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의 진짜 비상이 시작된다! GS칼텍스 권민지&우리카드 김지한

매거진 / 서다영 / 2022-10-06 18:15:08
  • 카카오톡 보내기

“컵대회는 컵대회고, 정규리그는 정규리그잖아요.” 지난 2022 KOVO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나란히 남녀부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한 GS칼텍스 권민지와 우리카드 김지한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화려하게 빛나던 순간을 애써 뒤로한 두 사람은 어제가 아닌 내일을 바라보고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한 GS칼텍스 권민지
“스스로 욕심을 내야죠”


권민지는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았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고정된 데는 본인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2019년 입단해 아웃사이드 히터부터 미들 블로커, 아포짓 스파이커까지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출전 기회를 받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자신이 품어온 분명한 꿈이 있었다.


그는 “2021-2022시즌을 마친 뒤 감독님께 ‘이제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올해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감독님 역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셔서 포지션을 옮기게 됐다”며 “아웃사이드 히터는 원래 내 포지션이다. 내가 스스로 욕심을 가져야 하는 게 맞다. 지난 시즌을 미들 블로커로 잘 마치고, 새로운 시즌부터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권민지는 8월 순천 컵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그 의지를 증명했다. 첫 풀타임 주전을 소화한 대회에서 63득점(공격 성공률 41.3%)으로 가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20년 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까지 연달아 우승을 거두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하는 등 프로 무대에서 유독 우승과 인연이 깊었던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우승을 못 했는데, 프로에 와서 우승하려고 그동안 못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웃으며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가는 첫 경기였는데 우승해서 정말 특별하다. 앞으로 배구를 하면서도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KOVO컵의 눈부신 활약으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던 권민지는 특유의 쾌활하고 당당한 성격으로 시상식을 마음껏 즐겼다. 시상식 무대에서 돌연 힘차게 소리를 질러 지켜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이런 순간이 언제 또 있겠나 싶어 소리를 질렀다”고 털어놓은 그는 “단상에 올라와서 내가 아니면 또 누가 소리를 지르겠나. 그 순간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기분이 정말 좋았고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권민지는 이제 KOVO컵의 여러 장면을 한층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핸드폰으로, TV로, 또 유튜브로 경기를 돌려보다 보니 벌써 3~4번은 봤다”는 그는 “경기 영상을 보면 볼수록 점점 아쉬운 부분들만 보이더라. 잘못 처리했던 공격이나, 아쉬웠던 리시브, 수비 위치 등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보이기 시작해서 ‘왜 이렇게 했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스스로 느끼기에 부족한 부분들을 확인하면서 자연스레 숙제가 늘었다. 권민지는 “이단 공격도 잘 끊어줘야 하는 포지션인데 거기서 한 번씩 헤맨 적도, 부족한 적도 있어서 그런 부분을 우선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서브도, 리시브도 다 부족해서 지금 전부 다 연습하고 있다”며 “그동안 계속 항상 해오던 것처럼 좋은 마음을 먹고 훈련하고 있다. 항상 열심히 하니까(웃음) 컵대회는 컵대회이고 이제 다시 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보강하면서 훈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권민지는 다정한 칭찬보다 냉정한 평가를 더욱 반긴다.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자신에게는 지금의 따끔한 충고가 더욱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컵대회가 끝나고 감독님께서 그냥 ‘잘 이겨냈다’고 이야기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평소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가끔 해주는 그 칭찬을 듣는 기쁨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사실 감독님께서 잘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들에 더 많이 이야기해주셨고, 나도 그걸 바랐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게 많다. 잘한 건 잘한 거고 컵대회는 컵대회”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로 프로 무대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권민지는 컵대회를 통해 부쩍 성장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뿐만 아니라 코트 안에서 체감한 심리적인 부분들 역시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극한다. “리시브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컵대회를 치르며 멘탈을 계속 잡으려고 했다. 실수도 했지만, 그런 순간들도 모두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많은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경기 중에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으려고 ‘이건 상대가 서브를 잘 때린 거야’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순간들을 넘어갔다. 경기 안에서 멘탈을 잡는 법을 많이 익혔다”고 자신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권민지는 미들블로커로 뛰어온 지난 시간들을 통해서도 축적해온 요긴한 경험들이 많다. 포지션은 바뀌지만, 여전히 쓰임새가 많은 기술이다. “미들블로커로 들어가서 블로킹을 집중적으로 했다. 블로킹을 쫓아가는 판단을 계속하다 보니 보고 쫓아가는 것을 특히 많이 배웠고, 서서히 눈에 보이는 부분들도 생겼다”고 돌아본 그는 “시간차 공격은 물론 아포짓에서 큰 공격도 때리면서 이단 공격도 많이 해봤다. 좋은 공만 때려본 것은 아닌 만큼 힘든 순간 처리해가는 상황도 배웠다”고 평가했다.


