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의 연결, 대한항공 유광우×수성고 한태준이 가진 특별한 만남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7-12 20: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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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의 현재와 미래가 한곳에 모여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하루를,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었다.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대한민국 배구의 미래를 빛낼 꿈나무 세터, 한태준에게 전달할 자양분을 듬뿍 담은 채 멘토링을 선물했다. 유망주 선수와 베테랑 선수 간의 특별한 만남으로 <더스파이크>가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봤다.

 

 

‘우승 세터’ 유광우
‘고교 최고 유망주 세터’ 한태준

현재 남고부 세터 중에 가장 유망한 선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은 수성고 3학년 한태준(188cm)을 언급할 것이다. 여러 배구 관계자는 “세터로 정말 영리한 세트 플레이를 보여준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와 실행력은 고교 세터 중에서 제일 좋다”라고 입 모아 말한다.


2학년 때부터 코트 위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맡아 팀의 전성기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지난해 대회 5관왕과 함께 8개 대회 연속 우승, 4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3학년에 올라선 지금, 종별선수권 3연패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코트 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뿐만 아니라 좌우로 보내는 패스, 활용도 높은 속공 플레이를 보여준다. 지난해보다 강해진 서브를 구사하면서 한 층 더 성장했다.


한태준의 멘토론 대한항공 유광우가 나섰다. 유광우에게 어떤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프로 데뷔 이후 9번의 우승 반지를 거머쥔 세터다. 우승 경험이 풍부한 세터임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맞게 본인도 바꿔 나간다. 삼성화재 시절엔 안정적으로 높게 올려주는 패스가 많았다.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부임한 이후엔 스피드를 살린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백문이 불여일견
코트 위에서 직접 나눈 고민 상담


멘토링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광우에게 한태준의 경기 영상을 보여줬다. 멘티에 대해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경기 영상은 처음 본다는 멘토. 1분가량의 짧은 영상 속에서 유광우는 손동작, 스텝, 서브 등 한태준의 여러 부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 B속공 토스가 공격수와 어긋난 걸 보자마자 곧바로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지 피드백을 해줬다.

 

짧은 영상 시청을 마친 뒤 두 선수는 코트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다만 한태준이 오른손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공을 만지는 데 불편함이 있었기에 그 외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본인의 약점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어린 선수에게 전달한 유광우의 멘토링은 짧게 마무리됐지만, 유망주에게 있어선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자신이 됐다.
 


본인의 장점을 펼칠 수 있는 선수로
프로에서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Q. <더스파이크> 멘토링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소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유광우 ‘내가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많이 남았어요. 그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어린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한태준 저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 큰 영광이었어요. 베테랑 세터와 함께 인터뷰를 하는 게 신기하면서 너무 좋아요.


Q. 유광우 선수는 한태준 선수를 들어본 적 있을까요.
광우 네 들어봤죠. 작년에 전관왕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잘하는 선수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웃음).


Q. 두 선수가 느끼는 세터의 매력은 뭘까요.
태준 배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리시브가 정확하게 제 손에 온 다음부턴 저로 인해 공격수들이 움직이잖아요. 공격수를 제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광우 저는 세터라는 포지션이 공을 제일 많이 만지기도 하지만,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포지션이라는 거에 매력을 느꼈어요. 공격수들은 스파이크를 통해 희열을 느끼곤 하지만, 세터들은 본인이 원하는 곳, 원하는 타이밍에 공을 올렸을 때 희열을 느끼는 게 있어요. 이게 세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멘토링인 만큼 고민에 관해 물어보려고 해요. 평소 태준 선수가 배구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요.
태준 고민은 많아요. 저의 선택으로 인해 경기의 승패가 좌우될 수도 있는 만큼 공격수들을 어떻게 움직여서 팀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도 많이 생각해요. 토스를 할 때 손동작, 신장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키다 작다 보니 키가 큰 선수들과 마주 보고 있으면 불안해요. ‘나 때문에 수비를 놓치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해요. 또 무엇보다 블로킹 타이밍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Q. 유광우 선수는 멘티의 고민을 들으셨는데,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광우 배구가 코트 안에서 하는 게 되게 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키가 커야지만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키가 작았을 때 유리한 부분도 있죠. 단점을 생각하기보단 장점을 더 극대화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하물며 키가 작다고 생각할 때는 블로킹이랑 높이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다른 부분을 더 많이 갈고 닦으면 또 다른 장점이 본인에게 더 올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블로킹에 얽매여서 모든 플레이가 망가지는 것보다 본인이 정말 토스를 잘해서 상대 공격수를 속일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희망을 느낄 수 있죠.


Q. 유광우 선수께서 생각하는 세터로서 가져야 하는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광우 세터는 정말 참을 인(忍)을 많이 그려야 해요. 참을 인을 그리고 또 그리다 보면 좋은 선수가 되는 것 같아요. 본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고, 경기 안에서도 본인 스스로 경기 흐름을 봐야 하잖아요. 그만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Q. 태준 선수는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싶을까요.

태준 유광우 선수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보완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Q. 유광우 선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자면요.
태준 바쁜 와중에도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Q. 끝으로 유광우 선수는 옆에 있는 한태준 선수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광우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코트 안팎으로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 하기보단 본인의 특징을 살려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펼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언제 선수를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프로에서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글. 김하림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영상 촬영. 홍성준 에디터, 박혜성 기자

영상 편집. 나수현 에디터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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