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뷰] 배구, 스포츠 넘어 재미있는 문화 컨텐츠로 만들자…구자준 KOVO 총재
- 매거진 / 김동준 국장 / 2017-01-18 14:19:00
한국배구연맹(KOVO) 구자준 총재는 매사가 명쾌했다. 지난 2012년 11월 프로스포츠 경기조작 사건으로 어수선하던 때, 위기에 빠진 KOVO호에 구조를 맡은 선장으로 승선해 모든 것을 수습했다. 2014년 7월부터는 새로운 4대총재로 연임에 성공했다. 구 총재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식축구 야구 농구 등에 해박했다. 물론 배구는 십 수년간 구단주로 활동했고, 실제로 마라톤 풀코스를 여러 차례 완주한 마니아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탐험가 고 박영석 대장이 꾸린 원정대와 탐험대 대장을 10차례 맡기도 했다.
“배구의 매력은 수직성에 있습니다. 높이 뛰어오르는 모습에 아름다움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배구는 역설적으로 야구처럼 단절성이 있어 마케팅 차원에서 프로로 적합한 종목입니다”라고 밝히는 구 총재와 가진 인터뷰는 구랍 12월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 총재실에서 이뤄졌다.
Q 새해가 밝았습니다. 배구 팬들과 배구선수 및 관계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2017년 정유년을 맞이하여 배구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배구팬 여러분 그리고 배구인 및 관계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소망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한국배구연맹도 프로배구가 팬들로부터 더욱 사랑 받는 스포츠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Q 사랑 받는 동계 스포츠로 프로배구가 벌써 13시즌째를 지나고 있습니다. 총재님은 프로배구 출범부터 쭉 지켜 보셨고, 3기 집행부로 프로배구 운용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신 점은?
A 지난 재임기간 동안 연맹 재정 안정화, 신생팀 창단, 유소년 배구 인프라 구축 등 프로배구 기틀을 다지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프로배구라는 컨텐츠의 고급화와 팬 서비스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경기가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경기 외적으로 수준 높은 TV중계 시스템, 인포그래픽, 다양한 배구컨텐츠 히스토리 발굴, 구단의 팬서비스 강화 등 연맹과 구단 등 모든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서 컨텐츠 개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구도 물론 재미있어야 하지만 이제는 배구장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배구장을 찾아주시는 관중들에게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으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도록 연맹과 각 구단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유소년 배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지원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단 및 대학, 고교 등 현장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만 연고를 중심으로 한 구단의 유소년 클럽팀 운영, 드래프트를 통한 학교지원금 분배를 초등학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소년 배구교실에 연간 5억 5천만 원을 투입하여 33개 학교 약 9천여 명 학생에게 배구의 재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이는 미래 프로배구의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우리 배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Q 배구 시청률이 높아지며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관중수도 눈에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배구가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10~20대 팬층을 더 끌어 들여야하는 데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요?
A 프로배구가 태동한지 13번째 시즌이 되었는데요. 경기장에 가보셔서 느끼셨겠지만 이제는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10~20대 팬층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구단들도 이에 맞는 스타마케팅과 이벤트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연맹은 미디어를 통해 프로배구를 접하는 10~20대 배구팬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연맹은 배구라는 컨텐츠의 고급화와 다양화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10~20대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방법 자체가 저희 세대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문자 중심의 컨텐츠 소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현재는 그래픽과 영상에 기반을 둔 컨텐츠 소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짧은 순간에 임팩트 있게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경기분석 및 인포그랙픽, 영상컨텐츠 등을 더 많이 제작하여 포털이나 SNS를 통해 유통시키고 있으며, 또한 적극적인 스타마케팅과 SNS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부터 남녀부 경기일정이 분리되면서 각 구단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각 구단들은 구단 특성에 맞는 MD상품의 개발, 팬들을 찾아가는 서비스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Q 팬들은 1월 22일 예정인 올스타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농구도 같은 날 열립니다.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살짝 귀띔해주세요.
A 저희는 경기 일정을 지난 시즌에 확정을 해서 구단들에게 발표를 하기 때문에 농구와 올스타전이 같은 날 열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공교롭게 일정이 겹치게 된 것에 대해서 당황스럽기도 한데요. 농구는 농구대로 매력이 있고 배구는 배구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배구특별시인 천안시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올스타전은 “#INVITATION 0122”라는 컨셉으로 그 동안 성원해 주신 팬들을 올스타 선수들이 초청하여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배구팬 여러분께서는 올스타전이 열리는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많이 찾아주셔서 우리 선수들과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Q 지난해는 올림픽이 있었습니다. 프로선수가 주축이 된 여자대표팀이 거국적 성원을 받았습니다. 배구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총재님도 많이 아쉬웠을 것으로 봅니다.
