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꼴찌’ 페퍼저축은행 “팬들 응원은 넘버원”
- 여자프로배구 / 광주/이정원 / 2021-12-13 22:33:07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경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창단된 여자부 막내 구단이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쓴 김형실 감독이 초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평균 연령 21세가 안 되는 페퍼저축은행. 신생팀 특별 지명을 통해 프로팀에서 몇몇의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주전급으로 뛴 선수는 거의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팬들 역시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예상 성적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김형실 감독 역시 "올 시즌 목표는 5승"이라고 할 정도로 당장의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현재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1승 14패(승점 5점)로 순위표 맨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
김형실 감독은 "거의 매 경기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에 무너지는데 그게 우리 실력이다. 아직 그거 밖에 안 되는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느덧 시즌 9연패. 힘들고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코트 위에서 무언가 안 풀려도 미소를 잃지 않고, 경기에서 패해도 늘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 다음을 준비한다. 김형실 감독도 9연패에 빠져 있는 선수들이 혹시나 좌절감, 속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김형실 감독은 "걱정이라 하면 계속 지니 분위기가 다운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팬들과 명랑하게 인사를 하더라.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팬들의 존재 덕분이다. 페퍼저축은행을 응원하는 팬들은 페퍼저축은행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페퍼스타디움을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치고 또 열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육성 응원이 금지되어 있지만, 뜨거운 박수 물개로 선수들에게 열띤 응원을 보낸다. 경기 종료 후에도 선수들의 떠나는 길을 함께 하며 고생한 선수들에게 힘을 준다.
또한 경기 종료 후 격려와 칭찬의 글을 선수들의 개인 SNS 메시지로 보낸다. 계속되는 패배에 팬들에게 미안함이 더 크다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고 오늘도 힘을 내며 훈련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미들블로커 하혜진은 "항상 팬분들이 하는 말에 힘을 얻고 간다. '페퍼저축은행의 배구를 보면 우리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신다. 나도 행복한 배구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웃었다.
이어 "우리는 이전 팀에서 비주전 선수로 뛰었던 선수가 많다. 경험이 많이 없는 선수들이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게 큰 의미인 것 같다. 우리가 행복한 배구를 하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 팬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팬분들이 경기장에 와서 행복과 재미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주전 세터 이현도 "페퍼저축은행은 밝은 에너지를 발사하고, 행복 배구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이다. 언제나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미소 지었다.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주장 이한비는 "경기장에 오시는 팬분들이 정말 많다. 힘을 많이 받는다. 멀리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메시지나 편지를 많이 보내시는데 항상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원정 경기를 가도 팬들이 많이 와주신다. 힘 받는 만큼 꼭 보답하고 싶다. 조금 늦더라도 팬들 사랑에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도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 진심으로 반했다. 이런 열정적인 응원은 처음 받아본다는 엘리자벳이다.
"사랑스러운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좋은 경기는 물론이고 좋지 않은 경기를 했음에도 항상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옆에 누군가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정말 정말 큰 감사함을 표한다. 앞으로도 쭉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엘리자벳의 말이다.
팬들뿐만 아니라 구단에서도 배구단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최상급으로 지원하고 있다. 김형실 감독도 "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나나 구단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시즌을 치른다는 건 프로 선수에게는 큰 축복이다. 팬이 있어야 선수들도 코트 위에서 힘을 내 경기를 할 수 있다. 물론 페퍼저축은행뿐만 아니라 V-리그 모든 팀들이 팬들의 열띤 응원과 성원 속에 경기를 준비하고, 치르고 있다.
어느덧 시즌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16일 홈에서 한국도로공사와 경기를 가진다. 페퍼저축은행은 팬들의 뜨거운 응원과 함께 창단 홈 첫 승, 시즌 2승, 9연패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_광주/박상혁 기자, 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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