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정규리그 1위 확정 현대캐피탈 주역 우뚝 '처음이자 마지막 퍼즐'
- 남자프로배구 / 류한준 기자 / 2025-02-22 16:34:47
V-리그 외국인 선수 역사에서 가장 임펙트가 있던 선수는 누구일까.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로 선발하기 전 각 구단 자유선발 시기까지를 포함해서도 레오(쿠바)는 첫 손가락에 꼽히기 충분하다.
레오가 V-리그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2-13시즌이다. 러시아리그 파켈 소속이던 레오를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이 선택했다.
레오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러시아리그 오틴트소브로 떠난 가빈(캐나다)를 대신할 선수를 찾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케냐 출신으로 일본리그에서 뛰던 선수와 신 감독이 월드리그(현 VNL)를 통해 직접 기량을 확인한 튀니지 출신 선수 등을 알아봤지만 계약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당시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신분으로 삼성화재로 온 레오에 대해 "높이는 좋지만(레오는 신장 207㎝의 장신 아웃사이드 히터다) 너무 말랐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2012-13시즌 레오는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30경기(107세트)에 나와 867점 공격종합성공률 56.96%이라는 성적을 냈다. 삼성화재는 해당 시즌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라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레오는 우승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2013-14시즌 레오는 완전 이적 조건으로 삼성화재와 재계약했고 코트에서 보여준 기량은 여전했다. 그는 29경기(110세트)에 나와 1084점 공격성공률 58.57%를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해당 시즌에도 통합 우승했고 레오는 다시 한 번 그 중심에 자리했다. 2014-15시즌에는 시몬(쿠바)을 앞세운 OK금융그룹(현 OK저축은행)에 밀려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레오는 정규리그에서 34경기 (130세트) 출전 1282점 공격성공률 56.89%라는 변함없는 성적을 냈다.
레오는 V-리그에서 성공을 발판삼아 튀르키예(터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지랏 방카시 유니폼을 입고 2015-16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레오는 해외 리그에서는 활약도가 다소 떨어졌다. 그는 중국,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리그에서 뛰다 2021년 V-리그로 돌아왔다.
그는 트라이아웃에서 이은 드래프트에서 OK저축은행에 지명됐고 2020-21시즌 V-리그로 복귀했다. 삼성화재 시절보다 나이가 들었지만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레오는 여전했다.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지만 대한항공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레오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오기노 마시지 OK저축은행 감독은 레오와 재계약하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를 바꿨다.
레오는 V-리그에서 자신에게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화재로 돌아갈 확률이 컸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지명 순서를 정하는 구슬 추점에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희비가 교차했다. 예상보다 높은 2순위가 나온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앞서 레오 이름을 호명했다. 레오는 그렇게 삼성화재 시절 라이벌로 꼽히던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레오 합류 후 현대캐피탈은 '어우현'(어차피 우승은 현대캐피탈)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16연승으로 내달렸고 1라운드 후반 1위에 오른 뒤 그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레오도 이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1990년생으로 만 34세인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뛸 당시 20대 초반과 같은 체력과 파워, 스피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포함 7시즌을 V-리그에서 뛰고 있는 경험과 여전한 공격 결정력은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현 SBS스포츠 배구해설위원)이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인 2017-18시즌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 번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데 큰 힘이 됐다.
다수 해설위원과 배구인들은 만약 레오가 현대캐피탈에 없었다면 이번 시즌과 같은 압도적인 성적을 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정도로 '레오 효과'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역전승을 거두며 남아 있는 6라운드 경기 결과를 떠나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5라운드 팀의 마지막 경기에서 축포를 쏘아올렸고 레오는 이날 허수봉(28점)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22점으로 힘을 보탰다. 또한 후위 공격, 블로킹, 서브를 각각 3개씩 성공해 자신의 통산 14번째 트리플 크라운도 달성하며 소속팀 정규리그 1위 확정을 자축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26승 4패(승점76)가 됐고 V-리그 역대 최단 기간 1위를 확정한 팀도 됐다. 레오와 팀 동료 그리고 최 감독 뒤를 이어 팀을 맡고 있는 필립 블랑 감독은 봄배구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가장 최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건 2018-19시즌이다. 가장 최근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건 2022-23시즌으로 당시 대한항공에 시리즈 전적 3패로 무릎을 꿇었다. 또한 현대캐피탈은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달성 목표에도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2024년) 9월 열린 통영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정규리그 1위도 달성, 챔피언결정전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V-리그에서 남녀부 합쳐 트레블을 달성한 팀은 3팀으로 2009-10시즌 삼성화재, 2020-21시즌 GS칼텍스(여자부) 2022-23시즌 대한항공이다. 한편 레오와 재계약을 포기했던 OK저축은행은 6승 24패(승점24)로 최하위(7위)에 자리하고 있다.
글_류한준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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