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바 상대 5블로킹’ 천적으로 군림한 배유나 “내가 실바를, 반대는 명옥 언니가 막기로 했다”

여자프로배구 / 김천/김희수 / 2025-03-13 16: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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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나가 실바를 울렸다. 그 비결은 철저히 약속된 플레이였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는 명실상부 V-리그 여자부 최고의 거포다. 특유의 묵직한 공격은 알고도 막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서 GS칼텍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어떻게든 실바의 공격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 사력이 결실을 맺는 날에는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1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한국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가 열린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효과적인 블로킹으로 실바의 공격 성공률을 40% 밑으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면서 3-2(23-25, 25-21, 18-25, 25-22, 15-12) 승리를 거뒀다.

그 중심에 단연 배유나가 있었다. 이날 블로킹 6개 포함 20점을 올린 배유나는 실바를 상대로만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실바의 천적으로 나섰다. 공격 성공률도 60.87%로 높았고, 범실도 2개 밖에 없었다.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배유나였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배유나는 “비록 봄배구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다음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6연승에 그런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6연승을 달린 소감을 먼저 전했다. 


배유나의 말대로 한국도로공사는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말하면 전반기에는 크게 흔들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배유나는 “시즌 초중반에는 한 두 경기가 안 풀리면 그 안 좋은 리듬이 길어졌다. 베테랑들은 그 리듬을 빠르게 바꿀 줄 알아야 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나부터가 ‘안 된다’는 생각을 자꾸 한 것 같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휴식을 취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연습량도 끌어올렸다. 이 부분들이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전반기가 어려웠던 이유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소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봄배구가 좌절된 뒤에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아진 케이스다. 보통은 봄배구가 좌절되면 동력을 잃고 추락하기 마련이지만, 한국도로공사는 그렇지 않았다. 배유나는 “시즌 막바지에는 동기부여가 안 돼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경기 초반 리듬이 안 좋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경기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의욕이 살아나는 것 같다. 어떻게든 리듬을 살리는 요령들을 선수들 각자가 잘 찾아낸 것 같다”며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후 배유나와 이날 경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먼저 실바를 상대로 블로킹 5개를 잡아낸 것에 대해 배유나는 “사실 GS칼텍스는 최근에 실바 쪽 점유율을 최대한 컨트롤하면서 다양한 분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임)명옥 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래도 결국은 실바가 1옵션일 테니 나는 실바한테 무조건 붙고, 반대에서 원 블록이 열리면 명옥 언니가 수비로 막는 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블로킹 타이밍까지 잘 맞으면서 뜻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며 준비해온 블로킹 전술을 설명했다.

이날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배유나였다. 공격 점유율 14%-성공률 60%를 넘기면서 주력 공격 옵션으로 나섰다. “어제(11일) 연습 때부터 (김)다은이가 내 공격 점유율을 엄청 끌어올리더라. ‘대체 무슨 생각이지?’ 싶으면서도 좋긴 했다(웃음). 본 경기에서도 많은 공을 때려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를 했고(웃음),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며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 배유나와 한국도로공사는 단 두 경기의 원정경기만을 남겨뒀다. 배유나에게는 개인 목표도, 팀 목표도 존재한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7점만 더 올리면 역대 통산 4,500득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건 꼭 채우고 싶다. 또 마지막 경기가 정관장인데, 아직 이번 시즌에 한 번도 못 이겼다. 꼭 이기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밝혔다.

이날 배유나는 막을 때는 철벽, 공격할 때는 명검이었다. 남은 두 경기에서 배유나와 한국도로공사는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며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을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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