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터 최초의 길을 걷는 염혜선 “이제 우승 하나만 남았다”
- 매거진 / 이보미 / 2025-05-05 15:41:33
아픈 무릎을 끌고 코트에 나섰다. 극심한 통증에도 이 악물고 버텼다. 덕분에 ‘대전의 봄’은 길었다. 정관장의 ‘캡틴’ 염혜선의 이야기다. 도쿄올림픽 4강 세터로 감동을 선사했던 염혜선은 2024-25시즌 V-리그 정관장 세터로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켰다.
봄배구 앞두고 불어닥친 시련
1년 전 정관장은 7년 만에 봄배구 진출을 이뤘다. 정규리그 3위 기록, 플레이오프에서는 흥국생명을 만났지만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2024-25시즌에도 ‘대전의 봄’이 찾아왔다. 정규리그 막판 현대건설과 치열한 2위 싸움 끝에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봄배구를 앞두고 2025년 2월 줄부상에 울었다. 먼저 아포짓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전향한 반야 부키리치가 2월 22일 발목을 다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바로 다음 경기가 열린 2월 26일 GS칼텍스전에서는 주전 미들블로커 박은진까지 발목 부상을 당했다. 부키리치와 박은진은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3월 25일까지 치료와 재활에 집중해야만 했다.
중요한 봄배구를 앞두고 주전 선수 2명이 쓰러졌다. 당시 팀 상황이나 분위기는 어땠나.
감독님이 늘 ‘신의 뜻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셨다. 부키리치와 은진이 모두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이 아니지 않았나. 다들 두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 또 이 선수들과 합을 맞춰왔지만 다른 선수들도 더 많이 노력하고 연습을 해왔다. 들어와도 충분히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를 신인 (전)다빈이도 보여줬다. 그러면서 선수들끼리 이겨내는 힘이 좋아진 것 같다.
그 때부터였나. 봄배구 내내 정관장의 팀워크가 빛났다.
(정)호영이도 그러더라. 우리 팀은 어디 가서도 팀워크 하나는 자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팀워크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난 주장으로서 쓴소리도 해야 했는데 후배들이 잘 받아줬다. 서로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13년 만의 챔프전 진출도 자신 있었나.
‘올라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끝내야 하냐고 생각했다. 다들 불안감보다는 연습을 많이 했으니 일찍 끝내고 싶지 않다는 독기가 있었다. 선수들도 지고 싶지 않다는 눈빛이 보였다. 무엇보다 은진이와 부키가 뛰어준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경기를 뛰어준 자체만으로도 고마움이 컸다.
‘캡틴’ 염혜선도 쓰러졌다
이 악물고 버틴 이유는?
정관장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3월 25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발목을 다쳤던 부키리치와 박은진은 선발로 출전하며 복귀를 알렸다. 완전체로 봄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1차전 2세트 5-5 이후 정관장이 중간 랠리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잠시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 염혜선이 절뚝거리면서 벤치로 향했다. 오른 무릎 바로 아래 테이핑을 한 부위에 추가로 테이핑을 받았다. 통증을 호소한 염혜선 역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결장했다. 허리 쪽 근육 손상을 입은 주전 리베로 노란도 2차전에는 휴식을 취해야 했다. 3차전에 다시 복귀한 염혜선은 그렇게 챔피언결정전 1~5차전까지 코트에 남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 때 갑작스러운 통증이 찾아왔는데.
정규리그 1라운드 때 같은 부위 통증이 있었다. 진통제도 맞고, 무릎에 있는 물을 빼고 해서 괜찮았다. 6라운드 후반에 연습하는 과정에서 느낌이 오긴 했었다. 피로도가 쌓여서 그런가 생각했다. 무릎이 붓기 시작했는데 걷는 데 지장은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플레이오프 1차전 때 갑자기 통증이 올라왔다. 그 당시 답답하고 속상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왜 지금 아프지?’ 생각했다.
팀 내 부상자가 속출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나섰나.
(노)란이가 그러더라. 고생이 고생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정말 선수들 고생 많이 했다. 하지만 이를 알아주는 것은 성적이다. 그래서 보답을 꼭 받고 싶었다. 또 아픈 것으로 핑계 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든 뛰고 싶었다. 몸의 중심을 왼쪽으로 해서라도 뛰고, 어떻게든 그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끝내더라도 코트에서 끝내자는 각오였다.
