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신인 1호 데뷔' 이재현 “첫 수입이요? 부모님께 드리고 싶어요!”

남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11-07 14: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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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출전 기회를 얻은 신인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삼성화재 이재현이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2023-2024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이날 드래프트에 참가한 42명의 선수 중 구단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20명이었다. 취업률은 47.6%로, 역대 최저 수치였다. 프로 무대 입성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드래프트는 그야말로 프로 무대에 입성하기 위한 최초의 관문일 뿐이다. 실제로 코트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고교-대학과는 아예 다른 레벨에서 펼치는 경쟁을 처음 겪어보는 신인 선수들은 적응에 애를 먹곤 한다. 실제로 드래프트 직후 대부분의 감독들은 신인 선수 활용 계획에 대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런데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뒤 이틀 만에 실전을 소화한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삼성화재 이재현이다. 중부대학교 출신의 세터인 이재현은 2라운드 7순위로 삼성화재의 부름을 받았다.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전적이 있는 노재욱과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호건의 뒤를 이을 세터로 낙점된 것.

그리고 1일,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1라운드 경기에서 이재현은 남자부 신인 선수 중 가장 먼저 V-리그의 코트에 나섰다. 1세트 21-17에서 손태훈을 대신해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선 이재현은 날카로운 왼손 서브를 범실 없이 구사했다. 비록 한국민의 속공이 터지면서 연속 서브를 구사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장점을 드러낸 무난한 데뷔전이었다. 김상우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재현이 대담한 서브를 구사했다”며 칭찬을 건넸다. 이재현은 다음 경기였던 5일 한국전력전에서도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 홈 팬들과도 첫 만남을 가졌다.

2023-2024시즌 남자부 1호 데뷔 신인의 영광을 안은 이재현은 6일 <더스파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신인 선수들 중 가장 먼저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영광이다. 웜업존에서 내가 들어갈 걸 미리 알고 있었던 형들이 편하게, 자신 있게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자신 있게 들어갔고, 서브를 잘 때리고 나오니까 형들이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며 데뷔 당시를 돌아봤다. 


이재현의 서브는 구속도 빠르고, 상대 입장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휘는 궤적을 그리는 탓에 리시버들에게 상당히 껄끄러운 서브다. 이재현은 “제가 왼손잡이고, 러닝 스파이크 서브를 치기 때문에 리시버들에게는 받기 좀 까다로울 수 있다. 볼 미팅이 조금 달라서 약간 밀리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며 자신의 서브가 날카롭게 들어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프로에서의 첫 주를 보낸 이재현의 소감도 궁금했다. “삼성화재가 워낙 훈련이 힘들다고 알고 있어서 걱정도 조금 됐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이재현은 “하지만 이전부터 어차피 프로에 간다면 훈련을 많이 하고 열심히 하는 팀으로 가고 싶어서 삼성화재에 들어가고 싶었다. 실제로 함께 하니 정말 좋았다”며 씩씩한 소감을 전했다.

새내기 이재현의 눈에 들어온 삼성화재의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먼저 김상우 감독에 대해 이재현은 “감독님은 쉴 때와 운동할 때를 명확하게 구분하시는 분이다. 또 제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잘 알려주시고, 운동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신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포지션 선배인 노재욱과 이호건에 대해서는 “대학 때도 형들은 패스를 정말 잘 올린다고 느꼈는데, 입단하고 나서 보니 공을 뿌리는 속도나 공 밑을 찾아가는 노련함이 대단했다. 옆에서 열심히 보고 배우는 중”이라며 함께하게 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행히 삼성화재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이재현에게 어색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익숙한 사람들도 있다. “(신)장호 형, (박)성진이 형, (김)우진이 형, (안)지원이 형 등은 대학 때부터 경기장에서 자주 만났었다. 특히 장호 형은 학교 선배라서 경기가 아닐 때도 몇 번 뵌 적이 있었다”고 밝힌 이재현은 “지금은 이 선수들 말고도 모든 선수들과 다 잘 어울리고 있다”며 삼성화재에 연착륙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프로 선수로서의 첫 수입이 생기면 어디에 쓰고 싶냐는 질문에 이재현은 “부모님한테 거의 다 드리고 싶다. 또 중부대학교에서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에게도 간식을 쏘고 싶다”는 풋풋하면서도 의젓한 대답을 들려줬다. 선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설 때는 내 강점을 잘 살리고 싶다. 또 원 포인트 서버가 아닌 세터로서 한 경기라도 나서보는 것도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삼성화재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는 당찬 대답을 내놨다.

이재현은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 팀의 모든 구성원들은 1라운드에 1위를 달성했듯이, 남은 라운드에서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이런 저희를 팬 여러분들이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만큼 저희도 좋은 기운을 선물해드리겠다”며 팬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단 이틀 만에 프로 무대 입성이라는 꿈을 이룬 이재현이지만, 자신의 새로운 꿈들을 이룰 때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팬들에게 그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꽤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힘들지만은 않을 일일 것 같다.

사진_삼성화재 블루팡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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