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가득했던 3R, ‘생각 바꾸기’에 한창인 현대건설 양효진

여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12-29 22: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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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수원/서영욱 기자] “팀 성적이나 기록에 얽매이기보다는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해요.”

현대건설은 29일 3라운드 마지막 상대로 1위 흥국생명을 맞이했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지만 현대건설은 5세트 끝에 흥국생명을 꺾고 시즌 5승째를 거두면서 3라운드를 마쳤다. 그 중심에는 양효진이 있었다. 양효진은 이날 공격 성공률 60%에 18점을 올렸다. 18점은 올 시즌 양효진의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기록이다. 루소가 22점을 보태면서 현대건설은 5세트 결정력 싸움에서 웃었다.

현대건설은 조기 종료되긴 했지만 지난 시즌 1위를 기록한 팀이다. 올 시즌 이제 절반이 지났고 비시즌 이다영 이적 등 변화가 있긴 했지만 최하위라는 순위표는 낯설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양효진은 반환점을 돌면서 느낀 바를 언급했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승리가 적다. 요즘 운동할 때부터 이기려고 하니까 선수들도 힘이 들어가고 엇박자가 났다. 의욕이 너무 앞섰다. 오늘은 편하게 하자고 했는데 각자 역할을 잘한 것 같다”라고 먼저 오늘(29일) 경기를 돌아봤다.

경기 후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은 이나연 투입으로 양효진 공격이 살아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효진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 세터가 함께 들어온다. 각자 컨디션도 있을 수 있다. 저는 미들블로커라 호흡을 더 많이 맞춰야 한다. 계속 맞춰가면 두 세터 모두 나뿐만 아니라 모든 공격수와 더 좋아질 것 같다.”

양효진은 올 시즌 3라운드까지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많이 아쉽긴 하다”라고 운을 뗀 양효진은 “14시즌째 하면서 쉬운 적이 없었다. 시즌마다 고비가 있고 힘든 순간이 있었다. 돌아보면 배울 점도 많았는데, 상황이 안 좋을수록 사람인지라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되더라”라고 돌아봤다.

또 한 차례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양효진이 중점을 두고 있는 건 생각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는 “제일 신경 쓰는 건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는 것이다. 팀 성적도 왜 꼴찌인지 생각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어떻게 승리할지 생각하면서 나부터 바뀌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 지니까 한 번은 이겨보고 싶은데 왜 못 이기는지도 생각해봤다. 오늘은 코트 위에서 대화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 많이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있다는 점도 양효진이 밝힌 어려움의 원인이었다. 양효진은 “지윤이도 새 포지션으로 뛰고 세터도 바뀌었다. 각자 바뀐 게 많아 아직 다 정착이 안 된 느낌이다”라고 설명했다. 양효진은 이런 상황일수록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대화도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도 많이 떠들었다. 같이 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선수들 믿음도 올라갔다.”

생각을 바꾸려는 부분은 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 기록에 관한 것도 포함됐다. 올 시즌 양효진은 블로킹 10위에 머물러있다.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블로킹 1위를 독차지한 양효진에게는 너무나 어색한 순위다. 양효진은 “초반에 너무 답답했다. 비디오도 많이 보고 연습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 하다. 마음을 비웠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이어 “최대한 경기 리듬 자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블로킹에 집착하면 전체적인 리듬이 떨어질 수도 있다. 리듬을 좋게 가져가고자 생각을 바꿨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양효진은 “지금은 누구 공격을 막아도 좋다. 답답해 죽겠다”라고 웃어 보이며 “(김)연경 언니뿐만 아니라 누구 공격을 막아도 좋다.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분석도 하는데 모르겠다. 예전엔 잡히던 게 올해는 박자가 안 맞는다. 블로킹도 그렇다. 감사함도 느끼고 더 절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라고 내심 저조한 블로킹에 속상했던 마음도 털어놨다.

오늘 승리가 이후 반등 계기가 될지 묻자 양효진은 “그랬으면 좋겠다”라며 “반이나 지난 줄 몰랐는데 돌아보니 3라운드가 끝났다. 우선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도록 단계를 밟아 나가려 한다. 끝날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매 경기 선수들과 잘해보겠다”라고 답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사진=수원/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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