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자처한 고희진 감독 “날 욕해도 좋다, 선수들을 높은 곳으로 이끌 것” [벤치명암]
- 여자프로배구 / 장충/김희수 / 2023-02-12 18:44:53
고희진 감독의 머릿속에는 온통 KGC인삼공사의 선수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악역을 자처하며 선수들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KGC인삼공사가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25-17, 26-24, 19-25, 25-22)로 꺾고 봄배구 희망을 이어갔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가 경기 최다인 29점을 터뜨리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블로킹에서도 16-5로 GS칼텍스를 압도한 KGC인삼공사는 값진 승점 3점을 획득하며 3위 한국도로공사를 맹렬히 추격했다.
늘 모든 경기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고희진 감독이지만, 이날 경기가 갖는 특별함을 선수들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 고 감독은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지만, 선수들이 분명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을 경기였다. 잘 이겨내고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 감독은 이날 선발 미들블로커로 나선 박은진과 정호영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고 감독은 “경기 중에 정호영을 많이 혼냈다. 조금 더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기록에 만족하면 그 정도 선수로 끝날 수가 있다. 선수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경기가 좀 잘 풀린다고, 국가대표가 됐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고 감독은 이어서 박은진에 대해서도 “박은진의 속공은 분명 경기에 큰 도움이 됐다. 박은진이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보였다. 힘든 경기 속에서 감독이 다그치는 것을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전함과 동시에 분발을 요구했다. 고 감독은 덧붙여 “박은진과 정호영이 중앙에서 범실을 줄여야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겼음에도 고 감독의 인터뷰는 쓴 소리로 가득했다. 선수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고 감독은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고 감독은 “칭찬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칭찬할 것이다. 내 칭찬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높게 잡으면서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 선수들이 나를 욕해도 좋다. 나는 선수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것이다”라고 밝히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GS칼텍스는 시즌 내내 높이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높이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탓이다. 차 감독은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 팀의 구성원들을 잘 조합해서 최선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것이 내 역할이지만, 갑자기 상대방의 높이가 낮아지지는 않는다. 결국 높이를 공격으로 뚫지 못하면 우리는 매 순간이 위기다. 이번 경기도 기회가 없었던 경기는 아니었지만, 높이 차이가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은 확실하다”라며 어려움이 많음을 인정했다.
비록 패했지만 권민지의 활약은 빛났다.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17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도 51.61%로 높았다. 차 감독은 “최근 유서연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앞으로도 권민지가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리시브가 조금 더 보완된다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다”라며 권민지에게 신뢰를 보냈다.
사진_장충/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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