언더토스로 공을 올려야할 정도로 코트 위 움직임이 쉽지 않았는데, 동료들이 도와주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코트에서 못 움직이다보니 선수들 누구하나 빠짐없이 더 도와주려고 했다. 부키는 리시브 잘해서 내 움직임을 최소화해주겠다고 했고, 메가도 득점 더 많이 내서 언니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해주겠다고 했다. (박)은진, (정)호영, (표)승주, 란이 모두 내가 최대한 뛰어다니지 않게끔 연결, 준비를 다 해주겠다고 말해줬다. 이 말들이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이러한 것들이 잘 어우러졌던 것 같다.
현재 무릎 상태는.
4월 28일 무릎 수술을 받기로 했다. 오른 무릎 연골 쪽 손상이다. 구멍을 내서 연골 주면을 정리하는 정도의 수술이 될 것 같다. 올림픽 때 손가락 수술은 받아봤는데 무릎 수술은 처음이다. 그래도 이 나이까지 안 아픈 것은 잘 관리한 거 아니겠나. 감독님도 워낙 부상 관련해서는 예민하게 준비를 잘해주셨다. 그래서 안 다치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수술은 배구를 더 오래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염혜선 두 번 울린
2012년 4월 8일과 2025년 4월 8일
1991년생 염혜선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 경험도 있다. 2010-11, 2015-16시즌 현대건설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이후 염혜선은 2017년 FA 신분으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고, 2019년에는 트레이드로 정관장에 정착했다. 정관장에서만 6시즌을 보낸 셈이다. 정관장은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13년 전 정관장이 우승 축포를 터뜨리는 순간 염혜선도 반대 코트에 있었다. 2012년 4월 8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당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소속의 외국인 선수 몬타뇨에게 당하면서 현대건설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25년 4월 8일에는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섰지만, 챔피언결정전 5차전 혈투 끝에 흥국생명에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대전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 4차전에서 모두 이겼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나.
1, 2차전 인천 원정에서 ‘팬분들 응원에 힘입어 흥국생명이 이겼습니다’라는 멘트를 듣고 우리 홈팬들이 생각났다. 대전에서는 홈팬들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전에 갔을 때 흥국생명의 핑크색 우승 통천이 내려오지 않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또 대전 현장에서 우승 세팅을 하는 것을 보고 싫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다행히 경기력으로 증명을 했다.
3, 4차전에서의 홈팬들 함성소리는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와닿았을 것 같은데.
선수들과 함께 악으로, 깡으로 뛰는 느낌이었다. 응원이 너무 좋았다. 솔직히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의 지원도 분명 힘이 됐지만, 팬분들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응원의 힘이 없었으면 잘 버틸 수 있었을까 싶다. 팬들한테 고맙다.
다시 인천 원정으로 가는 5차전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나.
일단 3차전을 승리로 마친 뒤 기분이 좋았지만, 4차전이 있었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이 마음 그대로 갔으면 했다. 그렇게 4차전도 이겼다. 이 기세가 그대로 인천에서도 이어질 것 같았는데 안되더라. 연경 언니는 연경 언니다.
5차전 5세트 13-14로 시간을 돌려보겠다.
그 시간으로 돌리기 싫다(웃음)!
아직도 그 순간 기억이 생생할 듯한데.
마지막에 점수를 안 봤다. 원래 경기할 때 안 보는 편이다. 불안해질까봐 그렇다. 그 때는 수비 맞고 나가는 공을 보고 있는데 그 시선에 따라 점수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반대쪽에서는 환호가 들렸고, 멍해졌다. 1점을 내지 못해서 끝났다. 그리고 서럽게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데,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왔던 것 같다(웃음).
