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의 좌충우돌 ‘윙’ 적응기

여자프로배구 / 수원/강예진 / 2021-12-12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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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은 “너무 적극적이다”라며 웃었고, 정작 본인은 “미안해서”라고 털어놨다. 현대건설 정지윤(20)의 ‘윙’ 적응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지윤은 올 시즌 ‘윙스파이커 정지윤’을 예고했다. 프로 입단 후 줄곧 미들블로커로서 3시즌을 보냈지만 올해 부임한 강성형 감독은 정지윤을 윙으로만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즌 초에는 웜업존에 머물렀다. 황민경-고예림이 코트를 지켰고, 공격력이 필요할 때 투입된 정지윤은 1~2점을 내고 다시 웜업존으로 물러났다. 

 

2라운드부터 차츰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 차원에서, 공격력을 향상을 위해 정지윤이 코트에 섰다. 들어올 때마다 임팩트를 남겼다.

 

문제는 리시브였다. 윙으로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지만, 정지윤은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강성형 감독은 위험 부담을 안고 정지윤을 믿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11일 GS칼텍스와 3라운드 경기서 3-1로 이겼다. 정지윤은 1세트 20-18에서 고예림과 교체 투입됐고, 2~4세트도 선발로 코트를 밟았다. 

 

예상대로 상대는 정지윤을 공략했다. 이날 정지윤은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24개)를 받아냈고, 실패는 1개, 정확은 7개였다. 높은 수치(효율 25%)는 아니지만, 한 자리에서 연속 점수를 헌납하는 일은 눈에 띄게 줄었다. 

 

강성형 감독은 “전과 비교하면 한 번에 점수를 주는 경우가 없다. 세터한테 정확하게 갈 순 없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잘 버텼다. 앞으로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정지윤은 앞에 오는 서브뿐 아니라 옆 선수 사이에 오는 볼에도 적극 가담했다. 이에 강성형 감독은 “너무 적극적이다”라며 고개를 저으며 ”옆으로 오는 건 리베로가 커버해야 하는데 오히려 덤비더라“라고 웃었다.

 

정작 본인은 ‘미안함’에 그랬다고. 그는 “일단 내가 들어가면 서브가 나한테 오기 때문에 앞에 오는 공은 책임지고 받으려 했다. 옆에서 언니들이 많이 도와주니까, 미안해서. 나도 언니들을 도와줘야 한다. 책임감 있게 받자는 생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윙 과도기를 겪었다. 정지윤은 “교체로 들어갔을 때 감독님께서 나한테 바라는 건 공격력이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은 공격인데, 리시브에 대한 스트레스에 갇혀있었다. 리시브를 못 하면 공격하면 되는데, 자신이 없어졌다. 스트레스였다”라고 털어놨다.

 

윙으로 전향한 지 불과 한 시즌 채 지나지 않았다. 옆에서 정지윤을 지켜본 양효진은 “본인이 해야 할 게 뭔지 잘 아는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만들어져 있는 단계인데, 자기가 알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쉽다. 대범하게 하는 것도 괜찮다. 윙으로 정착해서 자기 포지션처럼 불편한 거 없이 매끄럽게 움직인다”라고 칭찬했다.

 

정지윤은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그는 “리시브 잘하는 선수는 어떻게 받을까, 공격 잘하는 선수는 어디로 때리고, 어디로 처리할까 등을 탐구하고 노력한다”라면서 “어쨌든 내가 윙으로 왔기 때문에 만족할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팀원들한테 피해 가지 않도록 만들어보고 싶다”라며 다짐했다.

 

사진_수원/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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