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플레이어상, 다은이 다음엔 제가 받아야죠"
- 여자프로배구 / 송현일 기자 / 2025-03-10 14:57:09
이주아(19·GS칼텍스)의 시대가 머지 않은 듯하다.
고교 선수가 성인 대표팀에 뽑히는 건 종목과 성별을 막론하고 흔치 않은 일이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난들, 애초 그런 이들만 모여 있는 게 A대표팀이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배구 천재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주아는 지난해 여자 배구에 혜성 같이 나타났다. 목포여상 3학년 신분으로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아직 프로 입단도 안 한 새싹이, 언니들 사이에 껴 당당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것이다.
이주아는 그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전체 1순위의 영광은 고교 동기 김다은(한국도로공사)에게 내줬지만, 특히나 아웃사이드 히터 두께가 얇은 GS칼텍스로 향했다는 점에서 빠른 데뷔가 예상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주아의 첫 시즌에는 다소간의 부침이 따랐다. 부상자가 많았던 팀 사정상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에게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았지만,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격력은 원래 좋았다"는 이영택 감독의 말마따나 공격 상황에선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리시브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해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서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랬는데, 지난 7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선 또 달랐다. 공격 성공률 50.00%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2득점을 올렸을 뿐 아니라 리시브 효율을 34.62%까지 끌어올렸다. 팀의 3연승을 이끌며 반쪽짜리 공격수라는 평가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이런 이주아를 지켜본 이영택 감독도 "(이주아가) 생각보다 리시브도 잘 버텼고 공격력은 원래 좋은 선수다. 교체로 들어가 자기 역할을 잘해 줬다. 계속 이렇게 성장하다 보면 더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이 될 것"이라며 "아직 시즌 중이지만 (이)주아와 (최)유림이가 야간 운동까지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처음 입단했을 때보다 많이 성장한 게 사실"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에게 축하 물 세례를 받은 뒤 흠뻑 젖은 채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주아는 "오늘(7일)은 2세트부터 스타팅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잔 범실이 많아 아쉬웠다. 하지만 언니들이 많이 도와 주고 자신 있게 하라고 옆에서 말해 줘 리듬을 찾을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에 와일러 대신 뛰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공격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상대 수비에 걸리고 리시브 범실이 많아지면서 한동안 자신감이 없었다. 최근엔 연습 때부터 계속 리시브가 잘 돼 공격 면에서도 좀 더 리듬을 찾고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이주아는 경기 중 전보다 눈에 띄게 생각이 많아진 모습이다. 강점인 스파이크 강타만 고집하기보다는 코스를 노리는 연타 공격을 곁들이려는 시도가 엿보이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찬스 볼을 놓치는 일이 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게 때 이른 성장통이 찾아온 것이다.
이주아는 "시즌 중간에 실바가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는 (공격 상황에서) 지금보다 더 자신감이 넘쳤다. 상대가 나에 대한 분석이 안 돼 있을 걸 예상해 뭐든 세게 때렸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지금은 상대도 나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 끝났을 거고, 반대로 나도 상대 분석을 많이 해 랠리 도중 생각이 조금 많아졌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주아는 "최대한 여러 각도로 때릴 수 있게 연습하고 있다. 팀 훈련 때는 레프트뿐 아니라 라이트로도 훈련하는데, 양쪽을 다 해보는 건 좋은 경험인 것 같다"며 "다양한 타법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약점인 리시브에 대한 개선 의지도 뚜렷하다. 이주아는 "리시브 훈련을 되게 자주하고 있다. 훈련 때만큼 실전에서 보여 주고 싶은데, 실전에선 정작 연습 때보다 잘 안 돼 조금 아쉽다"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리시브가 안 된단 평가가 있어서 프로 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리시브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계속 연습하고 있는데 하루 이틀 쉬면 또 불안해지더라. 비시즌에도 계속 리시브 연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 여자부 초대 영플레이상 경쟁은 김다은의 일강 체제가 일찌감치 굳어졌다. 이에 대해 이주아는 "처음에는 (김)다은이을 많이 부러워하면서 경쟁심을 느겼는데, 지금은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은이는 고등학교 동기라 질투보다는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다른 학교 사람에게 밀렸으면 아마 많이 분했을 것 같다(웃음). 다은이와는 고등학생 때도 친했고, 지금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 번은 다은이가 했으니 다음엔 내가 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되면 모교인 목포여상에서도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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