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실패한 시즌이었을까…젊은 피 성장 거둔 한국전력 "포기하지 않았다"

여자프로배구 / 수원/송현일 기자 / 2025-03-16 15: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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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올 시즌 최종 순위는 뒤에서 두 번째인 6위다. 아쉬운 성적표지만 딱히 손가락질을 하는 이는 없다. 이들이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칠전팔기의 정신을 보여줘서다.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우승 후보로 꼽혔다. 개막 후 패배 없이 5연승을 질주하는 등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페이스였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이 같은 기세는 개막 5연승 직후 5연패에 빠지며 금세 꺾였다. 외국인 주포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가 1라운드 후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마테우스 크라우척이 시즌 중간 엘리안의 교체 선수로 합류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마테우스마저 4라운드 막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졸지에 한국전력은 신인 공격수 윤하준까지 투입하는 등 그야말로 가용 전력을 총동원해 잔여 시즌을 치러야 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부상 악재에 한국전력은 결국 지금의 순위까지 내려앉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경기에선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무너뜨리기도 했다. 올 시즌 전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한국전력에 엘리안이 끝까지 남아 있었다면 남자부 순위표는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엔 실패했지만 빈손으로 시즌을 마치는 것만은 아니다. 윤하준, 구교혁, 김주영 등 저연차 선수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프로 5년 차 아포짓 스파이커 김동영의 재발견도 있었다. 다음 시즌을 구상하는 데 있어 분명 큰 수확이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또한 비슷한 생각이다. 1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현대캐피탈과 최종전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즌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외국인 선수의 부상으로 아쉬움이 많았다. 본인들이 다치려 한 건 아니지만 엘리안과 마테우스가 다치는 탓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다른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게 끌고가는 게 가장 힘들었다. 국내 선수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걸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감독 말을 잘 따라줬다. 성적으로만 보면 실패지만 외국인 선수 없이 포기하지 않고 잘해줬다. 젊은 선수들이 연습한 만큼 경기장에서 성장하는 걸 보는 게 감독으로서 보람 찼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여러 감정이 든다"고 돌아봤다.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도 함께 전했다. 그는 "(하)승우도 제대하고 리베로 (안)지원이도 돌아온다. 전력이 더 좋아질 거다. 함께할 외국인 선수도 미리 알아보고 있다. 전술도 중요하지만 3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느낀 게 팀 워크와 케미가 가장 중요하다. 올해 역시 그런 게 나름대로 잘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을 집중력으로 신경 쓸 것"이라며 "외국인 선수만 잘 뽑으면 올해보다 (성적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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