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봉시대’를 열어젖힌 원동력 “모두가 절 지켜보니까, 한순간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남자프로배구 / 스위스그랜드호텔/김희수 / 2025-04-16 0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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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봉의 시대는 절대 그냥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엔 성실함이 있다.

허수봉이 2024-25시즌을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시즌으로 만들었다. 두 번의 라운드 MVP 수상을 포함한 맹활약으로 팀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에 일조했고, 이후에 14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도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주장 자격으로 팀의 페어플레이상 트로피를 먼저 챙기더니, 베스트 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트로피와 MVP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하루로 모든 시즌 공식 일정을 끝냈다.

2024-25시즌의 마지막 공식 인터뷰에 임한 허수봉은 “시즌 동안 기자님들한테 MVP 후보로 거론될 때 개인상에는 욕심이 없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런데 막상 받으니까 기분은 정말 좋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한 표 차이(허수봉 13표, 레오 12표)로 상을 받게 됐는데, 우리는 서로 윈-윈한 것 같다. 다음 시즌에도 레오와 좋은 케미를 보여드리겠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시즌이었다.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챔피언결정전 MVP 정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 원동력은 역시 성실함이었다. 특히 주장이 되면서 더 커진 책임감이 허수봉의 성실함을 더 끌어냈다. 허수봉은 “모든 선수들이 주장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한순간도 게을리 운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게 성장의 기반이었다는 생각도 한다”고 최선을 다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 시간들은 당연하게도 허수봉을 제대로 성장시켰다. 그는 “공격의 효율이 가장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힘으로만 공격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블로커를 역이용하거나 리바운드 플레이를 만드는 부분에 강점이 생겼다. 감독님이 공격 상황에서 잘 안 풀렸을 때의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다른 옵션들도 열어둘 수 있었다고 피드백을 해주신 덕분이기도 하다”며 노력의 결실을 설명하며 필립 블랑 감독에 대한 감사함도 함께 전했다.  


이제 허수봉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를 다투는 공격수가 됐다. 시상식에서 MC들의 요청에 의해 수줍게 “지금은 수봉시대”를 외치기도 한 허수봉이었다. 그러나 허수봉은 “이번 시즌에 정말 잘했던 건 맞지만, 아직 제가 최고의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봉시대가 계속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조금씩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는데, 자만은 하지 않고 그 성장을 계속 이어가겠다. 이번 시즌보다 다음 시즌에 못하면 많이 속상할 것 같다”고 겸손하면서도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허수봉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선배 문성민에 대한 코멘트도 남겼다. 그는 “신인 때부터 (문)성민이 형을 보고 배우면서 많은 것들을 얻었다. 배구 외적으로도. 형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형의 제2의 인생도 응원하겠다”고 문성민을 향한 존중을 표했다.


이제 시즌은 끝났다. 그러나 허수봉에게는 대표팀 일정이 남아 있다.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과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이라는 굵직한 대회들이 다가온 만큼,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 일정에 임할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선수들끼리 뭉쳐왔다. 이제는 결과를 내야할 때라는 이야기도 서로 많이 나눴다. 이번 시즌은 정말 달라야 한다. 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리그 인기가 올라온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겠다. 지난 시즌에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대한 포지션 적응이 완벽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포지션 적응기는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몸을 잘 끌어올려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수봉시대’의 시작을 알린 허수봉은 여전히 성장에 대한 욕구와 자리에 대한 책임감이 가득하다. 이 시대가 짧게 막을 내리지는 않을 것 같은 이유다.


사진_스위스그랜드호텔/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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