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에서 왔니? 이재영X이다영 쌍둥이 자매

매거진 / 최원영 / 2016-12-31 11:33:00
  • 카카오톡 보내기

기쁨 두 배, 행복 두 배, 심지어 말썽도 두 배? 2014~2015 V-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재영과 이다영. ‘재롱 One! 다롱 Two! 인터뷰 시작합니다’라며 손발이 척척 맞는다. 아옹다옹 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깊은 쌍둥이. 함께이기에 더욱 빛나는 그들을 만나봤다.




SPIKE0011201.jpg



제1장. 왁자지껄 말썽 ‘둥이’ 탄생


쌍둥이가 흔치 않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예쁨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재영 쌍둥이라서 더 튀었죠. 다들 예뻐해 주셨어요. 근데 저희가 어렸을 때 진짜 별났거든요. 떡잎부터 달랐어요. 주위에서 “얘네는 무조건 운동 시켜야 돼”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다영 전북 익산에서 ‘모현동 쌍둥이’하면 다 알았어요. 워낙 유명했거든요. 항상 둘이 체육대회 나가서 1등을 휩쓸었어요. 운동신경이 워낙 좋아서요. 달리기에서는 빠진 적이 없어요. 장난 아니었죠.



5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라 어릴 때는 무척 싸웠겠어요.
재영 지금도 싸우고 왔어요. 둘이 라면 끓여 먹고 왔거든요. 어릴 때는 거의 칼부림이었죠. 다영이는 한 번 화나면 기본적으로 20대씩 때려요. 제가 언니라 다 참아줘요. 그러다 하도 짜증나서 한 대 때린 적이 있었는데 다영이가 죽을 뻔 했어요.
다영 저는 앞뒤 안 가리고 엄청 때려요. 하루는 재영이가 주먹으로 제 가슴을 팍 때렸는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거예요. 침이 줄줄 나올 정도였어요.
재영 그때 이후로 ‘아 내가 때리면 다영이는 큰일나겠구나’ 싶어 더 참아요. 싸우면 제가 이기죠. 항상 져주는 거예요. 대신 다영이는 말을 진짜 잘해요. 제가 말할 틈을 안 주기도 하고, 너무 유치해서 제 말문이 막혀요.



어쨌든 재영 선수가 언니, 다영 선수가 동생이잖아요. 그래도 친구처럼 지내죠?
다영 나이가 같으니까 언니라고 하기는 좀 그래요.
재영 다영이는 뭐 필요할 때만 ‘언니~~’하고 애교를 부려요. 평소에는 한 번도 저를 언니라고 부른 적 없어요. 주로 자기 불리할 때 나오죠. 그래도 제가 많이 예뻐해 줘요.
다영 맞아요. 재영이가 저 진짜 잘 챙겨줘요. 제가 뭐 달라고 하면 다 주고요.


SPIKE0021201.jpg



두 분 다 끼도 많고 애교 넘치는 성격인 듯 해요.
재영 다영이 애교가 진짜 최고예요. 저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에요. 다영이가 장난기도 더 심해요. 저보다 철이 좀 덜 들었어요. 생각하는 것도 아직 애기 같아요. 나이가 어려도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어른스러워지는데 다영이는 아직 덜 힘든가 봐요.
다영 야 혼날래? 나 아직 애지~ 그리고 내가 너보다 더 힘들어. 나 생각 없다 이거야? 참나.
재영 그리고 저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스타일인데 다영이는 일단 일을 저지르고 고민하는 스타일이에요. 이건 솔직히 인정하잖아.
다영 맞아. 내가 왜 그랬지?
재영 그래서 철부지인 거야 네가.
다영 얘가 이렇게 맞을 짓만 골라서 해요.



특별히 서로를 부르는 애칭도 있나요?
다영 재롱이 다롱이는 별명 같은 거예요. 저희는 쌍둥이라서 서로 “둥아~” 이렇게 불러요. 다들 그게 귀엽다고 하시더라고요.
재영 얼굴은 안 귀여운데.
다영 넌 오늘 끝나고 보자?