컵대회와 정규리그를 철저히 분리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권민지는 누구보다도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정규리그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정식으로 뛰는 첫 경기다. 그만큼 설레는 감정이 크다. 모두가 기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잘해야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부담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는 “경기에 한 번씩 들어가게 되면 큰 점수를 내고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독님에게는 큰 힘이 될 것 같아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훈 인터뷰를 하는 게 개인적으로 세워둔 소소한 목표였는데 이미 컵대회 첫 경기에 이뤄버렸다”며 멋쩍게 웃었던 그는 “정규리그에서도 꼭 수훈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팀이 더욱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게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새로운 시작 앞둔 우리카드 김지한

“99년생 대표하는 선수 될게요”


정든 팀을 떠난 김지한은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리베로 오재성과 함께 한국전력에서 우리카드로 이적해 갑작스레 새 둥지를 틀게 됐다. 2017년 프로 입단 후 두 번째로 트레이드를 경험한 그는 “아쉬운 감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2020년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던 중 현대캐피탈에서 한국전력으로의 트레이드를 통보받았을 당시에는 전역 후 곧바로 팀을 옮기면 됐지만, 지난 8월 컵대회에서 한국전력 소속으로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시즌을 기약했기에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김지한은 “트레이드라는 것이 나를 ‘필요한 선수’로 본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팀에 왔으니 잘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김지한은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된 배경에 대해 “(신영철 감독님께서) 컵대회를 통해 나에 대한 무언가를 보지 않으셨을까”라는 나름의 짐작을 하고 있다. 그는 컵대회 5경기에서 69득점(공격 성공률 49.11%)을 달성하며 한국전력의 대회 준우승에 일조했다. 스스로도 “새로운 시즌을 향한 기대감이 확실히 있었다. 비시즌 때 정말 훈련을 많이 했다. 컵대회를 마치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하면 더 좋아지고, 정규리그 때는 더욱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비시즌이 김지한에게는 작은 터닝 포인트였다. 박철우를 중심으로 끈끈해진 한국전력의 팀 분위기 속에서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자신감을 얻은 점이 효과를 봤다. 그는 “연습경기를 할 때부터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공을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며 “훈련을 많이 하면서 스스로 좋아졌다고 느껴지니 자신감이 생겼고, 주위에서도 공격, 리시브, 서브 모두 늘었다고 많이들 칭찬을 해줬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형들에게 의지하고, 더 편하게 배구를 할 수 있었다. 실제 기술적인 부분에서 모든 부분들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라이징스타로 주목을 받았던 컵대회는 김지한에게 하나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경기를 돌아보면 공격이나 리시브 모두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들이 더 기억난다”는 그는 “그럼에도 나의 존재를 많이 알린 것 같다. 솔직히 그동안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데, 컵대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특히 힘겹게 땀 흘린 지난 시간의 보상을 확인한 것이 김지한의 생각들을 바꿔놓았다. “지금보다 어릴 때는 ‘내가 어려서 못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배구에 간절히 매달리지 않았던 것 같다”던 그는 “이번 컵대회를 통해 비시즌 때 힘들게 연습한 것들이 허투루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더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지한을 우리카드로 불러들인 신영철 감독은 평소 기본적인 자세부터 섬세하게 지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안정적인 리시브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둔 김지한 역시 신영철 감독의 가르침 아래 또 한 번 진화할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트레이드 후 신영철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열심히 키워줄 테니 잘해보자. 열심히만 하면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만큼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제 김지한은 새로운 팀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정말 밸런스가 좋은 팀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족한 게 없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는 잘하는 형들이 많아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새로운 시즌에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또 나를 더 확실히 알리고 싶다.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그는 V-리그에서 특별한 존재가 됐다. 우리카드로 팀을 옮기면서 등번호를 전례 없는 99번으로 정한 까닭이다. “새 시즌부터 등번호를 99번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99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동안 이 번호를 쓴 선수가 없기도 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번호 중 가장 마지막 번호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내가 1999년생이라 99번을 고른 것도 있다. 99년생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글. 서다영 객원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