A 네. 배구연맹 식구들도 다 같이 응원했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다른 배구 강국에 비해 열악한 배구인프라와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얻은 성과이기 때문에 더 많이 박수 쳐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고민이 많습니다. V-리그 인기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국가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꾸준한 유망주 발굴이 이루어지고 아울러 프로배구 선수에 맞는 국가대표 지원 시스템 마련될 수 있도록 연맹과 대한민국배구협회 및 각 구단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 나갈 것입니다. 배구팬 여러분들께서도 국가대표팀에게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Q 개인적 느낌으로 프로선수들이 고령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철저한 개인 관리로 선수생명을 늘려가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만, 신선한 맛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배구코트에 생기를 불어넣을 묘안은 없을까요?
A 요즘 방신봉 윤봉우 등 노장 선수들의 활약이 부각되어서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광인 최홍석 이민규 송명근 등 새로운 스타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며 이재영 이다영 황택의 지민경 등 신인급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소년 배구선수들이 운동을 하는 환경이 열악해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맹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소년 배구에 더 투자하여 유망주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유소년 팀들이 더 안정적으로 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금 제도를 개편하고 있으며 지원금이 보다 더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각 구단 및 초중고 연맹과 적극적인 협의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금 당장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열매를 잘 맺는다면 프로배구의 미래는 지금보다 한층 더 발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남자배구 제8구단 창단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현재 남자팀이 홀수로 운용되는 것도 어색하고요.
A 그 부분은 연맹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도 남자부가 8개팀이 되기를 정말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구체화된 부분은 없지만 창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구단이 창단된다면 경기일정, 연고지역 광역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며 이를 통해 V-리그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Q 풀뿌리 배구 육성을 위해 수 년간 투자해온 연맹의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운동장에 담배꽁초가 너저분하고, 금연캠페인을 벌여야 할 정도였던 어느 초등학교는 학내 폭력이 사라지고 교내가 밝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 벌인 육성사업을 평가해주세요.
A 연맹에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 지원금으로 추진해온 유소년 배구교실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구는 종목의 특성상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입니다. 팀으로 협동하며 누군가는 리시브 디그를 해줘야 하고 볼을 올려야만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동해야만 득점을 낼 수 있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면서 왕따나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데 좋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2월 10~11일에도 배구교실 학생들이 참가한 제9회 KOVO컵 유소년 배구대회가 있었습니다. 총 34개 학교 약 550명 학생들이 참가하여 그 동안 배운 배구실력을 뽐내며 즐기는 대회였습니다. 고무적인 부분은 참가학생이나 인솔 교사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가족 친지들이 함께하여 응원하고 같이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배구를 배우는 학생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배구 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관련 사업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일부에서는 배구저변 확대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엘리트 학원스포츠에 지원이 우선 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연맹에서 유소년 엘리트 선수 육성에는 업무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많을 텐데요. 현재 진행중인 유소년 배구교실 사업과 엘리트 유소년 육성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은 없으신지요?
A 서두에도 말씀 드렸지만 장기적으로 유소년배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지원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모든 초·중·고·대학들이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드래프트를 통한 학교지원금 분배를 초등학교 중심으로 개편하여 가장 기초가 되는 초등학교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프로팀 연고를 중심으로 한 클럽팀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V-리그 우승팀이 엘리트 유소년 대회 타이틀스폰서로 참여하는 것도 최근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소년 배구교실을 통한 육성 사업은 이를 통해 아이들을 선수로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아닙니다. 유소년 배구교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배구라는 종목의 재미를 알리고 스포츠맨십을 가르쳐서 이 아이들이 자라나 건강한 사회 구성원과 배구팬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배구에 재미와 흥미를 느낀 아이들 가운데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발굴된다면 금상첨화인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2012년에 시작된 유소년 배구교실을 통해서 엘리트 선수로 등록된 학생들이 현재까지 약 80명이 넘습니다. 이 수치가 절대로 작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더스파이크>가 창간 1년을 막 지났습니다. 배구전문지를 표방했지만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더스파이크> 방향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A 우선 지난 1년간 배구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주신 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히스토리 발굴과 스토리텔링으로 배구가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더 많이 알려주시길 바라고, 저희 프로배구 선수들이 더 부각될 수 있는 좋은 컨텐츠들을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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