SPIKE0031201.jpg



제2장. 우애 넘치는 사랑 ‘둥이’의 성장



20대가 됐는데 뭔가 달라지는 게 있던가요?
재영 없더라고요. 다 똑같아요. 근데 다영이는 놀 때 30대처럼 놀아요.
다영 얘는 시체예요. 잘 일어나지도 않고 안 씻어요. 이틀 동안 가만히 누워있어요. 머리나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르는데도요.
재영 잠시만요. 카메라 끄고 갈게요. 야, 이러면 팬들이 오해해. 우리 서로 공격하지 말자. 저 잘 씻어요. 제가 냄새에 정말 예민하거든요. 향수나 바디로션 등을 좋아해요.
다영 저는 옷이랑 화장품이요. 특히 옷에 진짜 관심이 많아요.



식성이 비슷해야 같이 다니기도 좋을 텐데요. 입맛이 잘 맞는지 궁금해요.
다영 얘는 돼지예요. 잠들 때까지 먹어요.
재영 잠시만요, 다영아!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때린다.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경기 끝나면 진이 다 빠져서 밥을 잘 못 먹어요. 그래서 식사시간 지나고 나중에 먹어요. 둘이 식성은 비슷해요. 음식 한 가지에 꽂히면 집착하는 것도 똑같고요. 예전에는 둘 다 곱창에 빠져서 일주일 내내 곱창만 먹은 적도 있어요.
다영 아침에 일어나서 빵을 8개 먹어본 적도 있어요. 식탐이 아예 없는 편인데도요. 입이 너무 짧아서 요만큼밖에 안 먹어요. 배부른 상태에서 운동하면 집중이 잘 안 돼서 그런 것도 있어요. 속이 안 좋고 쓰려서요. 근데 한 번 먹으면 폭식해요. 사실 몸에 진짜 안 좋은 습관이거든요. 일주일 동안 참다가 하루에 다 먹은 적도 있어요. 치킨 한 마리는 기본이고요, 햄버거는 세 개까지 먹을 수 있어요.
재영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고르기 힘들어요. 곱창, 닭발, 돼지껍데기, 떡갈비, 떡볶이 등 다 맛있어요. 피자나 햄버거는 안 좋아해요. 저는 관리를 철저히 해요. 경기 직전에는 잘 안 먹고요. 군것질도 웬만하면 줄이려고 해요.


SPIKE0061201.jpg



‘내가 이것만큼은 더 낫다’라고 한 가지만 자신 있게 밝혀주세요.
재영 코랑 눈이요. 제가 더 나아요.
다영 그럼 저는 얼굴이요. 내가 이겼다. 그리고 눈은 내가 더 커. 재영이는 눈이 처졌어요. 누가 보면 우는 줄 알아요. 얼굴도 넓죽해요. 넙치! 머리카락으로 가려서 그렇지 잘 보면 태평양이에요.
재영 이목구비는 제가 더 뚜렷해요. 다영이는 눈 코 입이 다 멀리 떨어져 있어요. 사이가 별로 안 좋아요.
다영 아니거든? 몸매는 제가 나아요. 저는 상체보다 하체에 근육이 더 많은 편이고요.
재영 인정해요. 다영이 몸매가 진짜 예뻐요. 대신 저보다 근육이 없어요. 저는 공격수잖아요. 당연히 다영이가 더 날씬하죠.


이번 시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두분 다 본인이 연락을 먼저 하는 편이라고 했어요. 진실은 무엇인가요?
재영 이건 진짜 해명이 필요해요. 다영아 너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말해봐.
다영 얘는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해요. 아침에 메시지 보내면 저녁에 답장 오고요. 그 다음날 올 때도 있어요.
재영 다영이는 갑자기 자기 사진 몇 장 보내고 뭐가 나은지 골라달라고 해요. 그게 다예요.
다영 너도 그러잖아. “다영아 내 사진 올려줘~”라고 하잖아.
재영 둘 다 똑같네요. 그냥 서로 필요할 때 연락하는 사이로 해주세요. 다영이랑 잘 안 만나요. 만날 때마다 싸워서 “다시 만나지 말자”라고 하고 각자 갈 길 가요. 사실 소속 팀이 달라서 시간 맞추기 어려운 게 크죠.