말 그대로 펑펑 울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사실 라커룸에 가서도 더 울었다. 혼자 진정된 뒤에는 팀원들과 얘기를 나누는데 또 울었다. 울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메가와 부키리치도 같이 울더라. ‘너네 덕분에 온 거다, 고마웠다’로 얘기했다. 국내 선수들도 아픈데 따라와줘서 고마웠다. 이제 잊고 쉬자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슬픔의 눈물은 아니었다. 아쉬움이 컸다. 긴 시즌을 끌고 왔는데 오늘이 끝인가 하는 묘함도 있었던 것 같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면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모두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눈물을 쏟아내고 나니 미련은 없었다. 어떻게 그 이상을 할 수 있었겠나. 그 아쉬운 마음이 컸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5년 4월 8일 하루는 어떻게 마무리했나.
그날 납회식이 있었다. 경기 시간이 저녁 7시였고, 경기도 늦게 끝났다. 납회식 장소에 가서 앉았는데 박은진, 안예림, 이지수와 같은 테이블이었다. 팀 내에서 주량이 센 선수들이 모인 것이었다. 나만 기절해서 끌려갔다(웃음).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2012년 4월 8일 당시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렸다. 그 당시에는 몬타뇨에게 당했는데.
2011-12시즌 내가 현대건설에 있을 때였다. 지금 챔피언결정전은 2일에 한 번씩 경기가 열린다. 그 때는 2일 연속 경기 후 2일 휴식으로 진행됐다. 1차전 때는 몬타뇨가 다 했다. 그러다보니 2차전 때는 체력적 부침을 보이면서 우리가 이겼다. 그렇게 짝수 경기에서 우리가 이겼다(웃음). 4차전이 끝나고 이틀 휴식 후에 5차전에 들어갔다.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몬타뇨가 날아다니더라. 잡을 수가 없었다.
도쿄올림픽 4강 기적처럼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 정관장
챔피언결정전 중 정관장 고희진 감독은 염혜선을 두고 “도쿄올림픽 4강 세터가 맞다”며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도쿄올림픽 4강 기적처럼 정관장은 2024-25시즌 봄배구에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년간 아시아쿼터 선수로 함께 한 메가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고희진 감독이 봄배구 내내 선수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님 덕분에 할 수 있었다. 믿음을 주셨고, 보답하고 싶었다. 감독님, 코치님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도 든다. 선수들의 본능을 깨워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도쿄올림픽과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비교한다면.
그 마음은 비슷했던 것 같다. 이번 챔프전도 도쿄올림픽만큼 재밌었다. 도쿄올림픽 마지막 경기였던 세르비아와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일단 밀어붙여보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이번 챔프전에서는 조금은 달랐다. 아무래도 주장이다보니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올림픽 때는 언니들한테 피해가지 않게만 하자고 했다면, 이번에는 우리 다같이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또 역대급 챔프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안에 내가 있었다는 것도 영광이다. 물론 도쿄올림픽 때 언니들이랑 뛸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영광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완벽한 조연이었던 것 같다(웃음). (준우승에 그쳤지만 역대급 챔프전을 만든 정관장에도 박수가 쏟아졌는데?) 좋게 봐주시더라. 준우승을 했는데도 우승 못지 않게 축하해주시고 잘했다고 해주셨다. 그럼에도 다음에는 꼭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
지난 2년간 ‘메가 파워’도 대단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메가와 잘 안 맞았을 때는 외국인 선수 아포짓보다는 파워 면에서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맞춰가면서 보니깐 힘도 엄청 좋고, 점프도 점프인데 타점이 좋더라. 그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아시아쿼터 선수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우리는 작년에도 그렇고 외국인 선수 2명과 함께 하는 것 같았다. 지아, 부키도 모두 잘했다. 그래서 세터 입장에서는 편하게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이제 메가는 한국을 떠났다. 그동안 같이 쌓은 추억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맞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놀러갈 계획이다. 메가도 항상 내 칭찬을 많이 해줬다.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였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농담도 주고받았다. 메가가 먼저 ‘백C 메가 없어 없어’ 이러더라. 그래서 나도 ‘타임차 너 없어’ 이랬더니, ‘아 맞다 없어...’라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시간차(타임차) 개념이 없었는데 파고 들어와서 때리는 공격을 해왔었다.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있다.
메가 출국 현장에서 고희진 감독의 오열 영상도 화제였다.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그만큼 대단하지 않았나. 아시아쿼터 선수인데 외국인 선수만큼 활약을 보여줬다. 고마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오열 영상은 ‘박제’다. 그런데 부키리치 갈 때는 안 우시더라(웃음).
