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바이러스’ 박혜민의 싱그러운 꿈 "여러분, 제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 매거진 / 김희수 / 2023-12-12 17:14:22
“제가 혹시 해피 바이러스를 드리나요? 뿌듯합니다!” 인터뷰 내내 정관장의 훈련장에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박혜민은 밝게 웃으며 뿌듯함을 표했다.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박혜민은 이제 자신의 ‘해피 바이러스’를 선수로서 코트 위에서도 전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을 가졌다. 또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겸손함을 유지했고, 그 겸손함 속에서도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욕심만큼은 고이 간직했다. 이토록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박혜민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꿈을 꾼다.
Q. 안녕하세요! 21년 7월, 22년 9월 이후 세 번째로 <더스파이크>와 만나게 됐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소감을 여쭙겠습니다!
이렇게 경기장 밖에서 하는 인터뷰는 되게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하면 할수록 편해지는 것 같아요!
Q. 먼저 이전에 하셨던 두 번의 인터뷰 당시와 지금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가벼운 질문들을 몇 개 드리면서 인터뷰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때도 배구 잘하고 싶다고 했던 건 기억나는데, 지금도 똑같아요.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엇, 이건 아직 본격적인 질문은 아닙니다.) 아, 그래요? 착각했어요(웃음). 벌써 시작한 줄 알았네!
Chapter 1. 과거 인터뷰 돌아보기
'셀카요? 편하게 찍으려고 하고 있어요'
Q. MBTI가 ESFJ였던 나, 그대로인가요?
지금도 누가 MBTI를 물어보면 그렇게 답하긴 하는데, “네가 J라고?” 하는 얘기 많이 들어요. 운동을 할 때는 J가 맞는데, 일상생활을 할 때나 놀 때는 완전 P인 것 같습니다. E랑 I도 좀 왔다갔다하고요. 그냥 MBTI는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웃음).
Q. 셀카 찍는 게 너무 부끄러웠던 나, 그대로인가요?
촬영을 할 때 표정 짓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셀카도 좀 부끄러워했었죠. 그래도 지금은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어주시고, 또 팬분들이 제 사진을 보면 좋아하시니까 편하게 찍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조금 편해졌어요!
Q. 집순이였던 나, 그대로인가요?
네. 저는 바깥을 돌아다니면 기가 너무 빨려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체력이 좋아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힘들어요. 저는 카페인도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커피 마시러도 딱히 안 가요. 밥 먹으면 그냥 눕는 게 최고입니다.
Q. ‘소심한 B형’이었던 나, 그대로인가요?
음, 지금도 대범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또 어느 부분에서는 좀 대범한 것 같기도 하고…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Chapter 2. 현재 살펴보기
'프로에 온 뒤 가장 많은 연습량을 소화한 것 같아요'
Q.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먼저 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정관장은 팀 이름부터 방향성까지 많은 것이 변했는데요, 지난 시즌과 비교하자면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변한 부분이 정말 많죠. 공도 바뀌었고, 팀 이름도 바뀌었고, 유니폼과 제 등번호, 포지션까지 다 바뀌었으니까요. 또 비시즌 때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저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연습 때는 잘하는데 경기에만 들어가면 긴장을 많이 하는 부분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스스로도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저는 이런 수많은 변화들을 제가 다시 한 번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비시즌 훈련 강도가 어마어마했다는 소문도 자자한데, 도대체 얼마나 하신 건가요(웃음).
프로에 온 뒤 가장 많은 연습량을 소화한 것 같아요. 하루하루 후회 없이 그것들을 해내려고 노력했고요. 진짜, 진짜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했습니다(웃음). 그만큼 힘든 하루가 끝나고 나면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웃음).
Q. 이번 시즌에는 세터의 대각에서 이른바 ‘리시빙 아포짓’ 롤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뛰게 된 이유와 어려움은 없는지가 궁금해요.
메가와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공격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저의 가장 큰 역할은 리시브를 잘하고 2단 연결을 잘 해주는 거예요. 그 부분에 중점을 둔 변화였어요. (추가로 고희진 감독은 세터의 대각에 박혜민을 배치하는 것이 전위 공격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포메이션을 활용하면 메가와 지아 중 한 명은 반드시 전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안 뛰어본 자리다보니 어려운 부분은 물론 있죠. 하지만 많은 연습을 했기 때문에 잘 녹아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 불편함은 없어요.
