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V2를 달성하기까지
- 여자프로배구 / 권민현 / 2016-03-21 22:58:00
[더스파이크=수원/권민현 기자] 정규시즌 때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양철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경기력이 전반기 때보다 더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 말이 현실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22, 25-20, 25-18)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 V2를 달성했다. 이를 이루기까지 현대건설 행보를 되짚어봤다.
우승후보로서 면모를 과시하다
올시즌부터 시행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수비형 레프트 에밀리를 뽑았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 폴리에게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배구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배구다. 그 시발점으로 에밀리를 뽑았다”고 언급했다.
토털배구를 모토로 잡고 올시즌 시작을 알렸다. 전반기에 단독선두에 오르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범실도 줄였고, 리시브도 좋아졌다. 지난해 12월 30일 흥국생명과 경기 전까지 16경기 연속으로 승점을 적립했다.
최근 2~3년동안 침체기를 맞았던 황연주도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에밀리가 들어오며 리시브 부담을 덜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황연주가 15득점 이상을 기록했을 때 현대건설 승률이 높았다. 양 감독은 “우리 팀 화력이 다른 팀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황연주 활약이 절실했다"며 ”(황)연주가 잘해줌으로써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언급했다.
전반기에서 단독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양효진은 2,3라운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현대건설 행보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다.
위기의 후반기
후반기들어 현대건설은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해 12월 30일 흥국생명 경기와 1월 11일 도로공사와 경기에서 0-3으로 패배, 잘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에밀리에게 서브가 집중되며 공격 가세 빈도가 낮아졋다. 자연히 양효진, 황연주에게 공격이 집중됐다.
이 사이, 맥마혼이 한국배구에 적응했고, 김희진, 박정아가 살아난 IBK기업은행이 시즌 중반 12연승을 거두며 무한질주를 했다. 급기야 1월 18일 IBK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배, 단독선두 자리를 내줬다.
역경의 연속이었다. 5라운드 중반부터 양효진이 허리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녀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확연히 다른 현대건설을 생각하면 큰 타격을 맞은 셈이다. 에밀리 역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히 황연주에게 공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6라운드에 2승밖에 거두지 못했고,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2-3으로 내주며 포스트시즌 전망을 어둡게 했다.
달라진 모습, V2를 이루다
전문가들은 플레이오프에서 이구동성으로 흥국생명 우세를 점쳤다. 시즌 막판 현대건설 경기력이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스스로 힘으로 이와 같은 평가를 뒤집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전혀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특정 공격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했다. 양효진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허리부상을 입었지만, 신경쓰지 않고 최고 활약을 보여주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현대건설 경기력은 여전했다. 양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전반기 때보다 나았다.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말 그대로였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몸놀림이 가벼웠다. 맥마혼이 챔피언결정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방심은 없었다. 오히려 ‘토털배구’의 진수를 보여주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IBK기업은행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염혜선 세트워크가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가 세트했을 때 공격성고율이 50%를 넘겼다. 양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염)혜선이 세트 구질을 수정했다. 이 부분에서 효과를 보였다. 정말 잘해줬다”고 극찬했다. 동료 황연주도 “내가 잘할 수 있었던 데는 (염)혜선이 공이 크다”고 고마워했다.
이 여세를 몰아 3차전마저 잡아냈다. 챔피언결정전 사상 처음으로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10~2011시즌 이후 5년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현대건설. 굴곡이 심했지만, 결과는 달콤했다.
# 사진 : 신승규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