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맏형 하현용이 동생들에게…"우린 웃을 자격이 있어"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4-21 22:44:48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우리카드 선수들은 웃을 자격이 있다." 우리카드 캡틴이자 맏형 하현용은 아쉽게 우승컵을 놓친 동생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넸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 준우승에 머물렀다. 플레이오프에서 OK금융그룹을 물리치고, 챔프전에서도 대한항공에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며 창단 첫 'V1'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4, 5차전 고비를 넘지 못하며 눈물을 흘러야만 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우리카드는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조기 종료된 탓에 청단 첫 '우승' 대신 '1위'라는 명예만을 가졌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자 했지만, 이번에도 웃지 못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하현용일 것이다. 하현용은 올 시즌 36경기(140세트)에 출전해 267점, 속공 5위(58.56%), 블로킹 4위(세트당 0.58개)에 오르는 등 맹활약했다. V-리그 출범 시즌 남자부 신인왕 출신 하현용은 데뷔 후 처음으로 BEST7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데뷔 후 처음으로 오른 챔프전에서 우승 반지까지 노렸으나 끼지 못했다.
최근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가진 하현용은 "욕심을 내려놓고 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참 안 되더라. 많이 아쉽다. 팀 내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도 챔피언결정전은 나도 처음이다 보니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 아쉬움이 정말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4차전, 챔프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알렉스의 복통이 우리카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우리카드는 4차전에서 완패했고, 그 좋지 않은 분위기는 5차전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많은 우리카드 팬들이 4차전을 아쉬워하고 있다.
하현용은 "아쉽긴 하지만 지나간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4차전보다 5차전이 더 아쉽다. 4차전은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5차전은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갔다.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패해 아쉽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하현용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동생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우리카드는 시즌 초반 5위에 머무는 등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또한 선수층도 얇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엄청난 힘을 보여줬고, 마지막까지 대한항공에 긴장감을 줬다. "챔프전 경험이 있다면 이런저런 말을 해줄 텐데…아쉬움이 큰 시즌이지만 우리카드 선수들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웃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이제 비시즌이다. 하현용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딸, 그리고 평생의 동반자 아내와 함께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하현용은 "첫째 딸 사랑이는 우리 팀이 경기에서 이기면 나보다 더 좋아한다. 그리고 지든 이기든 항상 카톡이 온다. 두 쌍둥이 미소랑 미래는 이제 4살이다. 아마 아직 내가 배구하는 건 잘 모를 것이다. 그래도 집에 올 때마다 '아빠 파이팅'이라고 말해준다. 3월부터는 어린이집도 다니기 시작했다. 걱정 많이 했는데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아픈 데 없이 잘 크고 있다"라고 웃었다.
하현용은 비시즌 간단한 수술을 받는다. 2라운드 때 오른손 새끼손가락 부상을 입었다. 다음주에 손가락에 핀을 박을 예정이다.
그는 "다행히 심하지는 않다고 한다. 핏줄이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연결하는 뼛조각을 잡아당기고 있다. 핀으로 고정한 후 휴식을 취하면 된다"라고 웃었다.
한국 나이 불혹인 하현용은 여전히 배구가 고프다. 어느덧 은퇴 후 플랜도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왔지만 그의 배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구단과 뜻만 맞는다면 FA 계약도 무리 없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현용은 "지금까지 배구만 해왔다. 물론 은퇴 이후 계획도 생각을 해야 되는 게 맞는데 구체적으로 생각을 못 했다. 이번 시즌 아쉽게 우승을 놓쳤는데 기회만 된다면 계속 도전을 해보고 싶다"라고 웃었다.
불혹의 미들블로커 하현용이 간절히 바라는 우승. 다음 시즌에도 코트를 누빈다면 그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사진_더스파이크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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