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로의 역사 ‘명옥신’ 임명옥 “정점을 유지하고 싶어요”

매거진 / 박혜성 / 2022-11-10 08: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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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임명옥은 V-리그가 출범하던 2005년 1라운드 3순위로 KT&G의 유니폼을 입었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렀다. 데뷔 이후 어느새 19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앳된 소녀는 이제 팀의 중심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길었던 선수 생활만큼 그에 관한 정보와 기록은 셀 수없이 많다. 온라인 플랫폼에 임명옥을 검색한 뒤 나오는 정보들을 놓고 자신이 직접 ‘팩트체크’를 했다.

 

이미 V-리그 레전드 반열에 오른 임명옥은 리베로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20-2021시즌 역대 최초로 리시브 정확 5,000개를 달성했다. 현재는 5943개(2021-2022시즌 종료 기준)로 2위 김해란(4963개)과는 약 1,000개 차이가 난다.
리베로 최초로 3시즌 연속 BEST7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2019-2020시즌을 시작으로 2020-2021, 2021-2022시즌까지 연속 수상이다. BEST7에 뽑힌 3년 동안 리시브, 디그, 수비 부문 1위를 굳건히 지켰다. 2021-2022시즌까지 7시즌 연속 리시브 효율 50%+도 기록했다.

최고의 리베로 임명옥
시작은 아웃사이드 히터


2005년 1라운드 3순위로 프로에 입단했습니다. 당시 기억이 나나요.
드래프트하기 전에 KT&G에서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속한 고등학교 팀한테 전지훈련을 오라고 했어요. 근데 당시 세터가 맹장에 걸려서 선수가 부족했어요. 결국 나 혼자 가서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본 거죠. 그때 몸이 너무 좋았어요. 자신감도 있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어요. 훈련이 끝나고 “앞에서 너를 뽑아가지 않는 이상 뽑을 테니 몸 관리 잘하고 있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당시는 리베로가 아닌 아웃사이드 히터였죠.
마산제일고 출신인데 당시 우리 팀 별명이 ‘명옥고’였어요. 그 정도로 혼자서 하다시피 했죠(웃음). 만약 부상이 없었으면 지금까지도 공격을 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데뷔 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나요.
아직도 데뷔 시즌이 생생해요. 당시 경기를 뛰지 못하고 공을 들고 뛰어다니는 게 정말 너무 창피했어요. 누가 보면 눈에 안 띄게 멀리 돌아갈 정도로요. 경기를 꼭 뛰고 싶어서 정말로 열심히 훈련했어요.

리베로로 전향할 때 이 정도로 잘할 거라 예상했나요.
아니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리베로로 전향한 계기는.) 당시 팀에 실력 좋은 언니들이 많아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리베로 언니가 계속 부진한 거예요. 그때 감독님께서 포지션 변경을 추천 해주셔서 시즌을 일주일 남겨두고 리베로로 전향했어요. (바로 수락했나요.) 네. 자신 있었거든요. 그때도 리시브는 재미있었고 좋아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가는 길이 역사다
레코드 브레이커 임명옥


2020-2021시즌 역대 최초로 리시브 정확 5,000개를 달성했죠.

당시 경기 전에 20여 개가 남은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날은 못할 줄 알았어요. 근데 끝나고 나니까 달성했다고 하길래 기록이 잘못된 줄 알았어요. 그렇게 많이 받은 줄 몰랐거든요. 그래도 달성했다고 하니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날 기록을 달성했고, 수훈선수 인터뷰도 했는데 그해 올스타전 뽑힌 선수들에게 주는 트로피도 받았어요. 그래서 경기 끝나고 남편한테 '좋은 일이 한번에 오니까 불안하다'고 말했어요. 남편이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니까 지금 보상이 오는 거다. 받을 자격 충분하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리베로 최초로 3년 연속 BEST7을 수상했죠. 어떤 의미가 있나요.
BEST7은 누구나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3년 연속은 없었고 그냥 3년 연속이 아닌 리시브, 디그, 수비 1위를 3년 연속 달성하면서 받았다는 게 더 의미가 깊어요.

BEST7을 수상한 3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언제인가요.
2021-2022시즌이요. 개인이 잘해서 관심을 받을 때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묻히게 돼있어요. 근데 지난 시즌에는 우리가 12연승도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 대한 칭찬도 더 늘어났던 것 같아요. 팀 성적도 좋았고 개인 성적도 같이 좋았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난 시즌 구단 최다 연승을 기록했어요. 중간에 '연승이 깨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없었나요.
우리 팀은 연승에 대한 부담이나 생각이 정말 아예 없었어요.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는 게 좋았어요. 오히려 부담감은 우리 선수들보다 감독님이 더 있지 않으셨을까요(웃음).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유일한 대항마였어요. 챔피언 결정전 우승도 꿈꿨을텐데.
현대건설을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건 우리라고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 주셨어요. 그리고 아무도 현대건설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우리가 잡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시즌 막바지에는 현대건설도 지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으면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어린 리베로 선수들이 롤모델로 임명옥 선수를 자주 언급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진짜? 왜?’, ‘나의 어떤 부분이 닮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롤모델이 없었고 누가 나를 롤모델로 삼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어요. 비록 롤모델은 아니지만 (남)지연 언니나 (김)해란 언니가 위치를 어떻게 잡는지 배우려고 했어요.

명옥신, 최리 등 별명도 많아요.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지.
명옥신이 가장 좋아요. 도로공사에는 신이 있다고 하길래 보니까 명옥신인 거예요. 언제까지 명옥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별명입니다.



“은퇴 이후에는
감독 해보고 싶어요”


이제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향후 계획이 있나요.
지금 한국 나이로 37살인데 40살까지 하고 싶어요. (40살에도 몸이 좋다면 계속할 것인지.)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 없어요. 그래도 만약 플레잉 코치직을 제안하면 고민해 볼 것 같아요.

은퇴 후에는 하고 싶은 게 있나요.
프로팀 코치랑 감독을 해보고 싶어요. (만약 지금 후배 선수들을 감독과 선수로 만나면 어떨까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지금 어린 선수들은 10년이 지나도 하고 있을 거잖아요. 그 선수들의 장단점은 잘 알고 있으니까 잘 코칭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배구 선수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정점일 때 유지하고 싶어요. 40살까지 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기량이 떨어지는 게 보인다면 내년이라도 은퇴할 생각이 있어요. 물론 지난 시즌보다 조금은 떨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싶어요.

만약 은퇴를 하면 뒤를 이을 리베로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GS칼텍스의 (한)다혜요. 다혜가 화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전에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리시브 욕심이 많아요. 욕심이 많으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혜를 꼽았습니다.

2022-2023시즌 목표가 있을까요.
팀 성적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봄배구에 진출하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나의 활약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리시브, 디그, 수비 1위를 3년 연속했는데 목표는 4년 연속이에요. 그렇다고 ‘무조건 해야지!’라는 게 아니라 이런 목표를 잡고 가야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했습니다.

팬들에게 한 말씀 하자면.
배구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팬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즐겁고 포기하지 않는 배구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많이 노력할 테니까 팬분들도 안 좋은 말보다 긍정적인 말로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혜성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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