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V3] '트레블' 새 역사 만든 차상현 감독 "잘 버텨준 선수들에게 고마워"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3-30 23: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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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GS칼텍스가 드디어 새 역사를 썼다. GS칼텍스는 3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챔프전 3연승에 성공한 GS칼텍스는 2013-2014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성공했다. 또한 창단 첫 통합우승, 더 나아가 여자부 최초 트레블이라는 역사를 썼다.

2016-2017시즌 중반 부임한 차상현 감독이 일군 아름다운 결말이다. 차상현 감독은 하나의 팀을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그간의 노력이 올 시즌 드디어 빛을 발했다.

3차전에서 러츠가 37점, 강소휘가 15점, 이소영이 12점을 올렸다. 특히 이소영은 마지막 5세트에서만 6점을 올렸다.

경기 후 GS칼텍스 차상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

Q. 우승했는데 소감이 어떤지.
이제 말을 좀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다들 소문 들어서 알겠지만 내 훈련이 빡세다. 어려운 훈련을 이겨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항간에는 내가 칭찬을 안 한다고 하는데 진짜 잘 안 한다. 선수는 선수로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젠 우리 선수들이 어느 순간이든, 어떤 팀을 만나든 버티는 힘이 생겼다. 하지만 교만해지거나 자만하는 선수를 보면 싫은 소리를 많이 한다. GS칼텍스에서 다섯 시즌을 하고 있는데 많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한다. 잘 버텨주고 잘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Q. 부임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순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더라. 5세트에 시소게임이 갔으면 모르겠지만 막 그렇게 기쁘지는 않더라. 처음 느껴보는 오묘한 기분이었다.

Q. 4세트 강소휘 선수의 부상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크게 왔다. 속으로는 느꼈다. 이미 4세트 중반에 5세트 준비를 하고 있었다. 5세트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젠 정말 알 수 없다. 서로서로 믿고 버텨야 한다'라고 했다. 유서연이 정말 조커 역할을 잘 해줬다. 힘들 때마다 잘 끌어줬다. 5세트에 유서연의 득점이 없었다면 경기가 넘어갔을 수도 있다.

Q. GS칼텍스 수식어로 '원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감독님이 느끼는 '원 팀'은 무엇인가.
부임하고 나서 성적을 낼 거냐, 변화를 시킬 거냐. 고민을 했다. 나는 변화를 택했다.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팀워크와 분위기가 기량을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끝까지 강조를 해줬다. 팀워크에 해하는 행동을 하면 벌금도 내게 하고 심하게 혼도 낸다. 선수들도 내 성격을 잘 안다. 이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서로 신뢰를 한다. 연출하는 게 아니다. 평상시 모습이 코트 위에서 그대로 보이고 있다.

Q. 수평적 리더십이 우승 요인 중 하나라고 보는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두렵다기보다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한 해가 끝나고 나면 1위부터 6위까지 순위가 정해진다. 오빠 리더십이니 다른 리더십이라는 말을 해주는데 사실 조금 겁이 난다. 내년에 한두 번 지고 나면 안 좋은 쪽으로 갈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김유리, 한수지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어린 주장 이소영도 잘 해줬다.

Q. 이젠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대비는.
구상은 있다. 그런데 제일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FA다. 방송 인터뷰에서도 말을 했다. 선수들이 받고 싶은 금액을 다 줘야 한다면 팀은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부터 고민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팀을 위해 양보를 해주냐, 돈 아닌 다른 것들에 의해 팀을 떠날 것이냐를 택해야 한다. 조금은 선수들이 팀에 있어줬으면 한다. 돈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 선수들이 팀을 남아주기를 바란다. 간절한 마음이다. 구단도 잘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도 옳은 판단해 주길 바란다.

Q. 이소영과 러츠가 챔프전 공동 MVP로 선정됐다.
소영이는 오늘 몸보다 심리적인 부분에 압박감을 느꼈다. 조금은 마음이 앞서간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위기 상황에서 결정을 내줘야 할 때 내줬다. 또한 러츠는 올 시즌 내내 뛰어났다.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안정감 있는 배구를 하고 있다. 세터들이 러츠에게 일정한 높이로만 볼을 올려줘도 러츠는 다 때릴 수 있다. 사실 시즌 막판 체력 떨어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을 올라오면서 그 사이 휴식 기간이 러츠에게 도움이 됐다.

Q. 처음 GS칼텍스 올 때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올 때 고민이 많았다. 남자팀에서 10년 넘게 코치 생활을 했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빡세게 했다. 그리고 이 얼굴로 여자팀을 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 사람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하지만, 먹고살고 팀을 살려야 하니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이 되더라. 내 배구 지도자 인생에 있어 잘한 선택이었다. 한수 더 배운 것 같다. 지도는 끝이 없다.

Q. 가족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자녀만 셋이다. 사실 모든 지도자가 그렇겠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집을 못 간다. 그냥 연습 끝나면 영상 통화하는 정도다. 다 나를 기다린다. 경기 끝나도 못 간다. 마누라에게 한마디 한다면 애들 잘 키워줘서 고맙다. 애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Q. 아까 이야기한 오묘한 기분은 어떤 기분인가.
해냈다는 기분, 조금 전에 이야기한 강소휘의 부상 그리고 한편으론 흥국생명의 감독님의 고생을 누구보다 안다고 해야 할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또한 김연경 선수도 손가락 인대가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김연경 선수가 가지고 있는 투지와 그런 부분을 보면서 상대 선수긴 하지만 대단하더라. 김연경 선수가 가지고 있는 멘탈이 좋다고 봤다. 현재 GS칼텍스 감독직을 맡고 있지만 나는 배구인의 한 사람이다. 배구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올 시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흥한 것도 있지만 위기라고도 생각한다. 이 위기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어 생각을 해보겠다. 계속해서 숙소에 있다 보면 경기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지만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여자배구가 잘 되기를 바란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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