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유니폼 번호에 얽힌 이야기

매거진 / 정고은 / 2016-10-30 22:57:00
  • 카카오톡 보내기

유니폼 번호는 선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이름. 그러나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번호는 제한적이다. 현 프로팀들은 연차가 높은 선수들이 먼저 유니폼 번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연차가 낮은 선수들은 원치 않는 번호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미 있는 번호들이 있게 마련이다. 번호에는 어떤 사연과 표정이 담겨 있을까? 배구선수 유니폼 번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본다.


160221현대캐피탈-한국전력shk149.jpg


리베로라면 5번


축구에서 슈퍼스타는 대개 10번 또는 11번을 단다. 펠레, 마라도나, 메시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10번을 달았다. 야구에서는 대부분 투수가 11번 포수는 22번을 단다. 배구에도 그런 번호가 있을까?


현재 KOVO(한국배구연맹)에 등록된 유니폼 넘버를 통계내보니 리베로 포지션인 선수가 5번을 채택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KGC인삼공사 김해란, GS칼텍스 나현정, 현대건설 박혜미, 흥국생명 한지현, 삼성화재 부용찬, 현대캐피탈 여오현, 한국전력 오재성 등 7명에 달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리베로 포지션은 5번이나 8번을 많이 다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롤모델처럼 되고 싶어요


GS칼텍스 강소휘는 15번이었던 번호를 올해 10번으로 변경했다. 강소휘는 김연경(페네르바체)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학창시절부터 줄곧 10번을 달았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에는 10번을 차지할 수 없었다. 같은 팀 소속이던 배유나(현 한국도로공사)가 10번 등번호를 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배유나가 FA로 이적하면서 원하던 10번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건설 리베로 박혜미 역시 롤 모델인 김해란을 닮고 싶어서 김해란과 같은 번호(5번)를 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송림고 2년생 김지한은 같은 학교 졸업생 송명근(OK저축은행) 같은 선수가 되라며 감독이 1번을 추천했다고 한다. 송명근은 프로에 와서도 1번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선수들이 롤모델과 같은 번호를 쓰려고 한다.


KimYeonkoung10ofKoreacelebrate.jpg


처음 하던 번호가 좋다


강소휘가 롤모델로 꼽은 김연경은 무슨 이유로 10번을 하게 되었을까? 본인에게 10번을 쓰는 의미가 있는지 묻자, 특별한 뜻 없이 고등학교 때 10번을 해서 그때부터 쭉 10번을 쓰고 있는데 계속 쓰다 보니 좋아졌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국가대표팀에서도 10번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황연주 염혜선(이상 현대건설), 전광인(한국전력) 등 많은 선수들이 학창시절, 혹은 프로데뷔 후 처음 달았던 번호가 익숙해서 계속 단다고 말한다. 특별한 의미 없이 달기 시작한 번호여도 처음 달았다는 그 자체가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숫자 2의 징크스


번호에 관련되어 알아보던 중 흥미로운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여자선수들 사이에서 2번은 좋지 않은 번호라는 것이다. 여자선수들에게는 학생시절부터 2번을 쓰면 부상이 잦거나, 빨리 배구를 그만둔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한 선수는 “예전에 같은 학교 선배 언니가 자기가 그 징크스를 깨고 오랫동안 배구선수 생활을 하겠다며 과감히 2번을 택했지만, 막상 소문대로 배구를 일찍 그만뒀던 일이 있었어요”라며 경험담을 얘기해주었다.



소문을 증명하듯 2015~2016시즌 여자부 6개 팀 선수 가운데 2번을 사용하는 선수는 GS칼텍스 김현지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김현지 역시도 같은 팀 선배 정지윤이 2번은 많이 다치는 숫자니 바꾸라고 권유해 2016~2017시즌부터는 번호를 바꿨다. 바꾼 번호는 14.


