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왕 됐네...현대캐피탈 '트로피 번쩍' 우리카드 '정신이 번쩍'
- 남자프로배구 / 장충/송현일 기자 / 2025-02-22 19:50:31
최악의 하루다.
우리카드는 22일 서울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 점수 1대3으로 졌다.
안 그래도 역전패를 떠안아 속에서 천불이 나는데 안방에서 남의 잔치까지 열어 줘야 했다. 우리카드가 이날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1위 조기 확정 제물이 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우리카드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승점 40(14승16패)으로 4위를 지켰다곤 하나 플레이오프 사정권인 3위 KB손해보험(승점 53·19승10패)과 격차가 현격하다. 더욱이 KB손해보험은 최근 구단 타이기록인 7연승을 질주하는 등 상승세가 꺾일 조짐이 없다. V-리그에선 3위 팀과 4위 팀의 승점 차가 3 이내면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되는데, 현재로선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카드로선 정신을 바짝 차려 남은 6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기적이라도 바랄 수 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그는 "배구를 아는 모든 사람은 오늘 우리가 왜 4위고 현대캐피탈이 왜 1위인지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분명 우리는 1세트 때 아주 잘했다. 하지만 1세트 막판을 포함해 2세트에도 좋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2세트 막바지에 상대를 따라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상대가 성숙하고 노련한 플레이로 대처했다. 4번째 세트는 5번 정도 상대에 부담을 주고 점수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정말 말할 수 없는 실수로 놓쳤다. 그게 상대가 1등이고 우리가 4등인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만큼은 장충체육관의 주인이 바뀐 듯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우리카드 선수단이 보는 앞에서 축포 소리와 함께 정규리그 트로피를 번쩍 들고 기쁨을 토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까지 모두가 함께 고대했던 순간을 맞이해 더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건 2017-2018시즌 이후 7년 만이다. 구단 통산 6번째 정규리그 정상.
현대캐피탈 팬들은 이날 모든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목이 터져라 우승가를 합창했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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