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의 뜨거웠던 겨울, 7년 만에 맡았던 따뜻한 봄내음 [V-리그 결산⑤]

여자프로배구 / 김하림 기자 / 2024-04-05 20: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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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의 겨울은 뜨거웠고, 봄은 따뜻했다.

정관장의 도드람 2023-2024시즌 출발은 좋았다. 한 해 농사의 절반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발에 운이 따랐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아시아쿼터에서 3순위로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를 지명했다. 이후 열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4순위로 186cm 아웃사이드 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를 뽑았다.

더불어 라인업에 큰 변화 없이 시작한 정관장은 1라운드 매서운 질주를 보였다. 1라운드를 4승 2패로 마무리했다. 외인 ‘쌍포’ 메가와 지아의 공격은 위협적이었고, 어깨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소영을 대신해 박혜민이 안정감을 찾으며 삼각편대가 균형을 맞췄다.

시즌을 소화하면서 불안한 순간도 있었다. 순식간에 6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내주면서 코트 안은 더욱 어수선해졌다. 그러나 4라운드, 이소영의 선발 복귀와 함께 달라졌다. 정관장이 기다리던 마지막 퍼즐이 돌아왔다. 이소영이 리시브에 안정감을 주고, 공격까 지 터지면서 메가-지아-이소영 삼각편대가 제대로 갖춰졌다.

자연스럽게 중앙까지 살아나면서 4위 자리를 되찾았다. 4라운드를 4승2패로 마무리한 뒤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쳤고, 후반기 전혀 다른 정관장이 됐다. 후반에 정관장이 보여준 질주는 누구도 쉽게 말릴 수 없었다. 본인들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을 나란히 제압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기다리던 대전의 봄이 찾아왔다. 정관장은 7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 승리의 기쁨도 잠시, 소영의 부상이 닥쳤다. 2세트 2-2 상황에서 블로킹 이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이 꺾이면서 들것에 실려나갔다. 누군가의 발을 밟고 꺾인 게 아니었지만, 부상은 심각했다. 3개 인대 중 2개가 끊어지는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것.

그렇게 삼각편대 한 축 없이 나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1세트를 가져왔지만 남은 세트를 내리 패하면서 1패를 떠안은 채 대전으로 향하게 됐다. 여기에 경기 도중 정호영이 무릎 부상까지 입으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정관장은 2차전에 김세인이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게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세인은 비록 9점에 머물렀지만 리시브 효율 64.71%를 자랑하면서 시리즈를 3차전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3차전 결과는 0-3 패배. 7년 만에 올라간 봄배구가 다소 일찍 마무리 되고 말았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 고 감독은 “부상 선수 핑계 대기 싫다. 아쉬운 부분 있지만 그 또한 우리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잘 준비를 해야 할 부분이다. 누가 없어서 졌다 그런 것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유, 핑계 대기 싫다. 흥국생명이 압도를 했다.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시즌이 끝난 뒤 정관장은 고희진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2+1년을 체결하면서 재계약에 성공했다. 비시즌에 들어간 지금 이제는 집토끼 단속에 나선다. 이소영, 노란, 박은진에 박혜민까지 네 명의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다.

오랜만에 맡은 봄내음을 내년 봄에도 다시 맡고 싶다. 정관장은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를 넘어 더 높은 곳에 도전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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