Q. 정관장이라는 팀도, 박혜민이라는 선수도 중간에 슬럼프를 겪지 않고 끝까지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꾸준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선수 스스로도 기복이 커지면 멘탈적으로 이겨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연습량이 많기 때문에(웃음)! 하던 대로 잘 해나간다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감독님도 항상 경기라고 더 긴장하지 말고, 연습 때처럼만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걸 실제로 해낼 수만 있다면 기복을 없앨 수 있을 겁니다!
Q. 새롭게 바뀐 사용구인 미카사에 대한 체감은 좀 어떤가요?
사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되게 힘들었는데, 그래도 저는 스타보다는 미카사가 저랑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코치님들이 장난 식으로 “야~ 혜민이는 공 바꾸길 잘했다~”고 말하실 정도로요(웃음). 잘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혜민 선수도 어느덧 6년차가 됐고, 팀에는 후배들도 많아졌습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떤 언니이자 선배인가요?
음, 뒤끝 없는 선배요(웃음). 저는 뒤에서 절대 이야기하지 않아요. 앞에서 다 말하는 스타일! (효서 선수가 저랑 인터뷰했을 때 야자타임 할 수 있을 것 같은 선배로 혜민 선수를 고른 걸 알고 계시나요?) 예? 와, 내가 만만한가봐(웃음). (참고로 다른 선택지는 염혜선-이소영 선수였습니다.) 아, 그렇게 세 명이면 저 고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Q. 지금 팀에서 가장 죽이 잘 맞는 후배는 누가 있을까요?
음, 아무래도 (정)호영이? 같은 학교이기도 했으니까요. (호영 선수는 혜민 선수 머리 감겨주는 게 재밌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호영이가 어지간한 미용실보다 머리 잘 감겨줘요. 엄청 시원해요. 누구나 한 번씩 너무 피곤해서 씻기 귀찮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호영이가 저를 오라고 하면 가서 호영이의 손에 제 머리를 맡깁니다. 트리트먼트까지 해줘요(웃음).
Q. 이번 시즌에는 마치 과거의 혜민 선수와 입장이 비슷한 트레이드 이적생들(김세인, 안예림)도 있었죠. 두 선수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저는 트레이드되는 게 안 좋은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으니까 이뤄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선수도 지금 정말 열심히 잘 해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팀에 온 만큼 더 열정적으로, 더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Chapter 3. 박혜민의 주변 사람들
'소영 언니는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되는 선배예요'
Q. 추가로 혜민 선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인물을 제시하면 그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를 짧게 말씀해주신 다음, 더 자세한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면 될 것 같아요. 먼저 박혜민에게 고희진 감독님이란?
저에게 감독님이란, 츤데레?(웃음) 감독님은 경상도 남자라서 말은 거칠게 하시지만, 마음은 여리시고 선수들 생각도 정말 많이 해주시는 분이에요. 저희 때문에 고생도 많으시고요(웃음). 고생하시는 감독님을 위해 앞으로 더 잘해야겠어요. 감독님은 연습 때마다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세요.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조언을 해주시고요. 어느날 문득 너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도 이야기해주시고,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상들을 보내주신 적도 있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Q. 두 번째 인물입니다. 박혜민에게 이소영이란?
아, (이)소영 언니 지금 저한테 삐졌어요. 언니가 옆에서 저를 많이 도와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는데, 제가 (황)민경 언니 영상 보고 플레이 따라한다, (문)정원 언니 수비 위치보고 따라한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좀 했더니 그걸 듣고선 “나 이제 너한테 안 알려준다”면서 삐져버렸어요(웃음). 사실 이건 그냥 서로 장난치는 거고요, 소영 언니는 저한테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선배에요. 멘토 같은 존재랄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 포지션의 경쟁 상대이기도 한데, 그 부분에 대한 의식은 하지 않나요.) 저는 저희가 경쟁 상대가 되기보다는, 서로가 힘들 때 도와주고 채워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인물 제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박혜민에게 가족이란?
