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야전사령관, 우리카드 한태준의 빛나는 손 끝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4-02-06 18:10:46
고등학교 재학 시절 모든 대회를 휩쓸면서 큰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 선수는 남들보다 일찍 프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프로 2년 차에 팀의 야전 사령관 역할을 맡았고, 돌풍의 주역이 됐다. 우리카드가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할 수 있게 중심을 잡고 있다. 2004년생의 주전 세터 한태준의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
2024년 가장 기대되는 라이징스타
Q. 2년 전 대한항공 유광우와 멘토링 이후 오랜만에 <더스파이크>와 만납니다.
처음에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어리벙벙했는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에 성적이 좋다 보니까 많이 주목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Q. <더스파이크> 신년호에서 배구 전문가들이 뽑은 2024년 라이징 스타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혹시 알고 있었을까요.
기사를 평소에도 관심 있게 보는데, 제가 많이 주목 받아서 감사했어요. 뽑아주신 거에 보답을 드려야 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Q. 프로 2년 차에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데뷔 시즌과 비교하면서 정말 많은 게 달라졌어요.
아무래도 경기를 뛴다는 게 크게 달라진 것 같아요. 코트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깐 경기를 뛰는 것 자체에 재미를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 비시즌 동안 훈련은 어떻게 하면서 보냈나요.
훈련의 70%는 제 훈련이었어요.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는데, 옆에서 형들이 이끌어주고 도와주신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지난해 7월에 열렸던 구미 KOVO컵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로 코트를 밟았습니다.
사실 KOVO컵은 기억이 잘 안나요. 원래 긴장을 안하는 성격인데, 그때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제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모르겠고, 플레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 팀한테 나쁜 영향을 미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KOVO컵 끝나자마자 시즌 준비는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Q. 이번 시즌 개막전이었던 삼성화재 경기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오히려 시즌 시작하고 나서는 긴장이 많이 풀렸어요. 비록 출발은 아쉬웠는데, 코트 안에서 선수들끼리 마음가짐부터 간절함이 컸어요. 하나로 잘 뭉친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대한항공과 1라운드 맞대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65분의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본인의 블로킹으로 끝냈어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게 직전에 제가 큰 범실을 하나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이기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거든요. 마지막 블로킹은 어떤 블로킹보다 손맛이 가장 짜릿했던 것 같습니다.
Q. 프로 1년 차 때 교체로 들어간 데뷔전에서 지고 나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멘탈도 많이 강해진 것 같은데, 본인 스스로 생각했을 때는 어때요.
옆에 있는 형들이 더 이끌어주는 덕분에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 역시 마음을 달리 먹으면서 행동도 변했어요. 작년에는 아무래도 교체로 들어가다 보니 ‘분위기만 바꾸자’는 생각으로 했다면 지금은 ‘내가 끌고 가야 한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어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려고 하다 보니 더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수성고 돌풍의 중심
“지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Q. 수성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성고에서 보낸 고등학교 3년을 되돌아보면 어때요.
고등학교 3년을 보내면서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똘똘 뭉치는 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수성고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8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삼성화재 이재현이 졸업한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 주전 세터를 넘겨 받았고, 48연승이라는 기록도 만들었어요.
(이)재현이 형은 잘하지만 굉장히 열심히 해요. 1학년 때는 형에게 배우는 게 많았어요. 토스 스타일이 저랑 다르지만 파이팅하는 것부터 팀원들을 이끄는 모습을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주전 세터를 넘겨 받은 뒤에 사실 연습을 하면서 기록을 지키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제가 3학년 때 기록이 깨지면서 형들한테 죄송하다는 마음이 컸어요(2022년 대통령배 당시 경북사대부고에게 패하면서 수성고의 연승이 깨졌다). 그래도 지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성장할 수 있잖아요. 당시에는 많이 슬펐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우승이 있나요.
2학년 전국체전 금메달이요. 당시 결승전에서 속초고를 만났는데 당시 코로나19로 인해서 제약이 많았어요. 경기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려서 힘들었고 5세트까지 갔어요. 5세트 때 분위기가 완전히 속초고로 넘어갔는데 우리의 간절함으로 역전하고 우승했기에 뜻깊고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Q. 그러면 가장 아쉬운 경기는 뭔가요.
