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 할 수 있어!” 한국 생활 1년차가 OH 3년차에게 건넨 한국말, 큰 힘이 됐다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3-11-24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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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 할 수 있어!” 두 살 언니인 위파위가 동생 정지윤에게 서툰 한국말로 전하는 응원은 무척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정지윤과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은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로 활약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정지윤의 부상으로 김주향이 위파위와 호흡을 맞췄지만, 지금은 반대로 김주향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며 정지윤과 위파위가 상당한 출전시간을 함께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페퍼저축은행과 현대건설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함께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했고 승리에 일조했다. 위파위는 40.91%의 공격 성공률로 블로킹 3개 포함 12점을 올렸고, 정지윤은 서브 득점 1개 포함 9점을 올렸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 효율은 22.22%로 그리 높지 않았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동료들과 합심한 결과 세트스코어 3-0(25-22, 25-18, 25-21) 승리를 합작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두 선수는 인터뷰실에도 사이좋게 함께 들어왔다. 먼저 정지윤이 “중간 중간에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잘 버텨서 셧아웃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기쁘다”는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후 위파위는 “서로 도왔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서로 도왔기 때문에 범실도 줄일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현대건설은 1주일 만에 실전을 소화했다.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두 선수는 그 부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지윤은 “세트 초반의 부진이 휴식일의 영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감이 좀 좋지 않았고, 체육관 적응도 부족했던 탓이었다. 그래도 옆에서 동료들이 도와줘서 버틸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히려 두 선수는 긴 휴식일에 대한 만족감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정지윤은 “아무래도 휴식일이 길면 좀 여유로워서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위파위 역시 “휴식일이 길면 좋다. 물론 계속 경기를 치르는 것도 좋지만, 푹 쉬면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다”고 밝히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고예림과 김주향이 부상으로 인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두 선수는 합심해서 팀의 왼쪽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두 선수간의 사이는 무척 돈독했다. 정지윤은 “위파위 언니가 정말 많이 도와준다. 기술적인 부분들도 많이 알려주고, 항상 한국말로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많은 의지가 되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위파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지윤의 이야기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도 “할 수 있다”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걸 들려준 위파위는 “(정)지윤이는 너무 잘 하는 동생이다. 하지만 가끔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언니로서 항상 가서 할 수 있다고 위로하고 다독여준다”며 의젓한 언니의 면모를 보여줬다.

어느덧 포지션 변경 3년차를 맞으며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 정지윤을 돕는 것은 위파위 뿐만이 아니다. 현대건설의 코칭스태프 또한 정지윤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되는 자리다. 하지만 그래서 재밌다. 힘들지만, 그걸 극복해나가는 재미가 있다. 도전 정신이 생긴다”고 씩씩하게 목소리를 높인 정지윤은 “아웃사이드 히터 출신인 장영기 코치님과 감독님이 많은 걸 알려주신다. 다른 분들도 다들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계신다”며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한편 “한국이 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역시 날씨”라고 밝힌 위파위는 눈이 내리는 걸 봤냐는 질문에 “봤다. 눈 자체를 아예 처음 본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첫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또 한 번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한 취재진이 “현대캐피탈의 차이 페이창(등록명 페이창)도 눈을 보면서 좋아하다가 감기에 걸렸다. 감기를 조심해라”라는 조언을 건네자 위파위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냐”는 질문에 두 선수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정지윤은 “당연히 우승을 하고 싶고, 1위 흥국생명도 이기고 싶다. 하지만 우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너무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나씩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를 함께 전했다.

부상자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OH 3년차’ 정지윤과 ‘한국 생활 1년차’ 위파위는 서로를 도우며 계속 전진하고 있다. 두 선수의 코트 안팎 끈끈한 우정이 현대건설의 비상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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