뒀던 최근 2경기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대부분의 지표가 상승했다. 우선 시즌 평균 35.48%였던 성공률은 평균 37.6%로 끌어올려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선수들의 활약이 고루 이어졌다는 것. GS칼텍스전에서는 헐리, 정대영, 배유나, 고예림 등 4명의 선수들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KGC인삼공사는 이 선수들에 더해 문정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무려 5명의 선수가 승리에 힘을 더했다.
KGC인삼공사전 승리 후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잘했다. (이)효희가 잘했다. 볼 분배 면에서 운영을 잘했다. (정)대영이와 (배)유나 센터진도 잘했고, (하)혜진이가 들어가서 수비와 블로킹을 잘해줬다. 헐리도 블로킹 가담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봄 배구와 일찌감치 멀어졌지만 시즌 막판 도로공사가 태풍의 눈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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