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미국 여자 프로배구리그, V-리그에 끼칠 영향은?
- 여자프로배구 / 이보미 / 2024-04-12 20:30:10
미국 여자배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미국 선수들은 대학 졸업 후 뛸 곳이 없어 해외 곳곳에 흩어져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제는 미국 리그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V-리그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한국에서는 미국 출신 외국인 선수들을 자주 뽑곤 한다. V-리그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PROVOLLEYBALL의 탄생
변화의 바람이 분다
미국에서는 프로배구리그가 없었다. 1980년대에는 미국이 1984 LA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한 뒤 메이저리그 배구(MLV)가 잠시 운영된 바 있다. 세 번째 시즌 만에 재정적인 이유로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2021년부터는 이벤트성의 애슬레츠 언리미티드(AU) 프로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AU 리그의 경우 약 한 달 동안 개최되는 단기 대회와도 같다. 그러던 2022년 프로배구연맹(Pro Volleyball Federation)이 창립됐다. 여자 프로배구 중심으로 리그를 시작했다. AU 리그와 PVF 리그가 공존하게 된 셈이다.
프로배구연맹은 “현재 미국을 떠나지 않고도 프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는 미국의 젊은 배구 선수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훌륭한 젊은 운동선수들에게 이러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우리의 능력은 프로배구연맹의 출범이 북미 여성 스포츠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고 밝혔다.
첫 시즌은 올해 1월 24일 개막했다. 애틀랜타 바이브, 오마하 슈퍼노바스, 콜럼버스 퓨리, 그랜드 래피즈 라이즈, 올랜도 발키리스, 베가스 스릴, 샌디에이고 모조 7개 팀이 리그에 참가했다. 각 팀당 로스터는 14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는 최대 2명을 영입할 수 있다. 5월 중순부터 4개 팀이 챔피언십을 통해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릴 예정이다. 우승팀 상금은 100만 달러(약 13억 1500만원)다.
한국 팬들이 알법한 선수들도 미국 리그 무대에 올랐다. 러시아 국적의 안나 라자레바는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었고, 니아 리드와 베띠, 앨리슨 메이필드는 오마하 소속으로 뛴다. 어도라 어나이는 올랜도, 태국 국가대표 세터 출신 눗사라 톰콤은 샌디에이고,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인 캣벨도 베가스 스릴 소속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배구선수로서 자국에 남을 수 없었던 선수들이 자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게 되는 배구선수들의 거취는 다른 나라의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했는데 자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 선수들에게 안정감이 생길 것이다.
크나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미국 출신의 선수들이 다른 나라의 리그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리그를 첫 번째 선택지로 두고 다른 나라의 리그를 고려할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배구 선수들도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V-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게 되는 트라이아웃은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랭킹 2위 미국에서의 움직임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선수들의 경우 활성화된 대학리그를 거쳐 해외 곳곳에 진출해 활약했지만, 이들이 미국에서 뛴다면 선수 영입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의 해외 이적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를 갖고 있는 한국 V-리그는 직접 필요한 선수들을 만나고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선수들이 지원하고 지원자에 한해서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제도를 가진 V-리그는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유경쟁을 하게 되면 선수들의 몸값이 훨씬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한국 리그에 지원하는 지원자가 현재보다 줄어든 것이라 예상된다.
한국에서 2005년 V-리그 출범 당시를 떠올려보면 프로리그 출범에 대한 기대감, 우려감 등 다양한 반응들이 공존했던 것 같다. 프로리그 출범이 되기 전에도 백구의 대제전이라는 겨울 리그가 있었기 때문에 형식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선수들의 연봉이 크게 오르게 된다는 것이 가장 기대를 모았던 부분이었다. 또 회사원에 준하는 대우가 아니라 먼저 프로리그를 시작한 야구, 축구, 농구와 같이 연봉제가 시행되는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었다. 아울러 리그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길어지고 다양한 아마추어 대회의 참가가 없어지고 휴식기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도 큰 변화였다.
지각 변동 예고된 해외 이적 시장
이미 미국에서도 유럽 선수 뿐만 아니라 감독 영입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활발한 리그인 이탈리아, 튀르키예,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 전반적인 해외 이적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감독 영입을 시도 한다면 한국 지도자들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 지도자들에게도 V-리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리그를 경험하고 그 리그 속에서 지도경력을 쌓는다면 V-리그 전체에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도 V-리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리그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상황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울러 선수, 감독 이동 뿐만이 아니라, 미국 내에서의 배구 시장 자체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구 산업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부분에서는 현재 배구 현장에서 선수나 지도자를 경험하고 있고, 할 예정인 모든 배구인들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시장이 크고 스포츠에 진심인 미국이 배구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에 기회는 많아지고 배구를 하는 환경이 더 좋아지게 될 것이다. 한국 선수들도, 지도자들도 기회를 얻게 되기를 소망하며 그 기회를 통해 미국 리그를 경험하게 된다면 한국 V-리그에서도 좋은 쪽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V-리그 여자부 트라이아웃 직격탄 맞을까
한국 V-리그에서는 미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2015-16시즌 트라이아웃 도입 당시에도 참가 대상을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 경험자로 제한을 두기도 했었다. 올 시즌만 봐도 여자배구에 IBK기업은행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베다르트(야스민), 정관장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 등 총 7명 중 3명이 미국 출신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 역시 미국 출신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수혈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V-리그에서 미국 출신 선수들을 선호한 이유가 있다. V-리그는 경기 수가 많고 경기와 경기 간의 간격이 짧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선수는 공격 부분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갖게 되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감독들이 트라이아웃에서 선수를 선택할 때 선수의 기량 뿐만 아니라 젊거나 가능성을 갖춘 선수, 또는 부상을 갖고 있지 않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젊은 선수들의 수급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선수들이 경험과 자신의 기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 V-리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이 자국리그에 남게 되면서 젊고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있어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한계가 생길 것이다.
좋은 미국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한다면,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트라이아웃 도입 이후 외국인 선수 실력이 하향 평준화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다만 올 시즌 긍정적인 것은 아시아쿼터로 선발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GS칼텍스의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처럼 경기 경험은 많으며 좋은 환경을 원하는 선수들의 영입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한국 배구를 살펴보면, 배구를 하는 선수들의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에서의 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전반적인 환경은 좋아지고 선수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생각도 달라지길 바란다. 억지로 하는 선수 생활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실정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배구를 하려고 하는 동기와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배구를 자신이 왜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뒤따라 오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 일본 뿐만 동남아시아권에서의 배구의 인기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수와 지도자 뿐만 아니라 협회와 연맹 모든 배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빠르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이도희 칼럼니스트
사진. provolleyball 홈페이지,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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