3학년 태백산배에서 준우승을 한 게 제일 아쉬웠어요. 그때도 상대가 속초고였어요. 예선에는 이겼는데 결승 가서 졌기에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 코치님한테 먼저 가서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감사하게도 코치님이 ‘괜찮으니 다시 준비 잘해서 우승해보자’고 좋은 말씀해주셔서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있었던 종별선수권에서 진짜로 우승을 차지했고요.
Q. 고등학교 3학년 때 U20 대표팀에 다녀왔습니다.
대표팀 때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었지만 또래 형 친구들이랑 가니깐 재밌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는 누구였나요.) 저는 이란 대표팀과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졌긴 했지만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보려고 했던 게 의미가 컸어요. 한국 돌아가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얻었고, 져서 배운 게 더 많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프로에 왔습니다. 프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아버지랑 상의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이번 프로 선택도 그랬어요. 고등학교 진학 때 아버지랑 의견이 달랐는데 아버지가 자기 한 번 믿고 가라고 한 곳이 수성고였거든요. 수성고에서 잘 됐기에 대학교랑 프로 진출을 고민할 때 아버지가 프로를 제안해주셨어요. 저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거든요. 더 배워서 나가고 싶었는데, 아버지 말을 믿고 한 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남들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누리는 대학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요.
대학교 1학년 때 나왔으면 아쉬웠겠지만 한 번도 안해봤기에 아쉬움은 없는 것 같아요. 원래 경험을 하고 난 이후에 아쉬움이 크잖아요.
Q. 성인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요.
운동 선수라면 무조건 꿈꾸는 게 국가대표라고 생각해요. 저도 꿈꾸고 있고요. 제가 갈 길을 가면서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질문하고 한태준이 대답한다
l.hayoun9 이름도 예쁜 태준선수님! 선수님 이름에 담긴 뜻이 너무 궁금해요!
‘곧을 태(兌)’에 ‘높은 준(峻)’라는 한자를 씁니다. 높고 곱게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Bae_rer_kim 배구선수가 아니였다면 무슨 일을 했을 것 같나요?
배구 선수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운동을 찾아서 했을 것 같아요.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었기에 어렸을 때부터 공부방은 안 갔어요. 예체능을 좋아했지만 음악은 약했어요. 그래서 배구를 안했더라도 다른 운동을 했을 것 같습니다.
Macil.0 경기 끝날 때 마다 많은 팬분들한테 선물을 받으실 텐데 제일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을까요?
막 20살이 됐을 때 케이크에 제 사진을 넣어서 선물해주신 분이 계세요. 그 분이 제가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응원해주시는 분이라 제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0isxee 경기 당일 루틴이 있으신가요?
루틴은 제가 잘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만들다가 깨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게임에 대한 걱정도 커져요. 루틴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굳이 하나 꼽자면 출발하기 전에 샤워를 해요.
김다현 경기 때 항상 다리를 완전히 가리는 복장인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타이즈가 근육을 잡아주는 역할이에요. 경기가 끝나고 피로도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Narnxw05 2년차 세터에 중요한 포지션이다 보니 부담감이 많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때마다 부담감을 떨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스스로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옆에서 형들이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요. 제가 말의 힘을 믿는 성격이라 좋은 말을 듣고 나서 동기부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e._.s0l_ 자주 듣는 노래와 최애곡이 궁금합니다.
정국의 ‘seven’이랑 ‘3D’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정국님이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운동을 하다보니깐 ‘seven’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곡에 꽂히면 계속 그 곡만 듣는 것도 있어요.
Vollm_1014 취미 궁금합니다.
누워서 핸드폰 보는 것도 취미일까요?(웃음). 굉장히 좋아합니다.
박소은 소확행이 있을까요.
운동 끝나고 사우나 다녀오는 게 제 소확행입니다.
김가연 숙소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영준이 형이랑 룸메이트예요. 제가 처음 숙소에 들어갔을 때 방 문고리가 고장나서 한 번 닫으면 안 열렸어요. 그래서 저희가 문을 잘 안 닫았는데, 어느날 낮잠을 잘 때 닫아버린 거죠. 자고 일어났는데 완전히 갇혀버렸어요. 전화를 드려서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운동에 늦게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고쳐질 때까지 누워있었는데 좋았습니다(웃음).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영상. 박진이 에디터
(더 다양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2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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