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R 결산] 4파전 된 여자부, 봄배구 향방도 안개 속으로
- 여자프로배구 / 정고은 / 2017-01-25 00:58:00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철옹성 같던 3강 구도가 무너졌다. KGC인삼공사가 경쟁 구도에 도전장을 던진 것. 이제 4파전이 됐다. 리그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는 순위다툼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에 빠진 V-리그. 각 팀들의 4라운드를 돌아봤다.
1위 흥국생명 (4R 4승 1패) : 꽃길 위 불어 닥친 부상 태풍
지난 1월 17일 열렸던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 이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중요했다. 경기 결과에 따라 1위 자리를 유지하느냐 넘겨주느냐가 달렸기 때문. 그 결과가 주는 긴장감만큼이나 세트는 줄곧 치열했다. 하지만 그 끝에 웃은 건 흥국생명이었다. 4세트 23-23에서 러브와 김수지가 연이어 득점을 올리며 세트스코어 3-1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미희 감독의 표정도 밝았다. 무엇보다 주전 세터 조송화의 결장 속에 김재영이 버텨준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에 앞서 박미희 감독은 “훈련 도중 조송화가 왼쪽 무릎 십자인대부상을 당해 출전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김재영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잇몸’이 잘 버텨주며 승점 3점을 확보한 흥국생명이다.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던 박미희 감독.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가진 도로공사전에서 토종 에이스 이재영이 부상당한 것. 경기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지르며 전치 2주를 진단받았다.
순식간에 이재영, 조송화라는 주전 2명을 잃게 된 흥국생명. 5라운드 2-3경기 정도 결장이 유력한 가운데 흥국생명의 고민도 깊어졌다. 잇몸들이 잘 버텨준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존재감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24일 기준 이재영은 득점 6위, 공격 종합 8위, 리시브 1위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결정력을 가지고 있는 이재영이기에 공백이 아쉽기만 하다. 조송화 역시도 올 시즌 부상에서 일어나 세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한층 안정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때에 다시금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4라운드를 4승 1패로 마무리했지만 웃을 수 없던 흥국생명이다.
2위 IBK기업은행 (4R 3승 2패) : 선수들의 불안감, 주춤했던 성적표
순위표 2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5, 6위 GS칼텍스와 도로공사에게 덜미를 잡힌 IBK기업은행. 승점을 쌓을 수 있는 경기들을 내준 것이 뼈아프다. 선두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도 7점으로 벌어졌다.
무엇보다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의 불안감을 언급했다. “경기에서의 불안감이 너무 크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경기하면서 여유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뭘 해야 할지 너무 모르니까 답답하다.”
여기에 김사니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 허리 부상에 이어 지난 흥국생명전에서는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며 코트를 벗어났다. 팀의 고참으로서, 세터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김사니가 빠지자 팀도 흔들렸다. 이정철 감독도 "사니만 뛰었어도 안정감을 가지고 갔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 두 라운드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올 시즌 털어버리고자 했던 IBK기업은행. 남은 라운드가 더 중요해졌다.
3위 현대건설 (4R 2승 3패) : 위태로운 3위 수성, 아-기복이여
3위 자리가 위태롭다. 지켜내고는 있지만 어느새 4위와의 승점 차는 단 1점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서 4라운드 성적이 더 아프다.
양철호 감독은 선수들의 근성과 책임의식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우리 선수들은 기복이 너무 심하다. 전체적으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선수들의 책임의식이 부족하다. 선수들이 1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악착같이 하려는 마음이 없다.”
그의 지적대로 현대건설은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승리할 때와 패했을 때 기록 차이가 뚜렷하다. 선수들 득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주득점원인 에밀리와 양효진, 황연주의 4라운드 평균 득점을 살펴보면 승리 시에는 에밀리 22득점, 양효진 20득점, 황연주가 13.5득점을 책임졌다. 하지만 패한 날은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득점이 저조했다. 에밀리는 평균 16.3득점, 양효진은 평균 10.6점, 황연주는 11.6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현대건설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범실. 6개 팀 가운데 GS칼텍스(42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범실을 올리고 있는 현대건설(377개)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4라운드 5경기 중 상대보다 범실이 더 적었던 도로공사(14-18)전과 GS칼텍스(26-32)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의 목표가 플레이오프 진출은 아닐 터. 하지만 기복과 범실을 줄이지 않는다면 이제 3위 자리도 위험해질 수 있다.
4위 KGC인삼공사 (4R 4승 1패) : ‘성큼’ 가까워진 봄의 향기
KGC인삼공사의 기세가 참으로 매섭다. 4위에 올라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달라진 KGC인삼공사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지만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이 4라운드 주춤한 틈을 타 이제는 봄 배구까지 노리고 있다.
4라운드 첫 경기였던 IBK기업은행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공격과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알레나와 김해란에 더해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없었던 국내선수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김진희가 최근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21경기에 나서 63득점을 올렸던 그는 11경기를 소화한 현재 벌써 6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층 높아진 PO진출 가능성. 하지만 서남원 감독은 말을 아꼈다. "마음 속 목표는 분명 업그레이드 됐지만 선수들에겐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한 경기만 보고 갈 것이다. 매 경기 몰두하는 게 맞다."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선수들이 이제 주눅 들지 않는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질 것 같지 않다. 개인 면면으로는 뒤질지 모른다. 하지만 팀워크는 이루어졌다"라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다. 과연 KGC인삼공사가 판도를 뒤집고 봄 배구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위 GS칼텍스 (4R 2승 3패) & 6위 도로공사 (4R 5패) : 멀어져 버린 PO
두 라운드가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봄 배구와 멀어진 GS칼텍스와 도로공사. 이제는 그들만의 목표를 세우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GS칼텍스. 차상현 감독 부임 이후 8경기 중 3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과는 별개로 팀은 달라졌다는 평가다. 차상현 감독은 팀워크를 언급했다. “혼자 몸이 안 좋아서 연습을 대충한다든가 하는 팀워크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용서 안하는 편이다. 그대신 연습 시간은 되도록 두 시간 반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집중력을 가지고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점 이후 집중력에서는 여전한 고민을 안고 있다. 차상현 감독은 “결과론적이지만 20점 이후 한 두개를 해주면 강팀이 되는데 이 부분에서 고민이다.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가 우리가 가진 숙제다”라고 전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는 김종민 감독의 어깨는 유난히 지쳐보인다. 그럴 것이 팀이 현재 4승 16패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 김종민 감독은 “많이 지다 보니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졌다”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특별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강해져야 한다. 남은 시즌 최대한 이기는 방법을 쓰되, 어린 선수들도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닌 경기에 부딪히도록 하겠다”라고 남은 라운드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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