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아, 경기만 신경 써"

여자프로배구 / 화성/이정원 / 2021-12-18 23: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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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이에게 경기에선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경기에만 신경 쓰라고 했어요."

여러 논란을 일으켰던 조송화는 없다. 이제 IBK기업은행을 이끌 새로운 주전 세터는 김하경이다.

김하경은 순조로운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고 보기 어려운 선수다. 2014-2015시즌 2라운드 2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김하경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임의탈퇴 공시를 받았다. 약 2년간 실업팀 대구시청에 뛴 김하경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김우재 전 감독의 콜을 받아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지만, 주전으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나연, 조송화 등이 버티고 있었다. 주전 세터가 흔들릴 때 들어가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하는 게 김하경의 역할이었다. 올 시즌 초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다 11월 중순, 조송화가 여러 이유 속에 코트를 밟지 못하게 되었다. 김하경이 주전으로 기용됐다. 김하경이 흔들릴 때는 이진이 들어갔다. 하지만 김하경은 주전 경험이 없었다. 팀의 공격을 완벽히 지휘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었다. 김하경도 어려움, 부담감을 안고 계속 시즌을 치러야 했다.

김하경에게 힘을 실어줄 사람이 IBK기업은행에 왔다. 바로 김호철 감독이다. 김호철 감독은 현역 시절 명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이탈리아리그에서도 최고의 패스워크를 보여주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세터 조련 능력은 인정받았다.

그래서 아직 농익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김하경, 이진에게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팀 훈련 과정에서도 세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희진, 표승주, 김수지, 김주향 등 공격 라인은 괜찮다. 이들에게 알맞은 공을 올려줄 세터 능력 키우기와 여기에 리시브 안정이 김호철 감독의 최대 숙제이다. 

 


지난 18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김호철 감독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세터를 어떻게 하면 안정시킬 수 있는 게 뭔지 고민을 했다. 선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하경이와 진이에게 원포인트 레슨도 계속했다. '너희는 천재인가 봐'라는 농담도 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선발 출전한 김하경은 단 한 번의 교체 없이 풀로 경기를 소화했다. 잘 할 때도 있었지만,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김호철 감독은 김하경에게 박수도 쳐주고 격려의 말도 전했다. 김하경이 코트 위에서 경기에만 신경 쓰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길 바랐다. 김하경과 김호철 감독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승리는 얻지 못했다.

경기 후 김호철 감독은 김하경의 플레이에 대해 "우리 팀에서 몸이 가장 좋은 선수들에게 공이 가야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한두 마디 했다"라고 말했다.

코트 위에서 해준 이야기가 있을까. "하경이에게 '지금 배우고 있는 거, 연습하고 있는 거를 경기 때는 신경 쓰지 마라. 경기만 신경 쓰라'라고 했다. 연습 때보다는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 조금 더 조율하고 연습하면 안정적인 패스를 하지 않을까 싶다." 김호철 감독의 말이다.

김호철 감독의 말처럼 김하경은 새로운 가르침을 받고 있다. 조금씩 실력도 늘고 있다. 세터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만큼은 김호철 감독 능력을 모두가 인정한다. 김하경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세터가 중심을 잡아야 팀이 돌아가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앞으로 김호철 감독과 함께하며 더욱 농익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김하경. 새로운 선장과 함께 훨훨 날갯짓을 펼칠 김하경의 플레이를 다 같이 기대해 보면 어떨까.

한편, 김호철 감독은 IBK기업은행 데뷔전에서 흥국생명에 완패했다. 오는 23일 홈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와 경기를 통해 연패 탈출 및 여자부 데뷔 첫 승을 노린다.


사진_화성/문복주 기자, 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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