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꿈나무 95개팀 열전 마무리, 유소년 배구 시스템 정착 위해 한 걸음 더!
- 아마배구 / 이보미 / 2023-09-03 15:38:42
2023 홍천 전국 유소년 클럽배구대회가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부 대전 도솔초, 여자부 경주 황남초의 우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대회는 지난 29일부터 강원도 홍천군 일대에서 개최됐다. 중학교 남자부와 여자부, 초등학교 중학년 남녀 혼성,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뉘어 각축전이 펼쳐졌다.
3일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부, 여자부 결승전이 열렸다. 도솔초와 황남초가 마지막에 웃었다.
도솔초는 조별예선 F조에서도 전주 기린초와 서울 상지초를 모두 세트 스코어 2-0으로 꺾고 토너먼트에 올랐다. 조 추첨 행운도 따랐다. 12강을 거치지 않고 8강 토너먼트로 직행했고, 광주 어등초마저 2-0으로 제압하고 4강에 안착했다. 대전 회덕초를 상대로도 2-0 승리를 거두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 상대는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유소년 클럽팀이었다. 3일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면서 대회 5경기 무실세트 연승 행진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도솔초는 2022년 8월과 12월에 열린 각각 홍천대회와 김천 KOVO컵 유소년배구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열렸던 2019 김천대회 우승컵도 도솔초의 몫이었다. 결국 도솔초가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부 4개 대회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며 포효했다.
배홍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유소년 클럽팀은 직접 홍천을 방문한 문성민과 최민호, 박상하, 이시우, 홍동선의 응원을 받으며 분전했지만 도솔초의 기세를 꺾지는 못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부는 지난 1일부터 예선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황남초의 의지는 남달랐다. 1일 모든 경기 일정이 끝난 뒤 따로 팀 훈련을 소화하기도 했다. 지도자의 만류에도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다. 결국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황남초 역시 조별예선 D조에서 의정부 KB손해보험, 대구 강림초를 제압한 뒤 12강, 8강에서 안산 신길초, 대전 회덕초를 누르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진주 금성초를 꺾고 결승에 오른 황남초는 다시 강림초와 마지막 승부를 펼쳤고, 3세트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접전 끝에 황남초가 웃었다. 2022년 홍천대회 우승에 이어 올해도 홍천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지난 30일 중학교 남자부, 여자부 결승에서는 각각 공주 경천중, 순천 페퍼저축은행이 우승을 차지했다. 1일 초등학교 중학년(혼성)에서는 대구 수성초가 서울 이츠발리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유소년 클럽배구대회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먼저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유소년 배구교실을 운영했다. 초등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유소년 배구 지도자들이 학교 정규 체육 시간에 배구 수업을 진행해왔고, 학교 내 클럽팀도 만들어 대회 참가까지 이어지고 있다.
KOVO는 유소년 배구교실로 인해 5가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배구 수업을 통한 인성교육, 아이들의 체력 증진 및 건강한 신체 성장 도모, 구단 연고지역 어린이·학부모·학교 관계자 배구 팬 확보, 배구 영재 조기 발굴 및 육성, 배구인 및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다.
이는 점진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작년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KOVO 유소년 배구교실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 서가은이 2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 지명을 받았고, 지난 6월에는 2023-24시즌 현대건설 1차 선수 등록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7년부터는 KOVO의 운영학교만이 아니라 그 외 학교 클럽팀, 구단 클럽팀, 외부 클럽팀까지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올해 홍천대회에서는 역대 최다 규모인 95개 팀이 참가하기도 했다. 유소년 클럽배구 현장에서는 배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하고 있다. 정해진 팀 정원 이상의 지원자들이 발생하면서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실시할 정도다.
프로배구 남자, 여자부 총 14개 팀도 유소년 배구 클럽팀을 운영 중이다. 이번 대회에는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대한항공, 삼성화재, OK금융그룹, KB손해보험과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 페퍼저축은행, 흥국생명 유소년 배구 클럽팀이 출격했다. 현대캐피탈은 연고지 천안뿐만 아니라 춘천(중학교 남자), 부산(중학교 여자)팀을 포함해 총 8개 팀으로 나뉘어 대회에 참가했고, 페퍼저축은행은 광주, 순천팀이 코트 위에 올랐다. KB손해보험도 2개 팀이 대회를 치렀다.
유소년 배구교실 또는 클럽팀을 통해 배구에 흥미를 갖기 시작해 엘리트 배구 선수로 성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의 미들블로커 김민재는 인천 부평동중 스포츠클럽을 통해 배구를 접했고, 인하사대부고를 거쳐 2021년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올해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홍천군체육회도 중등여자배구클럽팀에 이어 고등여자배구클럽팀까지 창단했고, 올해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도 홍수지는 홍천군체육회 소속으로 프로 무대 문을 두드린다.
유소년 클럽팀을 비롯해 초·중·고 학교팀은 한국 배구의 풀뿌리다. 하지만 최근 선수 수급 문제와 함께 존폐 기로에 놓여있는 학교팀들이 나오고 있다. KOVO와 각 구단에서는 클럽팀 운영으로 풀뿌리 다지기를 먼저 시작한 상황이다. 이제 클럽 배구와 엘리트 배구의 상생을 통해 그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 그래야 V-리그의 미래가 밝아진다. 아시아 내에서도 변방으로 밀린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유소년 배구 시스템 정착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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