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Up! 경험치까지 쌓인 이준영은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 매거진 / 이가현 / 2023-04-06 12:00:31
이준영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대학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신입생 시절 그에게 품었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198cm의 신장에서 나오는 힘과 에너지는 대학 배구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준영은 후위, 시간차 공격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실히 매력적인 선수다. 귀중한 국제무대 경험도 쌓았다. 지난해 남자 20세 이하 남자청소년대표팀에 뽑혀 자신보다 더 큰 선수들과 경쟁을 펼쳤다. 신입생 딱지를 떼고 어엿한 2학년이 된 지금. ‘공격형 미들블로커’ 이준영은 대학에서 두 번째의 봄을 그리고 있다.
이준영은 2022 대학배구 U-리그에서 세트당 0.85개의 블로킹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했다. 아직은 블로킹보다 속공에 강점이 있다는 그는 꾸준한 선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Q. <더스파이크>와의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연락받았을 때 어땠나요.
내가 인터뷰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신기하기도 했고 많이 떨렸습니다(웃음). 내가 해도 되는지.
Q. 곧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는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훈련했나요.
작년에는 신입생이니까 이끌어줄 형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경기에서 ‘구멍만 되지 말자, 1인분만 하자’라는 생각이었어요. 이제는 후배들이 들어왔으니까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커요.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운동을 더 많이 했습니다.
#배구, #누나 이다현,
이준영은 뗄 수 없는 사이
Q. 누나 ‘이다현’ 선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자주라는 개념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많이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한 번은 꼭 하니까요(웃음). 누나가 경기 한 날은 “수고했다”라고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가끔 누나가 잘 안 풀렸다고 고민을 얘기하면 관중 입장에서 바라본 누나를 말해줘요. 반대로 누나가 내게는 조언을 많이 해줍니다. 누나는 프로에 있으니까 배울 사람이 더 많잖아요. 누나가 알게 된 내용을 나한테도 공유해줘요.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누나한테 고맙게 생각합니다(웃음).
Q. 작년에는 누나랑 같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어요.
누나랑 같이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게 좋았어요. 번호도 12번으로 같았거든요(웃음). 맞추려고 한 건 아닌데, 누나 번호(12번)를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마침 비어있어서 얼른 차지했어요. (한양대에서는 11번으로 뛰는데) (이)현진(4학년, 195cm, OP) 형이 12번이에요!
Q.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6학년 때까지 축구를 했는데, 잘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웃음). 그래서 흥미도 떨어지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다시 공부하려고 하니까 앉아있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활동적인 사람이어서 그런가 봐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누나도 배구 하고 있으니까 해보는 게 어떻냐”고 하셔서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다른 포지션을 해보고 싶진 않은가요.
해보고 싶은데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웃음). 세터나 아웃사이드 히터를 해보고 싶어요. 아웃사이드 히터는 공을 많이 때리잖아요. 그래서 더 주목받을 수 있어서요. 그리고 팀이 위기 상황일 때 아웃사이드 히터를 믿고 해결사 역할을 바라잖아요. 그런 믿음이 좋아요. 세터는 훈련 외에 애들이랑 몇 번 해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새로운 경험
코로나19가 조금씩 물러나면서 지난해에는 많은 국제대회가 열렸다. 이준영은 바레인 리파에서 열린 제 21회 아시아청소년남자U20 선수권대회에 다녀왔다. 2022 전국대학배구 무안대회 직후 대표팀에 합류했다. 휴식 기간도 없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코트를 누볐다. 긍정에너지를 뿜어내는 그의 열정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힘들었던 기간만큼 큰 경험을 쌓았다.
Q. 2022년 청소년 남자배구팀에 다녀왔어요. 어떤 것을 배웠나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우리나라 안에서만의 경쟁이 아니라 국제대회니까 상대 팀을 보고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보다 확실히 다른 나라 선수들이 신체 조건이 좋아요. 그래도 ‘우리가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Q. 자신이 느끼기에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이란이요(웃음). 작년 대회가 아시아 대회였어요. 다른 팀들도 키는 전체적으로 커요. 그런데 다른 나라는 ‘키가 크다’가 가장 큰 느낌이라면 이란은 키도 크고 배구를 진짜 잘해요. 조직력도 좋고 몸도 좋고…정말 잘하더라고요(웃음).
