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는 내가 캐리한다’ 임동혁이 승부욕을 불태우자, 대한항공의 경기력이 달라졌다
- 남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4-01-06 06:00:13
“내가 모든 볼 다 때려버리겠다, 이 경기는 내가 ‘캐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임동혁이 경기 시작 전부터 남달랐던 자신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의 공격종합 랭킹 1위 자리를 꽤 오랜 기간 지키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임동혁이다.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꾸준히 팀의 주전 아포짓으로 활약하고 있는 임동혁은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 같은 걸출한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공격종합 랭킹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안 그래도 높았던 임동혁의 공격 성공률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러진 우리카드와의 4라운드 경기 종료 후 더 높아졌다. 이날 28점을 퍼부으며 73.33%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임동혁의 경기 종료 후 시즌 공격 성공률은 57.31%까지 치솟았다. 경기 결과도 당연히 승리, 그것도 깔끔한 셧아웃 승리였다(25-22, 25-14, 25-16). 2위 비예나(53.62%)와의 차이는 3% 이상이다. 임동혁 본인에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도 당연히 임동혁의 몫이었다. 임동혁은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카드를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번 경기를 기폭제로 삼아서 이 마음가짐을 계속 팀원들과 유지한다면 우리 팀에 어울리는 순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쁜 마음을 표했다.
이날 임동혁의 파이팅은 남달랐다. 득점을 올린 뒤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를 하는가 하면, 동료들을 끝없이 독려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경기 전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묻자 임동혁은 “요즘 경기 시작 전에 머릿속으로 누굴 믿기보다는 내가 해내야 한다고 계속 되뇐다. 내가 한 발 더 뛰고, 내가 더 파이팅 있게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이번 경기도 들어가기 전에 오늘(5일) 공은 전부 다 내가 때리겠다, 내가 이 경기를 요즘 말로 ‘캐리’하겠다는 각오로 들어갔다”며 남달랐던 전의를 소개했다.
그런 그의 의지가 잘 드러난 장면이 있었다. 1세트 19-20에서 한성정의 블록을 맞고 떨어지는 공을 발로 디그한 뒤 곧바로 날카로운 오픈 반격까지 이어간 장면이었다. 당시 장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임동혁은 “최근 경기들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인 배구를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다. 결국 따져보니 내가 공을 많이 때리는 날에 팀의 경기력이 좋더라. 그래서 (한)선수 형한테 오늘 살면서 처음으로 반말을 해봤다(웃음). ‘올리라고, 올려! 올려!’ 했다. 1세트 그 상황에서도 ‘올려!’ 했는데 형이 진짜 올려줬다. 거기서 점수가 난 것이 이번 경기에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행히 점수는 났고 경기도 승리했지만, 1999년생 임동혁이 1985년생 한선수에게 반말을 한 것에 대한 후폭풍은 없을지 궁금했다. 그러자 임동혁은 “경기 끝나고 선수 형이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형이 ‘네가 올려! 올려! 하니까 진짜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웃음).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될 것 같다”며 유쾌한 후일담도 소개했다.
자신의 말대로 경기를 ‘캐리’한 임동혁이지만, 개인의 영광인 트리플 크라운은 서브 득점 1개가 모자라서 아쉽게 놓쳤다. 공교롭게도 그는 3세트 18-11에서 강력한 서브를 시도하다 네트를 넘기지 못하며 마치 트리플 크라운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임동혁은 “웜업존에서 (곽)승석이 형이 이야기해줘서 알긴 했는데, 의식은 전혀 안 했다. 그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트리플 크라운은 안중에 없었음을 밝혔다.
임동혁은 4일 마감된 국군체육부대 배구 분야 신병 모집에 지원했다. 만약 합격한다면 이번 시즌이 V-리그와 잠깐의 이별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치르는 시즌이 된다. 임동혁은 “형들이 장난으로 ‘군대 가기 전에 공 다 때리고 가라’고 하신다(웃음). 내 마음가짐도 그렇다. 많은 공을 책임져서 우리 팀이 4연속 통합 우승을 꼭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걸 못 이루고 군대에 들어가면 찜찜할 것 같다. 지금 공격 성공률이 높은데, 이걸 꾸준히 유지하면서 내 이름을 V-리그에 한 번 더 각인시킨 뒤에 입대하고 싶다”며 남은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어쩌면 당분간 V-리그 팬들과 떨어져 지내야 할 수도 있는 임동혁은 엄청난 전의를 불태우며 팀의 4연속 통합우승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참이다. 그의 남다른 의지가 흔들리던 대한항공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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