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치면 시너지 업! 이현승x이현진 쌍둥이 형제 [김하림의 배구는 사랑을 싣고]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8-12 0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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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는 사랑을 싣고’를 연재하고 나서 만난 첫 번째 형제다. 고등학교 시절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쌍둥이가 어느덧 대학교 3학년으로 쑥쑥 성장했다. 남성고 쌍둥이에서 한양대 쌍둥이로 성장한 이현승x이현진 형제. 이제 대학생이 된 쌍둥이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들을 만나러 한양대 체육관으로 향했다. (쌍둥이 구분법. 이대팔 가르마와 3번 유니폼은 현승, 오대오 가르마와 12번 유니폼은 현진이다.)
 

 

현승x현진이 보여준
‘찐형제 바이브’
“한 번도 룸메이트를 한 적이 없어요”


Q.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인터뷰를 나눴는데 이젠 대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두 분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가요.
이현승 언제나 사진 찍는 건 어색한 것 같아요. 그래도 현진이랑 같이 찍어서 재밌었습니다.
이현진 고등학교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웃으면서 찍었는데, 이번에는 그때 사진을 생각하면서 더 노력해서 잘 찍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Q. 이젠 20대가 됐습니다. 달라진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현승 고등학교 때는 감독님이랑 코치님 말 따르면서 경기를 했어요. 대학생이 되고 나선 보이는 것도 많아지고 제가 생각해서 경기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외국 세터들이 하는 것도 보고 따라 하면서 배구하는데 생각이 많아졌어요.
현진 저도 고등학교 때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V-리그 경기만 많이 봤어요. 대학교 올라오고 나서는 휴대폰을 쓸 수 있으니 외국 배구를 많이 보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찾게 되더라고요. 제 조건에 맞는 배구를 많이 보고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까지 같이 뛰고 있습니다. 대학교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기란 쉽지 않은데 배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네요.
현진 고등학교 때는 별생각 없이 배구를 했는데, 대학교에 오고 나서는 같이 배구 하다 곁을 보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생각이 많아질 시기에 옆에 제 편이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 위로가 돼요.
현승 저도 좋아요. 현진이랑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하면서 가족이랑 같이 우승을 경험하고, 대학교에서도 같이 경기 뛰고 해서 행복하죠.

Q. 대학교 생활은 어때요.
현승 힘들어요.
현진 저는 좋습니다!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제가 1학년 때부터 현승이보다 학점이 높아요.
현승 맞아요. 현진이 작년에 장학금 받고 그랬어요. 저는 시험은 괜찮은데, 영어 수업이 힘들어요. 그래서 매번 현진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아요.

Q. 두 분이서 룸메이트 생활할까요.
현승 아니요. 중학교 때부터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중, 고등학교 때 저는 (이)요셉(경기대3)랑 쓰고, 현진이는 (장)지원(우리카드)랑 썼어요.
현진 지금은 전 (박)유현이랑 둘이 쓰고, 현승이는 (김)광현이, (하)지웅이랑 써요.

Q. 서로 역할을 바꿔서 해보면 어떨 것 같으세요.
현승 연습할 때도 그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하는데 제가 공격수였다면 현진이보다 멘탈이 세서 더 센스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입장 바꿔서 연습해봤는데 현진이가 토스를 너무 못하더라고요.
현진 그게 다 이유가 있어요. 초등학교 때 제가 원래 세터였는데, 현승이가 키가 작아서 포지션을 바꿨어요. 현승이가 저한테 한 번씩 짧게 줄 때가 있어서 그걸 느껴보라고 똑같이 줬죠. 제가 만약 세터였다면 팀이 좀 더 화목했을 거예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나밖에 없는 형, 하나밖에 없는 동생”


Q. 특별히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 있을까요.
현진 저는 전화번호에 ‘하나밖에 없는 형’이라고 저장해 놨어요. 가금 다투거나 서로 사이 안 좋을 때 얼굴 보고 풀기보단 전화나 카톡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럴 때마다 “그래 하나밖에 없는 형인데, 하나밖에 없는 핏줄인데”라는 생각으로 화해하죠.

Q. 어렸을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현승 어렸을 때 엄마랑 저희 둘이서 시장에 갔대요. 거기서 현진이가 뿅망치를 사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안 된다고 하니 현진이가 안 따라오고 뒤에서 천천히 걸어왔대요. 제가 중간에서 엄마한테 갔다가 현진이한테 갔다 했대요. 그래서 엄마가 “꼴에 형이라고 동생 챙겼다”고 이야기하셨대요(웃음).

Q. 배구선수로 바라보는 서로는 어때요.
현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부터 현승이가 올려주는 공을 때려서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현승이라는 잘하는 세터를 만나서 제가 지금까지 편하게 배구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승 현진이는 클러치 상황 때 더 강해져요. 원래도 자기 몫을 다 해주면서 센스 있게 공을 처리해줘요. 근데 중요할 때 혼자 각성해서 공을 때리는 걸 보면 가족인데도 신기해요.
현진 그게 이유가 있어요. 제가 중학교 때 연타 페인트를 때려서 우승을 못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론 절대 연타 페인트를 안 넣어요. 무조건 강타로 갑니다.
현승 아 맞아요. 그래서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공격수들한테 페인트 하지 말라고 해요(웃음).

