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의 자신을 넘어선 임동혁, 패배 속에서도 빛났던 비예나와의 ‘쇼다운’
- 남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3-12-10 17:34:06
2년 전의 자신이 세웠던 기록을 깨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팀은 패배했지만 임동혁의 분투는 대단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이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1-3(25-23, 29-31, 22-25, 22-25)으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33개의 범실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정한용은 8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흔들렸고, 늘 굳건했던 한선수마저 6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2라운드 최종전에서 우리카드에 패하며 선두를 내준 뒤 이어지는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항공이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아포짓 임동혁이다. 임동혁은 이날 블로킹 1개‧서브 득점 2개 포함 42점을 퍼부으며 엄청난 화력을 뿜어냈다. 공격 성공률은 66.1%에 달했고, 백어택 득점만 13점이었을 정도로 전-후위도 가리지 않았다. 임동혁은 2021년 10월 27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웠던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38점)을 가볍게 갈아치우며 기억에 남을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매 세트 임동혁과 KB손해보험의 에이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펼치는 에이스 맞대결, 이른바 ‘쇼다운’이 벌어졌다. 양 팀의 아포짓은 물오른 공격력을 과시하며 상대의 블록과 수비를 무너뜨렸다. 두 선수 모두 40점‧공격 성공률 60%를 돌파했을 정도였다(비예나 – 43점, 공격 성공률 68.33%). 그야말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친 두 선수였다.
두 선수의 ‘쇼다운’이 가장 흥미진진하게 흘러간 세트는 기나긴 듀스 접전이 이어졌던 2세트였다. 20점대 이후 두 선수는 상대 팀 블로커들과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가볍게 박살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20-20에서 임동혁이 KB손해보험의 쓰리 블록을 상대로 재치 있는 투 핸드 페인트 공격을 구사하자, 비예나는 23-24에서 전위 높이 강화를 위해 마크 에스페호(등록명 에스페호)까지 들어온 상태임에도 가볍게 투 블록을 뚫는 득점으로 응수했다.
26-26에서도 좋은 공격으로 나란히 점수를 주고받은 두 선수는 세트 막바지에도 계속해서 화력을 끌어올렸다. 먼저 임동혁이 홍상혁과 김홍정의 타이밍 좋은 투 블록을 상대로 호쾌한 직선 공격을 성공시키자, 비예나도 김규민과 곽승석을 상대로 라이트 백어택을 터뜨렸다. 듀스 접전의 결말은 정한용의 범실과 홍상혁의 연타를 통한 KB손해보험의 승리였지만, 두 선수의 정면승부는 승패와 관계없이 흥미진진했다. 2세트 20점 이후에만 임동혁이 7점, 비예나가 5점을 올렸을 정도로 세트 후반을 지배한 두 선수였다.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임동혁은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120% 해낸 경기였다.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고 팀의 연패가 시작된 시점에서 임동혁은 만만치 않은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것은 임동혁 개인은 물론 대한항공이라는 팀에도 고무적인 요소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역시 임동혁에 대해서는 “정말 잘해줬다. 비예나를 상대로 잘 싸웠다”며 칭찬을 건넸다.
몇몇 경기에서는 패한 팀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는 선수들이 나온다. 이날의 임동혁도 그런 선수였다. 그의 활약은 연패라는 결과로는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음 경기다. 임동혁은 이날의 활약을 계속 이어가야 하고, 팀은 그의 활약이 온전히 주목받을 수 있도록 승리를 거둬야 한다.
사진_KOVO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