가족…저한테 가족이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항상 제 편이 돼주고, 제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해주면서도 누구보다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람들이죠. 보고 싶어요! 다들 못 본지가 좀 오래됐네요. (지금 공군에 있는 남동생을 탐내는 동료 선수들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정호영이 정말 탐냅니다(웃음). 동생이 보기와는 다르게 애교가 많고 귀엽거든요. 호영이가 “언니, 민기 씨(남동생의 이름)는 저 안 만나줘요?”라고 하길래 조용히 하라고 했어요. 아 참, 저희 호영이의 ‘님’을 찾고 있습니다. 저희 호영이 착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깔끔합니다. (그 ‘님’으로 민기 씨는 안 되는 걸까요?) 네, 민기는 빼고요(웃음).
Chapter 4. 미래 이야기
'가족들에게 행복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Q. 이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물론 출전 수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번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FA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아요. 그런 걸 의식하면 되던 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냥 하나하나의 플레이에 후회를 남기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Q. 배구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전 욕심이 되게 많아요(웃음). 발전하고 싶은 부분은 정말 많죠! 오히려 마음에 드는 부분이 별로 없을 정도로요. 공격, 수비 모든 부분에서 더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어요! 가까이에 있는 목표라면 기복 없는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것과 경기가 끝나고 나서 침대에 누웠을 때 후회가 들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이 있겠네요. 먼 미래의 꿈은…음…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배구선수 말고, 인간 박혜민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소망도 궁금합니다. 소소한 것도 좋고, 큰 꿈도 좋아요!
와, 이것도 어렵다(웃음). 으으음…뭐가 있을까…1순위는 엄마, 아빠,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거예요! 엄마랑 아빠가 결혼을 좀 일찍 하셨고, 그 덕에 할머니도 일찍 할머니가 되셨거든요. 제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그런 부모님과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게 됐어요. 지금 제 나이쯤에 부모님은 아이를 낳고 키우시면서 일까지 하셨을 거고, 할머니도 그런 부모님을 열심히 도와주셨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엄마, 아빠, 할머니가 우리 남매 키우느라 고생하신 만큼 제가 그 고생보다 몇 배 더 큰 행복을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Q.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으실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자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자신에게 칭찬의 한 마디와.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하라는 격려의 한 마디를 건네 볼까요?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제가 프로에 와서 이렇게 오래 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저에 대한 자신도, 확신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는 것이 제 목표고,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혜민아, 정말 고생 많다(웃음). 하지만 그 모든 게 다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초심 잃지 않고 후회 없이 했으면 좋겠어요! 파이팅!
Bonus. 박혜민의 밸런스 게임!
Q1 멤버 공백이 생긴 ‘블랙펑크(과거 정호영-박혜민-고민지-박은진이 구단 유튜브 컨텐츠를 통해 결성한 정관장의 4인조 걸그룹(?)이다. 고민지가 현대건설로 이적하면서 멤버 공백이 발생했다)’에 새 멤버를 영입한다면? - 곽선옥 vs 김세인 vs 최효서
(블랙펑크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하…최효서요! 부끄러워하면서도 할 거 다 하는 스타일이라서요(웃음). 효서가 끼가 좋아요.
Q2 최고의 조건으로 정관장 제품의 메인 광고모델이 되는 대신, 계약기간 내내 생수 대신 홍삼수만 마셔야 한다면? - 한다 vs 안 한다
에이, 한다! 무조건 한다!!! 홍삼수 정말로 맛있어요! (몇몇 선수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길래 여쭤봤죠.) 에, 진짜로 좋은데! 저는 잘 마십니다. (이 대답을 지켜보던 구단 관계자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Q3 남은 시즌 동안 둘 중 하나를 꼭 해야 한다면? - 메가와 통역 없이 같은 방 쓰기 vs 식사 시간에 항상 고희진 감독과 단둘이 밥 먹기
하아…(감독실 쪽을 흘끗 쳐다보며 귓속말로) 메가와 방 쓰기. 들키기 전에 빨리 패스해주세요. 감독님 사랑합니다~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끝으로 정관장과 혜민 선수를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정관장 응원 많이 해주시고, 저도 응원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서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12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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