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해, 조영주는 마지막까지 몸을 던진다 [CBS배]

아마배구 / 인제/김희수 / 2023-08-30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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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패배를 선사하던 선명여고를 결승으로 향하는 문턱에서 마침내 꺾었다. 목포여상의 주장 조영주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순간이었다.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가 29일 인제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제34회 CBS배 전국 중·고 배구대회에서 진주선명여자고등학교를 세트스코어 3-2(22-25, 25-21, 25-23, 21-25, 19-17)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야말로 대혈전이었다. 매 세트 흐름이 정신없이 뒤바뀌는 난전이 벌어졌고, 그렇게 도착한 5세트에서는 듀스 접전까지 벌이며 양 팀 선수들이 모든 것을 코트 위에 쏟아 부었다. 최후의 승자는 목포여상이었다. 18-17에서 선명여고 여주희의 네트터치가 나오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날 목포여상의 주장 조영주(3학년, L, 166cm)는 주장이자 선발 리베로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신은지를 위시한 선명여고의 강서브 세례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인 리시브를 구사했고, 반격의 시작점이 되는 좋은 수비들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경기 종료 후 코트에서 만난 조영주의 표정은 밝았다. 승리했다는 기쁨과 큰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조영주는 “이제까지 선명여고에게는 매번 지기만 했었는데, 드디어 졸업하기 전에 선명여고를 이겨봤다. 기분이 남다르다”며 솔직한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날 경기는 리베로 조영주에게 풀어가기 쉽지 않은 경기였다. 고등부 최고의 서버 중 한 명인 신은지(3학년, OP, 175cm)를 필두로 선명여고가 강력한 서브들을 경기 내내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영주는 끝까지 상대의 강서브를 버텨내면서 목포여상의 방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는 “우선은 띄워만 놓자, 특히 신은지의 서브 차례는 어떻게든 버티자는 생각만 했다”고 경기에 임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날 경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이 이어지며 결국 5세트를 향했고, 그 5세트에서도 듀스를 향하며 말 그대로 ‘끝장 승부’가 펼쳐졌다. 선수들에게도 극한의 정신력이 요구되는 상황, 조영주에게 어떤 생각을 하면서 뛰었는지 묻자 그는 “수비 하나만 받자고 생각했다. 그것만 하면 동료들이 다 해줄 거라고 믿었다”며 동료들에 대한 신뢰로 중무장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목포여상의 주장인 조영주는 정신없는 경기 양상 속에서 팀을 이끄는 주장의 리더십도 발휘했다. “경기 내내 팀 분위기가 너무 안 올라왔다”고 밝힌 조영주는 “그래서인지 선수들이 기합도 잘 안 넣더라. 그래서 나부터 크게 기합을 넣으면서 분위기를 띄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3학년인 조영주는 다가오는 2023-2024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선다. “또래 중에 좋은 리베로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꺼낸 조영주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수비 쪽으로는 자신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공을 위로 띄울 수 있다”며 자신의 강점을 어필했다. 반대로 더 보완하고 싶은 점으로는 “수비 시에 좀 더 중심을 낮출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드래프트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잘 보완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목포여상과 조영주의 이번 대회 결승 상대는 강릉여자고등학교다. 조영주는 “강릉여고는 정말 수비가 대단한 팀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블록 위에서 때리는 공격을 받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강점인 높이를 최대한 살리는 배구를 해 보겠다”고 강릉여고에 대한 평가와 결승 전략을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영주는 “이제 목포여상에서 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설사 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 하더라도, 배구라는 종목 자체에 미련이 남지 않을 정도로 뛰어보고 싶다”는 비장한 바람을 밝혔다. 프로 무대 입성이 아닌, 배구 그 자체를 멋지게 할 수 있길 꿈꾸는 조영주의 진심에서는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30일에 치러질 결승전에서 결과와는 상관 없이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길 응원하게 되는 인터뷰였다.

사진_인제/김희수 기자, 한국중고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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