SPIKE0051201.jpg


쌍둥이라 텔레파시가 통할 때도 있겠죠? 2015~2016시즌 초반에는 이틀 차이로 왼쪽 발목을 다치기도 했는데요.
다영 자주 그래요. 통화하다 제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했는데 재영이도 갑자기 그렇다고 하고요. 제가 아팠던 부위랑 똑같은 곳을 재영이가 다치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재영이가 무릎이 안 좋았는데 저도 그 부분이 아팠어요. 기분까지 통하진 않아요. 감정 기복이 너무 커서 비슷할 수가 없어요.
재영 그래서 한 명이 아프다고 하면 다른 한 명은 긴장해요. 언제 같은 곳에 부상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옛날부터 재영 선수는 단발, 다영 선수는 장발을 선호한 것 같아요. 익숙해서 그런 걸까요?
재영 머리를 길러본 적이 있었는데 저한테는 짧은 게 더 어울리더라고요. 운동할 때만큼은요. 팬들도 단발을 좋아해주고요. 그래서 종종 마음을 다스리거나 정리하고 싶을 때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요.
다영 이번 시즌 들어와서 저도 단발머리를 했잖아요. 계속 후회했어요. 다들 긴 머리가 더 낫다고 해서요.
재영 난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은데? 둘 다 단발이니까 더 닮아 보이죠? 다영이가 머리 길었을 때는 쌍둥이가 아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 스타일을 유지했으면 해요. 비슷해 보이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쌍둥이니까 뭐든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다영 그래도 전 긴머리로 돌아갈 거예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둘 다 웨이브 해보자고 했어요. 근데 재영이가 자기는 파워풀한 배구를 하는데 저는 ‘예쁜 배구’를 한다고 인터뷰 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연락해서 욕했어요. 재영이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는 거예요.
재영 그게 안 좋게 들려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에요. 운동할 때는 자기를 다 내려놓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였어요. 김연경 언니도 파이팅 할 때 박력 있게 하잖아요. 그게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근데 기사에는 약간 다른 의미로 나간 것 같더라고요. 다영이가 저한테 연락해서 뭐라고 하길래 저도 열 받아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엄마 이다영 또 왜 저래?” 그랬죠.
다영 맨날 일러요, 쟤는.
재영 엄마는 제 편이에요. 왜냐면 다영이가 하도 말썽꾸러기여서요.


SPIKE0101201.jpg



제3장. 코트 위 재간 ‘둥이’로 변신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면서요. 포지션은 그때부터 달랐어요? 서로 역할을 바꿔서 해보면 어떨까요?
재영 배구 시작할 때부터 공격수였어요. 중학생 때는 미들 블로커도 해봤어요. 그래서 지금도 속공 시도하면 잘 때릴 수 있어요. 외발 공격 빼고는 다 가능해요. 팀에서 종종 세터 연습도 해보거든요. 그럼 선생님들이 전부 “너는 세터 하면 큰일난다. 절대 안 된다”라고 하세요. 못 해서요. 공격수다 보니 자꾸 공을 제가 때리려고 하더라고요.
다영 공격수는 싫어요. 비교적 몸이 자주 아픈 포지션이잖아요. 저는 부상에 무척 민감해요. 팀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도 뛰긴 하지만요. 공격 연습을 자주하고 투입됐으면 감이 있으니까 더 잘했을 텐데 아쉬워요. 타이밍이 잘 안 맞더라고요. 선명여고 때는 제가 재영이보다 공격을 잘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근데 공격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에요. 약해서요.
재영 다영이가 원래 공격 능력이 좋아요. 저는 프로에 와서 공격 실력이 더 늘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다영이는 세터도 잘하지만 공격수여도 괜찮았을 듯 해요.


로에서는 소속 팀이 달라 맞대결도 해요. 둘 다 배구를 하니까 비교 당하는 경우도 많았을 듯 한데요.
재영 웬만하면 다영이 쪽으로 공격을 안 해요. 막히면 얄밉잖아요. 다영이가 블로킹 뜨면 맞춰 때리는 식으로 해요. 다영이는 저한테 서브 목적타를 많이 치는데 저는 로테이션상 못 넣어요. 주위에서 자주 물어봐요. 서로가 잘되면 배 아프지 않냐고요. 다영이가 잘 되는데 제가 왜 기분이 나빠야 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다영 아예 신경 안 써요. 재영이가 배구를 잘하면 당연히 박수 쳐주고 싶은 거 아니에요? 가족이 잘되면 얼마나 좋은데요.



초·중·고 시절 내내 함께 운동했어요. 프로에서도 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진 않은가요?
재영 다 그런 이야기 정말 많이 해요. 하지만 말하기 조심스럽죠.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영 같은 팀에서 지내다 보면 싸우기도 하겠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철이 들어서 괜찮을 거예요. 저는 꼭 재영이랑 다시 붙어 지내고 싶어요. 같이 뛰고 싶어요.
재영 설마 싸우겠어? 싸우지 말자. 너 감당하기 힘들다.