Q. 대표팀을 다녀오면서 달라진 점을 하나 꼽자면.
배규선 코치님, 강수영 감독님께 B속공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나는 공을 크로스로 많이 때리려고 해요. 각도가 안 나오는 것 같을 때도 억지로 때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두 분께서 “억지로 때릴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 스트레이트 연습을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다른 속공에서 몸을 세우고 조금 더 빠르게 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많이 배웠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론을 알아서 오니까 한양대에 복귀해서도 시도하고, 훈련 중입니다(웃음).
Q. 고등학교와 대학 배구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확실히 피지컬에서 차이가 커요. 한양대가 1부 리그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이잖아요. 전국에서 잘하는 선수들과 항상 경쟁해야 하고, 잘하는 선수들과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게 더 열심히 하게 돼요. 항상 경쟁하니까,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죠(웃음). 힘이나 스피드에서 차이가 많이 나서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이제는 적응했지만, 아직 더 노력해야죠.
Q. 대학 입학 전 로망이 있었나요?
로망 있었죠. 축제가 가장 궁금했어요. 한양대 축제 스케일이 상당히 커서 만족스러웠습니다(웃음). (아직 남은 로망이 있다면.) 웹툰을 봤는데, 학과 생활이 재밌어 보였거든요. 나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니까 못 해봤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Q. 졸업하기 전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을까요.
배구로는 우승을 꼭 하고 싶고요. 생활면에서는 딱 1주일만 운동 없이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틈틈이 운동하겠지만, 학과 생활을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잘할 것 같지 않나요?
Q. 벌써 2학년이잖아요. 어떤 선수와 시간을 많이 보내나요.
정말 다 친해요. 그중에 한 명을 꼭 뽑아야 한다면 (이)한울이요.(2학년, 192cm, MB) 얘기도 정말 많이 하고, 가끔 게임도 같이해요. 성격이나 모든 부분이 잘 맞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요. 산책하는 것도 좋아해서 밤에 자주 걸어 다닙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22 전국대학배구 무안대회에서 같이 산책하러 갔어요. 목줄 풀린 개가 있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거예요. 그래서 앞에 지나갈 때 ‘같이 뛰어보자’ 했는데, 개가 끝까지 따라오는 거예요. 잡히진 않았는데, 따라오면서 내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Q.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예상하실 것 같은데(웃음), 충남대학교 김진영 선수입니다. 같은 학년, 포지션이기도 하고 배구를 진짜 잘해서요(웃음). 블로킹 손 모양이나, 자세, 공 따라가는 것까지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더 잘하는 게 있다면.)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하나 꼽자면 속공이지 않을까요.
Q. 성장하고 싶은 부분을 알려주세요!
속공에 자신 있어요. 더 열심히 해서 프로 어떤 선수들과 경기해도 밀리지 않는 정도의 실력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미들블로커 누구나 그렇듯 블로킹에 욕심이 많아요(웃음). 양진웅 감독님도 “천천히”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많이 배워서 블로킹도 자신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Q. 이번 시즌 꼭 이기고 싶은 팀을 꼽는다면요.
경기대요(웃음). 다른 팀들도 물론 이기고 싶지만, 경기대는 재밌어서요. 경기대가 워낙 응원이나 파이팅이 좋아요. 모두가 열을 올리면서 경기하니까 더 승부욕이 불타올라요. 이왕 재밌게 한 경기 이기면 더 좋으니까, 꼭 이기고 싶습니다(웃음).
Q. 지난 인터뷰에서 롤모델이 신영석 선수라고 했어요. 아직 변함없나요?
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웃음). 롤모델이 신영석 선수라고 신영석 선수 영상만 보지는 않아요. 대학교 오기 전에는 한양대 출신 박찬웅(한국전력) 선수를 보고 많이 배웠어요.
Q.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우리나라 배구에서 ‘미들블로커’를 떠올렸을 때 항상 먼저 이름이 나오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만큼 열심히 하고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는지.) ‘공격형 선수’라고 생각해요. 공격에 조금 더 자신 있어서요.
Q. 2023년을 맞이해 포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제 2학년이잖아요. 선배가 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웃음).
그와 얘기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준영은 책임감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2023년 대학 배구는 코로나19 펜더믹 이후 처음으로 풀리그로 운영된다. 경기방식이 달라진 만큼 선수들이 팬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낼 기회도 많아졌다. 그가 가진 뜨거운 에너지가 한양대 코트뿐만 아니라 대학 배구에도 흘러넘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이가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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