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보' 이우진의 슬기로운 이탈리아 생활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4-01-15 16:00:57
이탈리아로 떠난 지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탈리아 남자배구 1부리그 베로 발리 몬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럽리그를 밟은 이우진은 하루하루 이탈리아 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보내는 겨울부터 배구까지 여전히 신기한 게 다양하다. 이우진은 <더스파이크>를 통해 자신의 슬기로운 몬자 생활을 들려줬다.
“몬자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예요”
2023년 11월 15일, 이우진은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창 2023-2024 이탈리아 세리에 A1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합류한 이우진은 팀원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몬자에 녹아들고 있다.
이탈리아 생활이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이우진은 “가는 곳마다 너무 예쁘다. 내가 살고 있는 몬자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인 것 같다”고 풍경에 대해 감탄했을 뿐만 아니라 “팀에서 새로운 운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고 팀 생활도 덧붙였다.
합류 당시를 떠올리며 이우진은 “각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는 게 정말 기대되고 떨렸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팀원들이 잘 대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꾸준히 등번호로 1번을 달던 이우진은 몬자에서 새롭게 2번을 택했다. 이에 “연습복을 받으러 갔을 때 구단에서 먼저 2번을 제의해 줬다. 흔쾌히 한다고 해서 새로운 번호를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말을 맞이해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했다. “11월 말부터 도시가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집마다 트리가 하나씩 있고, 거리에도 크리스마스 장식들로 꾸며져서 너무 예뻤다”고 이야기했다. 팀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파티를 열었다. “선수들끼리 ‘시크릿 산타’라는 이름으로 마니또 게임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파티를 해봐서 새로웠을 뿐만 아니라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전했다.
“새로운 별명이 생겼어요!”
경기가 없는 날엔 주로 영어 공부를 하며 보낸다. “팀원들이 대부분 영어를 잘하더라. 그래서 나도 이탈리아어보다 영어를 매일 공부하고 있다”고 이유를 전했다. 가끔은 이탈리아 구경도 나선다. “몬자 시내를 구경하거나 근교를 가는데 최근에는 밀라노에 다녀왔다. 두오모 성당을 보고 왔는데, 규모도 굉장하고 멋져서 지금까지 가 본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몬자 선수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별명도 생겼다고. 이우진은 “선수들이 나를 ‘리’라고 부르는 것보다 ‘우진’으로 불러주는 게 좋아서 이름으로 불러 달라 했다. ‘우진’ 발음이 어려운지 ‘진’, ‘짐’으로 많이 불렸다. 그러다 스티븐 마어가 ‘짐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엔 모든 선수들이 나를 짐보라고 부르더라”고 웃으며 일화를 들려줬다.
“팀원 모두가 친절하고 착해서 이제는 친구처럼 다들 가까워졌다”고 이야기한 이우진은, 그중에서도 가깝게 지내는 선수로 타카하시 란과 세터 페타르 비시치를 꼽았다. 특히 타카하시와 옆집 이웃으로 지내면서 함께 차를 타고 훈련장에 가고, 최근에는 집에 초대해 밥도 함께 먹었다.
출국 전 이우진은 “타카하시를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건 무조건 다 따라 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같은 코트에서 뛰고 있는 타카하시를 보면서 “훈련할 때 하는 걸 계속 보려고 노력한다. 하이파이브도 잘해줘서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만남을 돌아본 이우진은 “유튜브로만 보던 선수가 나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줘서 깜짝 놀랐다.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타카하시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이우진은 “란도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영어를 하나도 못 해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타카하시가 ‘너도 그럴 것 같다. 지금 너의 마음이 어떨지 이해가 된다’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다음에 밀라노에 있는 한식점에 같이 가기로 했다”고 나눴던 이야기와 함께 고마움을 전했다.
2024년 목표
“꼭 경기에 출전해보고 싶습니다”
몬자 경기가 있을 때마다 동행하면서 이탈리아 리그를 눈에 담고 있다. 이우진은 “원정 경기 당시 홈 팬들의 응원이 엄청났다. 경기도 지루할 틈 없이 빠른 템포로 진행돼 너무 재밌었다”고 직접 본 소감을 밝혔다. 또한 “경기를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나도 다음번에는 저렇게 해봐야지’ 하면서 생각을 키우고, 실제 훈련에서도 접목하니깐 배구부터 훈련까지 점점 즐거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인턴십 계약으로 정규 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지만, 세계 정상으로 평가받는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실력도 성장하고 있다. 이우진은 “정말 수준이 높다는 걸 느꼈다. 공격이 정말 세게 들어와서 놀랐고, 그 공격을 잘 받아내는 수비까지 모두가 잘한다”고 수준 높은 이탈리아 배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스파이크 서브가 굉장히 강해서 거의 받지 못했다. 이제는 적응돼서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리시브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2024년, 자신의 20살을 이탈리아에서 맞이했다. 이우진은 “이탈리아보단 한국에서 성인을 만끽하고 싶다. 특히 한국에 가서 친구들끼리 펜션도 가고, 여행명소도 많이 놀러 다니고 싶다”고 희망 사항을 들려줬다.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목표도 들려줬다. “다음 시즌에는 꼭 경기에 들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전한 이우진은 나날이 성장 중이다.
글_김하림 기자
사진_베로발리몬자, 선수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