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그냥 말고 대문자로!” 엘리자벳이 박은진에게 건넨 진심

여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3-02-18 06: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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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이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냥 말고 대문자로요!” “엘리, 덕분에 경기 잘 마칠 수 있었어!” 1999년생 동갑내기들은 서로에게 따스한 인사를 건네며 밝게 웃었다.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현대건설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KGC인삼공사는 3위 추격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연승을 계속 이어가야 했고, 현대건설은 반드시 연패를 끊고 1위로 복귀해야 했다.

그 중요도에 걸맞게, 경기는 풀세트 접전으로 흘러갔다. 먼저 두 세트를 승리하고도 5세트까지 끌려가게 된 KGC인삼공사였지만, 1999년생 동갑내기가 치열했던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14점째는 박은진이, 15점째는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의 몫이었다. 두 선수의 활약과 함께 KGC인삼공사는 세트스코어 3-2(25-17, 25-18, 22-25, 27-29, 15-13)로 승리하며 승점 2점을 얻었다.

다소 지친 기색으로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는 먼저 승리 소감을 전했다. 박은진은 “승점 3점을 못 가져와서 아쉽긴 하지만, 승리해서 기쁘다. 3위와의 승점 차를 줄일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소감을 밝혔고, 이어서 엘리자벳은 “은진이의 말에 동감한다. 승리해서 다행이다. 어려운 고비들을 함께 넘겨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엘리자벳은 이날 무려 45점을 터뜨렸고, 공격 점유율은 46.11%에 달했다. 충분히 어깨에 부담이 갈 수 있는 상황. 엘리자벳에게 어깨 상태에 대해 물었다. 엘리자벳은 “큰 문제는 없다. 긴 경기를 하다 보면 올라오는 피로로 인한 통증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 정도는 내일이 되면 괜찮아진다. 이런 피로를 나만 느끼는 것도 아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한편 박은진은 5세트 13-12에서 이보네 몬타뇨(등록명 몬타뇨)의 중앙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블로킹은 철저한 준비로 만든 결과물이었다. 박은진은 “(이)다현이가 후위에 있을 때 몬타뇨가 중앙 공격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몬타뇨가 잘 때리는 코스를 막으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셨고, 그것만 노리고 있었는데 잘 통한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몬타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선수에게 전위에서 상대해본 몬타뇨는 어떤 선수였는지 물었다. 박은진은 “타점이 정말 좋고, 한 번씩 폭발적인 힘이 발휘되는 선수다. 우선 블로킹을 잘 세우고, 이후에 빠지는 공을 수비로 잘 받아야겠다고 느꼈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이어서 엘리자벳은 “은진이의 말대로 타점이 높다. 다만 경기 전에 비디오로 분석할 때 분석이 잘 된 것 같다. 그래서 공격 옵션이나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실전에서는 블로킹 실수를 좀 하긴 했는데, 다음 경기에서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희진 감독은 “잘 될 때가 아니라 안 될 때의 실력이 진짜 내 실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쓴 소리를 선수들에게 남겼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마음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거나 위축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박은진은 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박은진은 “감독님 말씀이 맞다. 경기가 잘 안 되는 날에는 나에게 여러 과제가 주어진다. 그래서 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다. 팀을 돕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님이 하신 말씀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잘 안 된 날의 나를 어떻게 개선할지 앞으로도 고민하겠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이어서 엘리자벳 역시 “맞는 말이다. 지금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훈련과 연습으로 더 보강하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힘든 경기를 합심해서 이겨낸 두 선수에게 서로를 향한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그러자 박은진은 이날 인터뷰 시간 중 가장 밝은 표정을 지으며 “엘리(엘리자벳의 애칭)가 5세트 가는 동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점수를 내줘서 고맙다. 3, 4세트에 팀이 흔들릴 때도 엘리는 계속 파이팅을 불어 넣어줬다. 덕분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엘리 고마워!”라고 엘리자벳에게 진심을 전했다.

엘리자벳도 밝게 화답했다. 박은진의 팔을 쓰다듬으며 연신 “감사합니다”를 되뇌던 엘리자벳은 “은진이에게는 그냥 감사 말고 대문자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은진이와 함께하면서 이게 팀 스포츠라고 느꼈다. 고맙다. 진짜 잘했다!”고 박은진에게 찬사를 보냈다.

엘리자벳과 박은진의 따뜻한 동료애는 길고 힘든 경기를 견디고 승리할 수 있었던 최고의 원동력이었다. 두 선수의 ‘환상 케미’가 KGC인삼공사의 봄배구를 향한 여정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_대전/김희수,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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