Q. 형제로는 어때요.
현승 저는 말을 툭툭 던지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쉽게 넘기는 스타일이에요. 현진이는 생각이 저보다 어른스러워서 옆에서 피드백해주고 잘 잡아줘요.
현진 저는 현승이가 듬직해요. 제가 쓴소리도 잘 못하고 어디 먼저 나서는 걸 별로 안 하는데, 현승이는 달라요. 먼저 나서는 것도 잘하고 자기주장도 확실해요.

Q. 그럼 배구 말고 ‘내가 이것만큼은 더 낫다’라고 하는 게 있을까요.
현진 공부요! 그리고 계획 세우는 건 현승이보다 잘해요.
현승 저는 현진이보다 옷을 잘 입어요!

Q. 두 선수 모두 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현승 저 매번 인터뷰할 때마다 말하는 건데 대학교 1학년 고성대회 때 했던 홍익대 경기요!
현진 이거 (정)한용이가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잖아.
현승 어쩔 수 없어(웃음).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셨던 건데 우리 팀이 홍익대만 만나면 약해진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한용이 공격을 두 개나 잡았어요. 두 개. 그런데 홍익대에 셧아웃으로 이겼지만 2점 차로 점수득실률에 밀려서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죠.
현진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유스 대표팀에 뽑혀서 세계선수권에 다녀온 경험이 크게 와닿았어요. 다녀온 이후론 스타일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고, 그 대회가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깨닫게 해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으로 대학교에서
함께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리고 싶어요”


Q. 연령별 대표팀에 함께 갔던 친구들이 하나둘 프로로 향하고 있습니다. 두 선수도 생각뿐만 아니라 욕심도 많아질 것 같아요.
현진 지원이, 한용이, (홍)동선이, (박)승수까지 어렸을 때부터 다 친한 친구들이었는데 먼저 프로에 가니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친구들이 프로에 있는 걸 보면서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있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기부여를 얻어요.
현승 아직도 연락할 만큼 자주 만나고 있는데, 먼저 간 만큼 좋은 이야기도 해주고 조언도 해줘서 저도 자극받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아직 대학교에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현승 꽤 아픈 질문이네요(웃음). 아쉬움보단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돼요. 열심히 동기부여를 만들면서 ‘결승전 가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많아요. 그래서 남은 대회에 4강 넘어서 결승 가서 꼭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
현진 저도 고등학교 때는 우승을 많이 했지만, 대학교 와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아쉬운 건 사실이에요, 현승이가 말한 것처럼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올해가 두 분이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되는 마지막 해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할 것 같아요. (이현승이 올해 얼리로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승, 현진 맞아요. 그래서 더욱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Q. 두 분이서 네트를 마주 보고 경기를 하면 어떨까요.
현승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저 혼자 대표팀에 가서 고등학교 때 한 번 그렇게 한 적이 있어요. 대표팀이랑 남성고가 연습 경기를 했는데 그때 너무 재밌었어요.
현진 맞아요. 저도 진짜 재밌었어요. 다만 아쉬운 게 현승이한테 서브를 못 때리는 게 가장 아쉬워요. 마주 보고 있으면 서로 표현하지 못할 승부욕이 나와서 서로 아무 말도 안할 것 같아요. 그래도 경기 끝나면 누구보다 친하게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현승 현진이가 비록 아포짓이지만, 맞추기 위해 서브를 현진이 쪽으로 때릴 겁니다(웃음).

Q. 한양대가 오랜만에 대학배구 U-리그 본선에 올라섰습니다. 두 분이서 대학 입학 후엔 처음으로 올라선 본선이고요. 남은 경기 어떻게 치르고 싶을까요.
현승 대학 입학하고 처음으로 홈&어웨이로 U-리그를 치렀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홈에서 하면 우리를 다 응원해주시고, 어웨이에 가게 되면 부셔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누구를 만나든 열심히 해서 이기는 게 제일 목표죠. 결승에 가서 좋은 결과를 꼭 얻고 싶어요.
현진 한 경기 한 경기 눈앞에 있는 경기를 신경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임할 겁니다.

Q.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현승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많이 뒷바라지해주신 걸 알기 때문에 고맙다고 밖에 말씀 못 드릴 것 같아요. 항상 감사드리죠.
현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떨어져 지냈어요. 얼른 저희가 돈 많이 벌어서 여행도 다니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요.

Q. 끝으로 어떤 배구 선수가 되고 싶은지 듣고,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현승 저는 국내에서 제일 잘하고 인정받는 한선수 선배님같은 세터가 되고 싶어요. 스타일은 이란 세터 마루프를 닮고 싶어요. 상대방을 속이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경기를 지휘할 수 있는 세터가 되고 싶습니다.
현진 V-리그에선 외국인 선수가 아포짓에 뛰기 때문에 자리가 많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럼에도 박철우, 서재덕, 조재성, 허수봉 선배님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아포짓에서 빛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또 스피드 배구하면 제 이름이 나올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현승 프로필
생년월일 2001년 1월 2일
소속 한양대학교
신장/체중 190cm/81kg
포지션 세터
출신교 이리부송초-남성중-남성고-한양대
주요경력
2018 아시아남자18세이하유스선수권대회 준우승
2019 세계남자19세이하유스선수권대회 11위

이현진 프로필
생년월일 2001년 1월 2일
소속 한양대학교
신장/체중 195cm/88kg
포지션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교 이리부송초-남성중-남성고-한양대
주요경력
2019 세계남자19세이하유스선수권대회 11위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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