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이긴 도로공사, '졌잘싸' IBK [스파이크노트]
- 여자프로배구 / 화성/이정원 / 2021-12-23 21:33:36
도로공사가 힘겹게 이겼다.
한국도로공사는 2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세트스코어 3-2(21-25, 24-26, 25-14, 25-22, 16-14)로 승리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2011-2012시즌, 2014-2015시즌에 기록한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 9연승 도달에 성공했다.
힘겨운 경기였다. 1, 2세트를 내주고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승리를 위해 달렸다. 그 결과 3, 4, 5세트를 내리 가져오며 달콤한 결말을 맛봤다.
켈시 페인(등록명 켈시)이 양 팀 최다인 38점을 올렸고, 전새얀이 16점으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흔들리는 이윤정을 대신해 3세트부터 경기를 지휘한 이고은의 안정감도 빛났다.
IBK기업은행은 눈앞에서 승리를 놓치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김희진이 팀 내 최다인 32점에 김주향과 표승주도 각각 16점, 17점을 올렸다.
하지만 분명 희망을 봤다.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가 코트를 밟긴 했지만, 풀로 밟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만으로 도로공사를 힘들게 했다. 산타나가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무서운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진은 무서웠다
경기 전 김종민 감독은 김희진의 OPP 기용에 경계심을 나타낸 바 있다. 김 감독은 "미들블로커보다는 아포짓 스파이커가 낫다. 공의 타점이나 파워가 분명 있다. 그 자리에서는 위치 선정이 좋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종민 감독의 걱정은 곧 현실이 되었다. 이날도 아포짓으로 나선 김희진은 1세트부터 팀 득점을 주도했다. 후위 공격은 물론이고 전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표승주까지 지원사격을 나섰다.
이후에도 김희진은 변함이 없었다. 고비 때 나온 서브에이스와 3세트를 기선제압하는 켈시 공격 블로킹은 김희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2세트까지 김희진이 올린 득점은 14점으로 상대 외인 켈시와 같은 점수였다.
김희진 옆에는 표승주와 김주향이 있었던 반면, 켈시에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박정아가 7점으로 힘을 줬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꽉 막혔다.
김희진은 이후에도 팀의 공격을 지휘했다. 매 세트 팀의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흔들린 이윤정
반면 경기 초반 도로공사 공격에는 힘이 없었다. 켈시가 꾸역꾸역 득점을 올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윤정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볼 줄기에 안정감이 없었다.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노 블로커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3인 블로커가 있는 공격수 쪽으로 올리는 상황이 많았다. 김종민 감독도 이 부분을 아쉬워했다. 호통도 치고, 격려도 하며 이윤정을 살려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소득 없이 1, 2세트가 끝났다.
결국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와 이윤정을 빼고 전새얀과 이고은으로 3세트를 시작했다.
3세트부터 반등
선발 라인업에 변동을 준 도로공사는 3세트 화력이 다시 살기 시작했다. 백업으로 물러난 이고은이 그동안 못 뛴 경기 한이라도 풀듯이 코트 위에서 '미친 활약'을 펼쳤다. 안정적인 패스,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팀에 힘을 줬다.
여기에 '게임 체인저' 전새얀까지 터졌다. 서브에이스는 물론이고 고비 때마다 전위에서 득점을 올려주며 켈시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4세트 12-11에서도 전새얀은 짜릿한 밀어 넣기 득점으로 상대 추격을 따돌렸다. 박정아가 지지부진했지만 켈시와 전새얀 쌍포 활약과 이고은의 안정감 덕분에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졌지만 잘했다
이번 경기 전까지 IBK기업은행은 세트당 평균 디그 19개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매 세트 평균 디그 19개를 넘는 수치를 보이며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공을 살리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몸을 날려 끝까지 하는 모습은 김호철 감독의 박수를 이끌기 충분했다.
비록 3, 4, 5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했지만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반등의 기회를 만든 IBK기업은행이다.
사진_화성/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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