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준혁은 100%의 사나이였다. 심지어 겸손하기까지 했다.

우리카드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3-0(34-32, 25-18, 25-22)으로 꺾고 승점 3점을 챙겼다. 이번 시즌 셧아웃 승리가 단 한 번이었던 우리카드는 이번 경기를 통해 두 번째 셧아웃 승리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바로 박준혁이다. 박준혁은 이날 블로킹 2개‧서브 득점 2개 포함 9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무려 100%였다. 경기 내내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박준혁은 “승리해서 너무 기쁘다. 최근에 훈련할 때 선수들이 다들 힘들 텐데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봄배구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서 선수들이 ‘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 자체는 늘 똑같다. 그래서 매 경기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승리 소감과 최근 팀의 근황을 먼저 전했다.

박준혁은 이날 과감한 서브 공략을 선보였다.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리시브를 흔들다가도, 기습적인 연타 서브나 허를 찌르는 코스 공략으로 재미를 보기도 했다. 박준혁은 “감독님이 강한 서브를 원하신다. 단순히 세게 때리는 서브가 아니라 코스를 조절하거나 역방향으로 가는 까다로운 서브를 주문하시는 편이다. 이번 경기 같은 경우 서브가 의도한 대로 잘 들어간 편인 것 같다. 범실도 별로 안 나오는 날인 것 같아서 과감하게 서브를 구사했다”고 자신의 서브를 리뷰했다. 

박준혁은 V-리그에서 구력이 짧은 축에 속하는 대표적인 선수다. 농구를 해오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고, 올해가 배구를 시작한지 딱 10년 째가 되는 해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하다. 시즌 들어오기 직전에는 공격 쪽에 가장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하니 공격이 잘 안 풀려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태준이가 계속 믿고 올려줘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블로킹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은데, 사이드 블로커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나한테도 이득이 되는 것 같다”며 배구인 10년차의 소감을 밝혔다.

박준혁은 배구와 농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점프 스텝이 농구랑 다르다. 농구는 한 발로 점프한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농구에서처럼 날아다니는 점프를 해버릴 때가 있는 것 같다. 공격 때도 차이가 있다. 배구는 최고점에서 바로 쳐야 하는데, 농구는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슛을 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마침 우리카드에는 박준혁처럼 구력이 짧은 미들블로커가 한 명 있다. 바로 이번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서원진이다. 박준혁은 “(서)원진이가 훈련 때 공격을 진짜 기가 막히게 때린다. 나랑 (이)상현이랑 (박)진우 형이 원진이 공격을 잘 못 막는다. 원진이가 팀에서 쓰는 영어 이름은 따로 있는데도 시몬이라고 부를 정도다(웃음). 공격은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한다. 블로킹에서는 아직 프로 레벨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처지에서 노력하고 있는 후배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박준혁은 구력이 짧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한 마디를 전해달라는 부탁에 “내가 그런 선수들을 위로하거나 격려할 위치는 아직 아닌 것 같다”며 머쓱해하면서도 “그냥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키가 크거나 작다고, 구력이 길거나 짧다고 하고 싶은 걸 못하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끝으로 박준혁은 “6라운드에 처음 들어갈 때의 목표는 무조건 전승이었다. 한 경기를 지긴 했지만, 남은 세 경기는 꼭 다 이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공격 성공률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는 팀과 개인의 목표를 전했다. 그런 그에게 “오늘의 공격 성공률은 100%였다”고 알려주자 그는 “그건 태준이가 잘 올려줬고, 견제도 없어서 그렇다”며 겸손하게 화답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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