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저를 초조하게 만들더라고요” 권민지의 비상을 이끈 깨달음
- 여자프로배구 / 장충/김희수 / 2023-02-26 19:44:01
“욕심이 저를 초조하게 만든다는 걸 알았어요.” 2001년생의 입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은, 의젓함과 단단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권민지는 데뷔 이후 주로 미들블로커로 출전하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를 앞두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옮겼다. 시즌 전 열린 컵대회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드디어 권민지의 화려한 배구 인생이 시작되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에 들어오고 나니 권민지는 여러 고초를 겪어야 했다. 강소휘와 유서연이 버티고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출전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았고, 컵대회와는 달리 외국인 선수들까지 합세한 상대 팀의 강서브를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권민지하면 떠오르는 해맑은 미소와 넘치는 파이팅도 점차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권민지는 다시 한 번 알을 깨고 나왔다. 최은지의 부상과 유서연의 컨디션 난조로 어깨가 무거워진 상황, 권민지는 5라운드 KGC인삼공사전부터 연달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그리고 26일 흥국생명과의 6라운드 경기에서는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18점을 터뜨리며 팀의 3-2(25-17, 29-31, 23-25, 25-19, 15-10) 승리에 기여했다. 그야말로 화려한 비상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권민지는 “연패를 끊어서 너무 기쁘다. 5세트를 가서 힘들었는데, 막상 이기니까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웃음)”며 밝은 표정으로 승리 소감을 전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차상현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권민지의 공격력은 강소휘 못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사실을 들려주자 권민지는 “너무 큰 칭찬을 해주셨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최근 어떤 계기로 경기력이 올라왔는지 묻자, 권민지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권민지는 “예전에는 욕심이 좀 많았다. 그런데 4라운드가 지나면서, 욕심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부터는 기회가 오면 내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대번에 맹활약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던 의젓한 답변이었다.
이어진 “차 감독이 스트레스로 자신의 얼굴이 더 까매졌다고 말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권민지는 다시 해맑고 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권민지는 “우린 매일 보니까 차이를 모른다. 감독님은 원래 까맣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GS칼텍스와 권민지는 5경기의 정규리그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권민지의 각오가 궁금했다. 권민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표다. 또 더 이상 아무도 다치지 않고, 우리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를 들려줬다. 과연 5경기가 끝난 뒤, 권민지의 목표는 얼마나 이뤄져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_장충/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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