재영 선수는 2013년 무릎 연골이 손상되고 이듬해에는 왼쪽 발목을 다쳤어요. 올 시즌 초반에도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걱정됐는데요.
재영 매 시즌 안 아픈 적이 없었어요. 작년에는 족저근막염과 발목 때문에 고생을 진짜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아킬레스건, 어깨, 무릎이 안 좋아요. 제가 잘 참는 편인데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요. 심각하게 아플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병원 갈 때마다 운동 그만해야 된다고, 이제 못 한다고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죠. 아무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는 ‘염증 덩어리’예요. 염증을 달고 살아요. 제 남자친구죠.



징크스도 많다면서요.
재영 진짜 심해요. (김)수지 언니가 잘 알아요. 경기 때 자주 신는 신발도 있고요.
다영 재영아, 그런 미신은 믿으면 안 돼. 전 징크스는 하나도 없어요. 대신 운동 나갔을 때 딱 느껴지는 건 있어요. 이상하게 피로가 몰려오고 기분이 안 좋으면 그날은 잘 안 돼요. 조금 피곤해도 기분이 좋으면 잘 풀리고요. 몸풀 때 공 던져서 주고 받잖아요. 가끔 공이 손에 착착 감길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진짜 잘 되죠.
재영 맞아요. 그리고 저는 경기 전에 누가 건들면 안 돼요. 예민한 편이어서요.
다영 신기하다. 난 그런 거 없는데. 앞으로 재영이 열 받게 해야겠다.



다영 선수도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힘들었잖아요.
다영 학생 때부터 아팠어요. 2014~2015시즌 후반에는 결국 시즌아웃 됐죠. 그때 운동을 6개월 정도 쉬었어요. 계속 누워있거나 가벼운 재활만 했어요. 근육이 다 빠지더라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밥을 거의 안 먹었더니 체중도 많이 줄었죠. 요즘은 그래도 괜찮아요. 허리는 안 아파요. 무릎이 살짝 안 좋은 정도예요.


서로 선물도 자주 해준다면서요?
다영 올해 올림픽 때 재영이가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배구를 그만두고 싶다”라고 하더라고요. 몸이 많이 안 좋다 길래 괜찮은지 연락해봤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때도 재영이 힘내라고 신발하고 안마기를 사줬어요.
재영 근데 그 안마기는 고장 나있었어요. 다영이가 사준 신발도 신으면경기에서 지더라고요. 반전이죠? 그래서 아예 안 신어요. 장식해놨어요. 아, 저도 선물해준 거 있어요.
다영 재영이가 리우 올림픽 때 브라질에 다녀왔잖아요. 가방이랑 신발을 사준다는 거예요. 처음엔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진짜 샀다고 하길래 ‘어머 재영이가 웬일이지’하고 내심 기대했어요. 근데 받고 보니까 브라질 국기가 아주 크게 그려진 신발 주머니랑 여름용 샌들이더라고요.



어머니 김경희 씨가 1988 서울올림픽 때 여자배구 대표팀 세터였어요. 가족끼리 서로 배구에 대한 조언도 해주나요?
재영 엄마가 경기 끝나면 전화로 얘기를 많이 해줘요. 이긴 날에도요.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건 괜찮은데 배구 기술 등에 대해 지적하면 솔직히 스트레스 받아요. 차라리 엄마가 우리 팀 코치님이 돼서 말해주면 괜찮을 텐데요. 팀 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제가 잘 못 견뎌요.
다영 재영이는 제 볼 처리에 대해 얘기해주는데 저는 말 안 해요. 사람이 안 될 때 못한다고 다그치면 더 안 되거든요. 재영이가 부진할 때는 더 잘할 수 있다고, 열심히 하라고만 해요.
재영 저는 다영이한테 가감 없이 말해요. ‘이단 연결 때 공이 너무 빠른 거 아니냐’, ‘볼 끝이 죽는다’ 이런 식으로요. 제가 세터 출신은 아니지만 공을 때려본 공격수 입장에서 어떤 볼이 좋고 나쁜지 알잖아요. 그런 부분을 말해주고 싶은 거죠.


