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규×강승일 리베로 형제가 함께 새긴 태극마크 [김하림의 배구는 사랑을 싣고]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8-28 19: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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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동시에 가슴에 새겼다. 형 강선규는 한국 남자청소년배구대표팀(이하 U20 대표팀)의 리베로로, 동생 강승일은 한국 남자유스배구대표팀(이하 U18 대표팀)의 리베로로 발탁됐다. 각자의 연령별 대표팀에 유일한 리베로 포지션에 이름을 올린 형제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리베로는 운명!

두 분 모두 <더스파이크>와 처음 인터뷰를 나눕니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합니다.
강선규 안녕하세요. 저는 중부대학교 1학년 리베로이자 U20 대표팀 리베로 강선규라고 합니다.
강승일 저는 U18 대표팀 리베로이자 속초고등학교 3학년 리베로 강승일입니다!

형제가 함께 인터뷰하는 소감은 어떤가요.

선규 배구하면서 동생이랑 인터뷰할 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좋은 곳에서 인터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승일 형이랑 똑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좋습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배구공을 잡게 됐나요.
선규 초등학교 때 반에서 제일 컸어요. 그 당시 체육부장 선생님께서 ‘배구해 볼 생각 없냐’고 제의하셨는데,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승일 태어날 때부터 아파서 5년 동안 병원에 있었어요. 유치원을 못 가서 학교에 일찍 들어갔어요. 그때 형이 배구를 하고 있었는데 형의 몸이 좋아지는 걸 보고 따라 했어요.

리베로 포지션은 어떻게 맡게 됐나요.
선규 초등학교 4학년 때 V-리그 경기를 보러 갔어요. 지금 대한항공 코치로 계신 최부식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롤모델로 삼았고, 리베로라는 꿈을 갖게 됐어요.
승일 키가 작아서 할 수 있는 포지션이 리베로 밖에 없어서 하게 됐습니다(웃음).

선규 선수는 올해 처음으로 대학 무대를 밟았습니다. 데뷔전이었던 2022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무안대회 인하대 경기 어땠나요.
선규 처음에 주전으로 나선다고 이야기 들었을 때 긴장이 엄청나게 됐어요. 새벽까지 잠을 설쳤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긴장도 안 되고 생각보다 잘 돼서 엄청 좋았어요. 그리고 우리 팀이 인하대의 연승 행진을 끊었잖아요. 그래서 더 기쁘고 뿌듯했어요.


U-리그 때는 많이 경기에 들어가지 못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까 봐 걱정도 많이 했는데, 코치님이 ‘진짜 잘하는 선수는 그런 게 없다. 자신감 있게 하라’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더 열심히 했고 좋은 성적 얻을 수 있었네요.

강승일 선수는 올해 속초고 주전 리베로로 팀은 벌써 3관왕을 기록했습니다. 주전으로 나선 무대에서 우승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승일 3관왕 했을 때 그 코트 안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뿌듯했어요. 형이 졸업하면서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잘 적응하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동생 보다 잘하는 건 리시브
Vs 형보다 디그를 더 잘해요


형제가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만큼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승일 이야기보단 서로 지적을 많이 해요. 저는 형한테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는 없냐’고 하고, 형은 ‘리시브를 할 때 중심이 앞으로 쏠려있다’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자주 짚어줘요.


형제가 배구 이야기를 자주 나누나요.
선규 너무 안 해서 형제로는 발전이 필요해요. 평소 배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잖아요.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말하면 스트레스로 다가오니까 이야기를 삼가해요.
승일 저도 굳이 배구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놀 때 놀기만 하고, 운동할 때는 운동만 같이 해요.


어릴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승일 초등학교 때 너무 심하게 싸워서 엄마가 집에서 쫓아냈어요. 근데 밖에 무서운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형이랑 싸운 것도 까먹고 나란히 벽 쪽에 숨어서 벨을 누르면서 엄마한테 문 열어달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웃음)
선규 어릴 때부터 항상 운동만 해서 그런지 재밌는 기억이 많이 없어요. 가족 여행을 가본 적도 거의 없어요. (마지막으로 갔던 여행이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대한항공 경기를 보러 갔다가 리조트 이용권에 당첨된 적이 있어요. 그걸로 가족끼리 같이 놀러 간 게 마지막이에요.


만약 가족들과 여행하게 된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승일 해외여행이요!
선규 일본을 가보고 싶어요. 일본 집이나 온천 같은 전통문화를 즐겨보고 싶어요.
승일 저는 괌처럼 예쁜 바다가 있는 곳에서 수영해 보고 싶어요.


배구선수로 바라본 서로는 어때요.
선규 제가 생각했을 때 리베로 강승일은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 실력이면 가장 잘하는 리베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승일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잖아요. 그때부터 성공할 것 같은 확신이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어요.


형제로는 어떤가요.
선규 승일이가 겉으로 보면 까불거리는데,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는 않아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도 잘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동생이지만 대단해요.
승일 형이 비록 덩치는 크지만 속마음은 착하고 여린 사람입니다(웃음).


서로에게 뺏어오고 싶은 능력과 상대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능력을 한 가지씩 꼽는다면 뭘까요.
선규 저는 내·외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해요(웃음). 실력으론 동생의 스피드랑 수비가 진짜 너무 부러워요. 공을 따라가는 속도나 공격 코스 길목을 잘 찾는 게 부러워요.
승일 형의 덩치를 갖고 싶어요. 리시브를 하려면 중심이 잡혀야 하는데, 저는 너무 말랐어요. 하지만 형보다는 디그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국가대표 리베로 형제
“해외에서 인정 받는 선수가 될게요”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언제일까요.

선규 고등학교 1학년 때 주전 리베로로 뛰어서 무실세트 우승을 했던 적이 있어요. 2019년 CBS배 대회였는데, 처음 달성한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기억에 남아요.
승일 올해 고3 올라가고 혼자서 리베로로 뛰었을 때 우승했던 태백산배가 기억에 남아요.


나란히 대표팀 생활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가장 뿌듯해하셨을 것 같습니다.

선규 우리가 대표팀에 들어가자 엄마가 3명의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대표팀 형제’예요(웃음). SNS에도 자랑을 많이 하시고 주변에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닌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U20 대표팀과 U18 대표팀이 연습 경기를 자주 하면서 서로 네트를 마주 봤잖아요. 다른 선수들보다 서로의 못한 부분이 유독 잘 보였을 것 같습니다.
선규 그것도 있지만 오히려 실력이 느는 게 더 잘 보였어요. 승일이는 수비보다 리시브가 많이 약했어요. 근데 이번에 리시브가 많이 안정적으로 된 게 확실히 눈에 띄었어요.
승일 맞아요. 형이 원래 다리가 느려서 수비를 못했는데, 대학에 가서 살을 빼고 열심히 하니까 수비가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요.
승일 여오현 선수처럼 모든 면에서 잘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어요.
선규 롤모델에 비유하자면 최부식 코치 같은 선수가 되고 싶고, 선수로서는 코트에서 빛을 드러내지 않아도 뒤에서 묵묵하게 코트를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하고 인터뷰 마무리 하겠습니다.
선규 가서 부상 없이 열심히 해서 돌아왔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쭉 잘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
승일 형도 원하는 거 다 이루고 우리 같이 열심히 하자!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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