번호 변경으로 도약 꿈꾸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2013년 번호를 4번에서 15번으로 바꿨다. 줄곧 4번을 달았던 문성민이 번호를 바꾼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4번을 달면서 너무 많이 다치는 것 같다던 문성민은 변화를 주기 위해 번호를 바꿨다. 번호 변경은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변화지만 이는 선수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160324YW_OK-현대캐피탈_챔프_4차_112.jpg


프로배구에도 영구결번이 있다


한국 프로배구는 번호를 1~20번에서 골라야 하기에 선택 폭이 좁다. 따라서 영구결번을 하면 남은 선수들이 번호 선택하는 폭이 더 좁아진다. 그럼에도 영구결번이 존재한다. 바로 OK저축은행 시몬이다. 시몬은 두 시즌 연속 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영웅이다. 구단은 그 공로를 높이 사 시몬이 달았던 13번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숱한 배구스타를 배출한 삼성화재에는 아직 영구결번이 없다.


배구를 사랑하는 남자들


배구 경기에서 코트에 들어 설 수 있는 인원은 6명뿐. 한국전력 방신봉은 경기를 만들어나가는 베스트 6가 되고 싶어 6번을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방신봉은 현역 선수들 중 최고령(41세)이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활약을 하고 있다. 또 모든 팀, 모든 선수가 ‘챔피언’이 되기 위해 매 시즌 고군분투한다. 한국전력 서재덕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1등을 하고 싶어 1번을 선택했다고 한다.


KakaoTalk_Photo_2016-09-26-16-35-29_32.jpg


각 팀 에이스는 몇 번일까?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각 팀 에이스들은 몇 번일까? 에이스가 주로 쓰는 번호가 있을까 확인해보니, 남자부는 OK저축은행 송명근(1번), 현대캐피탈 문성민(15번), 삼성화재 유광우(7번), 대한항공 김학민(8번), 한국전력 전광인(12번), KB손해보험 김요한(5번), 우리카드 최홍석(11번).


여자부는 현대건설 양효진(14번), IBK기업은행 김희진(4번), 흥국생명 이재영(17번), GS칼텍스 이소영(1번), 한국도로공사 배유나(10번), KGC인삼공사 김해란(5번)으로 뚜렷한 공통점을 찾기 힘들었다.



에이스라고 특별한 번호를 쓰는 것은 아니었다. 번호와 상관 없이 어떤 선수든 노력하면 에이스가 될 수 있다.


번호 표기를 둘러싼 해프닝


여오현이 삼성화재 선수시절 때 일화. 여오현은 당시에도 5번을 달았다. KOVO규정에는 ‘유니폼 하의 번호는 상의에 표기된 번호와 같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뿔싸! 여오현은 6번 하의를 입고 온 것이다. 건조대에 널린 팬츠를 당연히 5번이라고 생각하고 입고 왔다. 뒤늦게 알아차린 여오현은 체육관 복도에서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숫자 ‘6’에서 막힌 부분에 하얀 반창고를 잘라 붙여 감쪽같이 ‘5’로 만들었다.


훗날 김건태 심판에게 문의해봤다. 상의와 하의 번호가 다르면? ”상의 번호가 선수 등록 번호와 다르다면 출전할 수 없다. 그러나 하의 번호만 다르다면, 그것도 심판에게 적발되면 경고가 주어질 것이다”란 답변이다.


유니폼 넘버 규정
유니폼 상의 앞면과 뒷면 중앙에는 옷 색깔과 대조되는 한 가지 색깔로 번호를 붙여야 한다. 번호는 원칙적으로 1번부터 18번까지 붙이도록 돼있다. 그러나 한국프로배구는 선수정원을 고려하여 1~20번까지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1~99번까지 사용한다. 번호크기는 높이가 등 번호는 20cm이상, 가슴번호는 15cm이상이어야 하며 굵기는 2cm 이상이어야 한다. 하의에는 오른쪽 앞부분에 높이 4~6cm 굵기 1cm로 표기한다. 한편 팀 주장은 가슴 넘버 밑에 가로 8cm 굵기 2cm 줄을 표시한다.


글/ 송소은 인터넷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D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