SPIKE0041201.jpg



두 선수 다 인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팬들 관심과 사랑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텐데요.
재영 사실 선수가 항상 잘할 순 없잖아요. 어쩌다 한 번 못하면 후 폭풍이 거세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오히려 그게 저한테 도움이 됐는지 정신력이 강해졌어요. 그래도 제 기사나 댓글을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다영 팬인 척 하고 뒷담화를 하며 상처 주신 분도 있었어요. 사람관계가 참 힘들어요. 댓글은 다 읽어요. 속앓이를 하죠.



서로가 있어 배구를 하는 데 큰 힘이 될 듯해요. 마지막으로 그 동안 하고 싶지만 못 했던 말을 한 마디씩 해볼까요?
재영 우선 다영아, 이제는 정신 좀 차려. 장난이고요. 제가 예전에 다영이한테 그랬어요. 네가 성공하는 모습 꼭 보고 싶다고요. 다영이가 사람들한테 박수도 많이 받고, ‘대한민국 최고 세터’라는 말을 들었으면 해요. 이 말이 이뤄져서 둘 다 지금보다 훨씬 성공하는 날 다시 인터뷰 해주세요. 저희가 같이 정상에 섰을 때요.


다영 재영이는 항상 “한 번 사는 인생 진짜 눈부시게 살고 싶다”라고 해요. 나중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은퇴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친구들 중에는 재영이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후배들도 있을 거예요. ‘제2 이재영’을 꿈꾸는 선수들이 많아지도록 재영이가 더 잘되길 바라요. 멋지게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BEHIND]


이재영-다영은 발 사이즈가 265mm로 같다. 이날 이재영은 구두, 이다영은 운동화를 신고 왔다. 촬영에 들어가자 의상에 맞게 신발을 바꿔 신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옷도 나눠 입는다고 한다.



[SIDE STORY] 우리는 배구가족! 다 함께 파이팅!


이재영-다영은 어려서부터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났다고 한다.


아버지 이주형 씨(52)와 어머니 김경희 씨(50)가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니 무얼 더 따지랴. 아버지는 육상(투해머) 전공이고, 어머니는 배구, 그것도 세터 출신이다. 아버지 이주형은 현재 익산시청 육상팀 감독을 맡고 있다.


SPIKE0071201.jpg


김경희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배구를 시작했고 마산 제일여중-여고를 거쳐 효성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1984년 국가대표를 시작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 주전 세터로 출전했다. 성적이 하위권이라 지금도 당시를 기억하고 싶지 않단다. 그러나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관해서는 목소리에 신명이 묻어난다.


이창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일본을 3-0으로 셧아웃 시켰고, 결승전에서 중국에 3-1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며 자랑한다. 중국에 한 세트를 따낸 것만도 잘한 것이고, 특히 일본에는 절대 우위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세운다.



이-김 커플은 태릉선수촌에서 자연스럽게 만났고, 1992년 결혼과 함께 전북 익산에 자리를 잡았다. 운동선수 커플이라 집안은 온통 선수 투성이다.


큰 딸(22)은 호원대 펜싱선수이다. 둘째로 태어난 애들이 바로 쌍둥이다. 재영-다영 쌍둥이는 어려서부터 몸놀림이 남달랐다고 한다. 또래들 보다 월등했다. 아버지는 육상을, 엄마는 배구를 우겼다. 재영이는 힘이 좋아 육상 투척종목을 했어도 괜찮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엄마의 승리. 그럼 공격수와 세터로 결정한 것은 무엇일까?



“재영이는 아빠를 닮아 그런지 어깨가 넓고, 힘이 장사예요. 그에 견줘 다영이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땡글땡글하고 야무지고, 똘똘했어요”라고 포지션을 결정한 이야기를 밝혔다.


이렇게 까발려도 괜찮겠냐고 묻자 “애들도 다 아는 이야기에요”라며 웃는다. 특히 다영이는 오른손잡이였지만, 세터를 위해 운동은 왼손으로 시켰다고 한다. 배구 생활을 위해 쌍둥이를 경남 진주로 떠나보낼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쌍둥이 둘이 나란히 프로구단에 1, 2순위로 지명되었을 때는 천하를 얻은 듯 기뻤다고 한다.


재영이 소속팀 박미희 감독은 김경희 씨와 함께 대표생활을 한 2년 선배. 마음도 든든하단다.


배구가족으로 한 가지 더.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아들(14)도 익산 남성중에서 배구선수로 꿈을 키우고 있다.



엄마로서 쌍둥이에게 바라는 마지막 당부는? “다치지 않고, 좋아하는 배구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어요.”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