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지만 새내기입니다’ 정시영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 여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3-02-15 00:00:33
위기의 팀을 구하기 위해 전격 선발 출전했지만,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음을 확인한 경기였다. 정시영이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경기를 기약하게 됐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인 고예림과 황민경이 나란히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자리에는 정지윤을 기용하면 되지만, 남은 한 자리가 고민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고민 끝에 정시영을 선발로 투입했다. 강 감독은 “정시영이 직전 경기에서 잘 해줬다.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밝혔고, 정시영은 오랜만에 경기 시작부터 코트를 밟았다.
정시영은 경기 초반 기대에 부응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1세트에 리시브 효율 40%를 기록하며 약점으로 평가받던 리시브에서도 나름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원래도 장점이었던 공격력은 확실하게 살렸다. 4점을 올리며 66.67%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빠르고 묵직한 스파이크로 한국도로공사의 견고한 수비를 뚫었다.
여기에 동료들까지 정시영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평소 정시영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이 블로킹에 걸리면 여지없이 코트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현대건설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어택 커버에 나섰다. 평소였으면 실점이 됐을 공들이 다시 살아났고, 이에 힘입은 정시영도 평소보다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정시영은 2세트부터 조금씩 한계를 드러냈다. 어이없는 범실이 화근이었다. 몬타뇨의 서브 차례에 실수로 서브를 구사하며 보기 드문 로테이션 폴트의 당사자가 된 정시영은 자신의 진짜 서브 차례에도 범실을 저지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네트터치 범실을 저지른 정시영은 18-19에서 오픈 공격을 시도했지만 원 포인트 블로커로 들어온 안예림에게 가로막히며 경기 흐름을 내주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강 감독은 “기회를 주겠다”는 말대로 흔들렸던 정시영을 3세트에도 선발로 투입했다. 3세트에도 첫 서브를 범실로 끝낸 정시영은 블로커 사이 공간을 잘 공략하며 공격에서는 다시 기세를 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접전 양상이었던 3세트의 경기 후반, 정시영의 공격이 한국도로공사의 블로커들에게 읽혔다. 20-22에서 구사한 공격이 배유나의 블로킹에 걸린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후 상대 블로커를 의식한 정시영은 20-23에서 2연속 공격 범실을 저질렀고, 3세트는 한국도로공사의 세트가 됐다.
결국 강 감독은 4세트에 정시영 대신 고예림을 선발로 낼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세트스코어 1-3(25-21, 21-25, 20-25, 20-25)으로 현대건설의 패배로 끝났다.
이날 정시영의 최종 기록은 10점‧공격 성공률 38.46%‧리시브 효율 43.48%다. 오히려 우려가 컸던 리시브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인 것이 긍정적이다. 공격 성공률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범실 이후에 급격히 흔들리는 경기력과 빠르게 파악당하는 공격 패턴이었다.
이는 정시영의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의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정시영은 어느덧 12시즌 째를 보내고 있는 중견급 선수이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것은 이번 시즌 전에 열린 도드람컵이 처음이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팀원들의 부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선발로 나서게 된 상황 역시 감안해야 한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정시영이다.
강 감독은 정시영에게 기회를 줬다. 정시영은 그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정시영이 가진 가능성 역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과연 정시영에게 두 번째 기회는 찾아올까. 그리고 정시영은 그 기회만큼은 완벽하게 살릴 수 있을까. 현대건설의 다음 경기 출전 명단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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