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다’ 한국, 풀세트 혈전 끝에 인도네시아 제압 [아시아선수권]

국제대회 / 김희수 / 2023-08-23 18:18:42
  • 카카오톡 보내기

자칫하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할 뻔 했다. 한국이 그야말로 지옥의 문턱까지 갔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한국이 23일 이란 우르미아에서 펼쳐진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선수권 12강전에서 인도네시아를 세트스코어 3-2(25-16, 19-25, 22-25, 25-19, 16-14)로 꺾고 6강에 올랐다.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1세트를 좋은 경기력으로 가져올 때까지만 해도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2세트부터 급격히 늘어난 범실과 사이드아웃 능력의 부재로 패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은 4세트 초반부터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고, 5세트에도 10점대 이후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세트 초반, 허수봉이 좋은 활약으로 한국에 먼저 리드를 안겼다. 4-3에서 파르한 하림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한 뒤, 곧바로 정지석의 2단 연결을 받아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6-3을 만들었다. 수비와 연결에서 다소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며 흔들리던 인도네시아는 악재까지 맞닥뜨렸다. 7-9에서 도니 하리오노가 블록 후 착지 과정에서 같이 블록을 뜬 헨드라 쿠르니아완의 발을 밟으며 부상을 당한 것. 결국 도니는 들것에 실려 코트를 빠져나갔다.

한국은 황택의가 지난 두 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경기를 여유롭게 운영했다. 특히 나경복과 정지석에게 올리는 파이프 패스가 깔끔했다. 여기에 허수봉까지 여전히 좋은 결정력을 보인 한국은 파르한의 파이프가 범실에 그치며 16-11로 중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정지석의 다이렉트 공격과 블로킹 연속 득점으로 20점 고지에 올라선 한국은 이후에도 허수봉의 서브 득점과 정지석의 대각 공격이 터지며 세트포인트에 도달했고, 24-16에서 말루하마드 말리지의 속공이 범실에 그치며 가볍게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도 한국이 먼저 좋은 흐름을 잡았다. 5-5에서 허수봉과 정지석이 각각 파리 셉티안 푸트라타마의 퀵오픈과 헨드라의 속공을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인도네시아는 주포 파르한을 활용해 반격하려고 했지만 세터 디오 줄피크리와 파르한의 파이프 호흡이 어긋났고, 이후 정지석이 찬스 볼을 놓치지 않으며 한국이 먼저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도달했다. 파르한은 파이프가 어긋나는 과정에서 발목 쪽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낀 듯 보였고, 정지석이 강력한 서브로 흔들리는 파르한을 공략하며 한국이 12-8로 앞서갔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아길 앙가 앙가라의 화력을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아길은 한국의 높은 블록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펼치며 인도네시아의 13-14 1점 차 추격에 앞장섰고, 급기야 14-14에서도 과감한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역전까지 이끌었다. 여기에 파르한과 헨드라의 서브 득점까지 터진 인도네시아는 19-15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세트 후반 한국은 계속해서 인도네시아에 브레이크 포인트를 허용하며 무너졌고, 19-24에서 헨드라에게 속공을 허용하며 2세트를 인도네시아에 내줬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채 맞이한 3세트, 양 팀의 팽팽한 초반 접전이 이어졌다. 인도세니아는 파르한이, 한국은 허수봉이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줬다. 좀처럼 점수 차가 벌어지지 않던 상황에서 정한용이 해결사로 나섰다. 9-9에서 퀵오픈-블로킹-연타로 혼자 3연속 득점을 책임졌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도 아길의 공격과 말루하마드의 속공으로 빠르게 반격하며 곧바로 따라붙었고, 잠시 이어졌던 한국의 리드는 금세 사라지고 다시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16점에 먼저 도달한 쪽은 인도네시아였다. 15-14에서 파르한이 한국의 블로커들을 뚫고 중요한 득점을 올렸다. 파르한은 17-15에서도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한국의 블록을 무효화시키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반면 한국은 19-20에서 임동혁이 서브 범실을 저질렀고 나경복의 파이프는 네트에 걸리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국은 21-23에서 허수봉이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최후의 반격에 나섰지만 아길이 바로 사이드아웃을 만들었고, 22-24에서 나경복의 공격마저 범실이 되며 3세트 역시 인도네시아가 가져갔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정지석의 활약으로 4세트 초반 기세를 올렸다. 정지석은 2-1에서 아길의 퀵오픈을 블로킹으로 차단한 데 이어 재치 있는 오픈 공격까지 성공시키며 팀에 4-1 리드를 안겼다. 인도네시아는 파르한이 4-7에서 블로킹과 오픈 처리로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점수 차를 1점 차까지 좁혔지만, 디오의 서브 범실과 아길의 대각 공격 범실이 나오며 다시 7-11로 뒤처졌다. 여기에 허수봉의 블로킹과 제이센 나타나엘 킬란타의 오버네트까지 더해지며 한국이 14-8의 리드를 잡았다.

인도네시아가 계속된 범실로 자멸하는 사이 한국은 조금씩 분위기를 살렸다. 4세트 선발로 나선 김민재의 B속공이 터졌고, 김민재의 대표팀-소속팀 선배 김규민도 질세라 노련한 B속공 처리 능력을 선보였다. 허수봉의 화력 역시 여전했다. 허수봉의 백어택으로 20-14를 만든 한국은 계속해서 인도네시아를 몰아붙였고, 파르한의 서브 차례마저 범실로 한 번에 끝나며 한국이 승기를 잡았다. 결국 24-19에서 아민 쿠르니아 산디 아크바르의 서브가 범실이 되면서 경기는 5세트를 향했다.


5세트 들어 한국은 허수봉이 높은 공격 점유율을 순도 높은 성공률로 책임지며 팀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잦은 서브 범실로 인해 경기의 흐름을 장악하지는 못했고, 7-7에서 헨드라의 속공이 나오며 반환점에는 인도네시아가 먼저 도착했다. 인도네시아는 8-7에서 황택의와 정지석의 호흡이 흔들리는 사이 파리가 반격을 성공시키며 5세트 들어 처음으로 2점 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8-10에서 간신히 인도네시아의 덜미를 잡았다. 아길이 서브와 공격에서 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승부가 다시 원점이 된 것. 이후 정지석의 강서브가 아길의 센터라인 침범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11-10 역전까지 성공했다. 이후 양 팀은 한 번씩 비디오 판독으로 점수를 챙기며 13-13까지 접전을 벌였고, 양 팀의 세터들이 나란히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5세트는 듀스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위기에서 영웅이 탄생했다. 정한용이 14-14에서 결정적인 서브 득점을 터뜨렸다. 직후에 정지석이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한국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진_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