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곽승석의 평정심 “우리카드전? 늘 있는 경기 중 하나일 뿐, 하던 대로 하겠다”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3-11-26 00:00:49
  • 카카오톡 보내기

리그 초중반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빅 매치가 다가왔지만, 베테랑 곽승석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그저 늘 하던 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할 뿐이다.

대한항공은 시즌 개막 전 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공수에서 역할이 큰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이 허리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것. 정지석의 복귀 일정은 2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까지도 확정된 바가 없는 상태다. 힘든 상황 속에서 곽승석은 굳건하게 팀을 지탱했다. 그는 13살 터울인 후배 정한용과 함께 정지석의 빈자리를 메우며 팀의 살림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도 곽승석은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블로킹 2개 포함 10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72.73%에 달했다. 리시브 효율 역시 50%로 높았다. 곽승석의 활약에 힘입은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5-21, 25-16, 25-23)으로 완파하며 승점 25점을 마크, 한 경기를 덜 치른 우리카드(승점 22)를 제치고 리그 선두에 등극했다.

경기 후 곽승석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잠시 미팅을 가진 뒤 인터뷰실로 들어왔다. “우리가 한 경기를 더 치르긴 했지만, 1위가 돼서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전한 곽승석은 “최근에 현대캐피탈이 패턴 플레이에 변화를 주고 있어서, 이에 맞춰 연습을 했다. 또 경기 중에 교체도 잦았는데, 들어오는 선수의 특성에 맞게 전술을 수정하면서 플레이했다”고 상대의 다양한 변화들에 대응한 방식을 소개했다.

이날 곽승석이 잡아낸 블로킹 2개는 모두 1세트에 나왔는데, 두 블로킹 모두 1세트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적인 블로킹이었다. 곽승석은 먼저 13-12에서 차영석의 속공을 블로킹으로 잡아낸 장면에 대해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가 짧은 리시브를 받은 상황이라 공격에 가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속공수에게 맨투맨 블록을 붙었다”는 설명을 들려줬다. 이어서 18-16에서 아흐메드의 공격을 단독으로 가로막은 장면에 대해서도 “아흐메드의 공격 폼을 끝까지 본 뒤에 직선을 막았는데 잘 통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곽승석은 원래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지만, 서브 범실이 잦아지면서 플로터 서브를 섞어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안정적이면서도 위협적인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다. 11개의 서브를 때리면서 범실은 1개에 불과했다. “서브 토스가 안 좋아서 맞춰 때렸는데도 범실이 나오면 멘탈이 더 흔들리는 것 같았다”고 밝힌 곽승석은 “그래서 그냥 자신 있게 던지고 자신 있게 때리자는 마인드로 서브를 구사하고 있는데, 다행히 잘 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18일 한국전력전은 이번 시즌 대한항공이 치른 최악의 경기였다. 공수 양면에서 전혀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경기 이후 두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오히려 패배 이전보다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비결을 묻자 곽승석은 “유난히 한국전력전에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진 건 진 거니까 선수들끼리는 다음 경기 준비를 잘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이미 끝난 경기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는 대답을 내놨다.

정지석은 여전히 코트 위에 없다. 그러나 곽승석과 정한용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과 정지석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팀에서 몸 관리를 잘 해주고 계셔서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또 (정)한용이가 지금을 기회로 엄청 성장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대견하다”며 아직은 정지석이 없이도 버틸 만함을 밝힌 곽승석은 “(정)지석이가 빨리 돌아오면 더 좋겠지만 아직 일정이 확실치 않으니까, 계속 잘 버티면서 지석이가 오길 기다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한항공의 다음 상대는 우리카드다. 순위표 최상단을 나란히 지키고 있는 두 팀의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다. 그러나 곽승석은 “다들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딱히 상대가 우리카드라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늘 있는 경기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늘 하던 대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베테랑다운 평정심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곽승석은 천안을 찾아준 원정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도 팬 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힘이 났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베테랑 곽승석의 평정심은 마치 얼음장 같았다. 완승에도 흥분하지 않았고, 다가오는 빅 매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팀을 위해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곽승석이 남은 시즌 동안 보여줄 활약은 또 어떨지 눈길이 간다.

사진_천안/김희수 기자, KOVO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