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캡틴’ 전광인이 현대캐피탈에 불러올 나비효과
-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하림 기자 / 2021-12-26 17:26:37
“팀이 어려지니 저도 어려지는 느낌이 드네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귀전이었다. 전광인은 21개월의 기다림 끝에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광인의 복귀전을 보기 위해 천안 유관순체육관에는 1669명의 많은 팬들이 찾아왔다.
경기 전 최태웅 감독은 “전광인이 들어가면 수비가 강화될 것이다. 배구를 읽는 능력이 좋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당황하고 흔들릴 때 잡아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광인은 전광인이었다. 복귀전부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26일 OK금융그룹 경기에서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받아냈다. 19번의 시도 중에 12번을 정확하게 올리며 57.89%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전광인은 “많이 떨렸다. 설레는 감정도 들었다. 팬분들 앞에서 2년 만에 모습을 보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라고 털어놨다.
복귀 후 첫 득점을 올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1세트에 기회가 왔었지만 상대 블로킹에 막히고 말았다. 전광인은 “초조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다른 걸로 도움을 주면 된다. 공격은 세터가 나를 필요할 때 올리면 처리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수비랑 서브에서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2세트에 이르러 공격 득점이 나왔다. 이후 모든 게 술술 풀렸다. 블로킹 득점뿐만 아니라 서브에에스까지 터지며 유관순 체육관에는 전광인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이날 전광인은 블로킹 2개와 서브 1개를 포함해 7점을 기록했고 50%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광인은 “처음 공격했을 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역시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웃었다.
전광인의 존재감은 여러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으로 다가왔다. 허수봉은 리시브에 부담감을 덜어내자 공격력이 올라갔다. 이날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인 17점(63.64%)을 올렸다. 김명관은 공이 안정적으로 올라오자 다양한 공격 패턴을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수비뿐만 아니라 서브도 좋았다. 이날 경기에서 전광인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7번의 서브 시도를 가졌다. 전광인이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 중앙에선 블로킹으로 답했다. 현대캐피탈은 1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전역 이후 돌아온 팀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본인보다 어린 선수들이 더 많아졌다. 전광인은 “많이 어려졌다. 우리 세대랑 다른 세대라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맞춰서 적응하고 있고 같이 있으면 나도 어려지는 느낌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팀 분위기와 더불어 위치도 달라졌다. 최태웅 감독의 부탁으로 주장 마크를 달게 됐다. 전광인은 “코트에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중심을 잡아야 할 선수가 필요했는데 이 역할을 감독님께서 나한테 부탁했다. 코트에 있는 동안 이걸 생각하면서 형들이랑 후배들하고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미복귀 전역 이후 팀원들과 20일간의 짧은 합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전광인은 “연습했을 때는 70~80% 정도 맞춰쳤다고 생각했는데 경기를 막상 하니 아니었다. 호흡이 몇 프로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잘 맞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으니 좋은 날이 많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랜만에 코트를 밟은 만큼 마음가짐도 더 단단해졌다. 전광인은 “조심스러워지고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됐다. 전에는 거침없이 하는 게 많았다면 나도 모르게 몸 걱정을 많이 하게 되더라. 근데 공을 보면 쉽게 변하지 않더라(웃음). 그래도 마음을 많이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은 지원군 전광인과 함께 반등에 나선다. 전광인도 “치고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걸 먼저 많이 다져놔야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합이 나오면 저절로 승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_천안/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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