마지막으로 메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뜨리마까시. 인도네시아어로 고맙다는 말이다. 이 말 한 마디면 될 것 같다(웃음).
‘베스트7’ 염혜선
“30주년 베스트7 도전하겠다”
염혜선은 2008-09시즌 신인선수상 수상자다. 2010-11시즌부터 4시즌 연속 세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4-15시즌부터 베스트7 세터상으로 개편된 뒤로는 처음으로 베스트7에 선정됐다. 현대건설 김다인의 4년 연속 수상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세터로서 여자부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염혜선은 2024-25시즌 도중 16,000개 세트 성공을 달성했다. 여자부 역대 1호다. 염혜선이 걷는 길이 곧 역사로 남을 예정이다. 2025년 V-리그 시상식에서는 리그 20주년을 맞이해 20주년 베스트7 시상도 진행됐다. 현재 한국도로공사 코치를 맡고 있는 이효희 코치가 세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염혜선의 목표는 30주년 베스트7이다.
베스트7 선정은 처음인데.
2013-14시즌까지 세터상을 받았었고, 베스트7은 처음이다. 개편된 뒤로 나랑 상이 안 맞는 줄 알았다(웃음). 이강주 코치님이 작년에 각자 올 시즌 목표를 얘기해달라고 하셨다. 나중에 보니 각자 라커 자리에 그 목표를 A4에 작성해서 붙여놓으셨더라. 세터상 받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뤄져서 기분이 좋았다. 내년에는 팀원들과 같이 시상식에서 행복한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
이번 시상식을 보고 30주년 베스트7 욕심도 날법한데.
안 그래도 (이)다현이가 옆에서 ‘50주년이면 언니 몇 살이야?’라고 묻더라. 그래서 64세라고 했더니, 그래도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일단 10년 뒤만 보자는 얘기를 했었다. 10년 뒤에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한다.
세터로서 세트 기록도 중요해보인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세트가 기록으로 남을 텐데 일단 2만 세트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무릎 수술도 더 오래하려고 관리하는 것이다(웃음). 솔직히 2만 5000개까지는 기록하지 않을까 싶다. 3만개까지 한다면 40주년 베스트7 상을 받을 것 같다(웃음). 어떤 기록이든 언젠가는 깨질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오래해야할 것 같다.
또 초대 영플레이어상으로 모교 후배인 세터 김다은이 선정된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모교 후배가 영플레이어상도 받고 잘하고 있다. 목포여상 선생님이 뿌듯해하실 것 같다. 다은이도 나한테 ‘언니 따라갈 거에요’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아직 멀었다고 말해줬다. 그런데 금방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래해야할 것 같다.
후배 김다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아직 어리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배구를 오래하기 위해서는 배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으로 생활할 때도 한 두 번 더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충분히 실력은 증명된 선수다. 그리고 아플 것 같지 않다. 같이 고기도 먹었는데 너무 잘 먹더라. 일단 건강하게 오래오래 할 것 같다(웃음).
2024-25시즌은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년에 현대건설-흥국생명 챔프전할 때 보러 갔었는데 정관장 팬들이 있더라. 우리가 흥국생명과 플레이오프에서 이기면 수원에 가게 되니 팬들이 미리 예매를 해놨었다고 하더라. 정관장은 없지만 배구 보러가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그 때 팬들에게 내년에는 우리가 저기 있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서 좋았다.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시즌이었다. 이제 우승 하나만 남았다. 또 도전할 것이다.
세터 염혜선의 최종 목표는.
언니들이 한 명씩 은퇴를 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 내가 최고 연차가 될 수도 있다. 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오래하고 싶고, 체력 운동도 열심히 한다. 몸 관리를 철저히 잘해서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 오래오래 뛰다가 아쉬움이 없을 때 코트를 떠나고 싶다.
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차기 시즌을 기다릴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번에는 가장 길게 배구를 했다. 그만큼 작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서 다행이다. 아쉬움도 있지만 감동을 준 시즌이 됐을 듯하다. 나도 기쁘다. 올해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면 내년에는 팬들과 부둥켜 안으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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