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300서브, 이젠 캡틴의 품격 보여주고픈 황민경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1-31 23: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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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수원/이정원 기자] 현대건설 주장 황민경(30)의 2020-2021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민경에게 올 시즌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일 것이다. 데뷔 이래 이렇게 안 풀리는 시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악몽이 이어졌다. 시즌 초반 발바닥 부상으로 고전하며 페이스 조절에 완전히 실패했다.

기록부터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팀이 치른 22경기 중 21경기(75세트)에 출전해 75점, 공격 성공률 23.62%, 리시브 효율 34.38%에 머물고 있다. 황민경은 데뷔 후 100점을 넘기지 못한 시즌은 데뷔 시즌이었던 2008-2009시즌(52점)이 유일하다. 특히 장기인 서브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세트당 0.082개로 커리어로우 기록이다.

지난 시즌 267점, 공격 성공률 36.9%, 리시브 효율 32.57%를 기록하며 고예림과 함께 든든하게 윙스파이커 라인을 책임진 황민경. 덕분에 팀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는데, 올 시즌은 아니다. 황민경의 부진이 첫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없지만 팀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리그 최하위다.

팀의 주장으로서 황민경도 매 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리 밝은 성격을 가진 그여도, 팀 성적이 바닥에 처한 이 순간은 힘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겉으로는 항상 웃고 있어도 속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주장으로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황민경은 언제나 그랬듯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려 한다. 지난 31일 선두 흥국생명전에서 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 11점을 올리며 팀의 3-2 승리에 앞장섰다. 득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통산 300서브를 달성했다. 340경기 만에 이룬 뜻깊은 기록이며, 이는 여자부 역대 3호 기록이다.

예년 페이스였으면 일찌감치 기록 달성에 성공했을 황민경이지만 기복 탓에 기록 달성에 애를 먹었다. 온갖 어려움을 맛보고 느낀 기록인지 더욱 감회가 남달랐을 황민경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그간 민경이의 기록 달성 시 주기 위해 준비한 꽃다발만 10개는 넘었다. 그래도 올 시즌 끝나기 전 기록을 달성해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또한 이날은 수비에서도 큰 힘이 됐다. 리시브 효율 50%, 디그 18개를 잡아내며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경기 후 이도희 감독은 "황민경이 시즌 개막 직전 잔부상으로 고생을 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 못 뛰고, 경기를 못 뛰니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젠 조금 올라왔다. 황민경이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내줘 고맙다"라고 칭찬했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으로, 시즌 중반에는 포메이션 교체로 인해 주전 자리에서도 밀려나는 어려움을 겪었던 황민경. 이제서야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절치부심한 황민경은 남은 8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고픈 욕심이 크다.

승점 20점을 기록 중인 현대건설과 3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1점)와의 승점 차는 11점. 8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따라잡기 힘든 수치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수치도 아니다. 이다현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황민경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다현이가 빠져 있는 상황에서 민경이를 비롯한 주전 선수들의 부상은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황민경은 시즌 중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 기부 소식을 전하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과 칭찬을 받았다. 이제는 성적으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고자 한다.

지금까지 쌓인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내고 팀의 비상을 이끌고 싶은 황민경. 현대건설이 남은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_더스파이크 DB(홍기웅,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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