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노재욱이 맞이한 다섯 번째 팀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8-09 14: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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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는 2019년 신년호 표지 모델로 노재욱을 만났다. 그 당시 본인의 프로 네 번째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을 때였다. 그가 잠시 군 복무를 위해 코트를 떠났다 돌아온 지금, 또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만났다. 어느덧 다섯 번째 프로팀으로 옮긴 후 오랜만에 <더스파이크>와 만난 노재욱. 유니폼은 달라졌지만 노재욱의 말처럼 배구를 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노재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년 만에 코트로 돌아온 노재욱
“제가 돌아왔습니다”


Q. 오랜만에 <더스파이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3년 만에 사진 촬영과 함께 인터뷰를 나누는데 어떠신가요.
2년 동안 배구를 안 하고 생활했던 것만큼 되게 어색합니다. 카메라는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항상 힘들고 민망하죠. 그리고 조금 덥네요(웃음).

Q. 전역 이후 다시 한번 더 유니폼을 갈아입으셨습니다. 다섯 번째 팀으로 이적했을 때 어땠나요.
매번 팀을 옮길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배구를 하는 건 변하지 않잖아요. 제가 갑자기 농구를 하는 게 아니니 하는 종목은 똑같고, 팀 스타일이나 선수들이 달라진 것뿐이에요. 그래도 그때마다 팀 컬러에 맞춰야 한다는 게 힘들긴 하죠.

Q. 이번에는 다시 만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우리카드에 있을 때 10연승을 이끌었던 황경민, 하현용, 이상욱 선수를 삼성화재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똑같아요. 대신 팀이 바뀐 만큼 삼성화재의 문화에 맞게 새롭게 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기 전, 우리카드에 함께 있을 때를 돌아보면 어떨까요.
제가 잘했나요. 선수들이 다 잘해준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죠. 혼자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형들이 잘 이끌어줬고, 저는 따라가는 입장이었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Q. 동료들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성균관대 시절 이후 오랜만에 김상우 감독님과 사제 지간으로 만났습니다. 딱 재회했을 때 어땠나요.
그냥 웃었어요. 또 만났다고 인사드리기 위해 연락드려서 축하한다고 말씀드렸죠.

Q. 대학교에서 만난 감독님과 프로에서 만난 감독님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대학교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때도 비슷하셨던 것 같아요. 항상 맞는 말만 하셔서 제가 감독님을 잘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죠.

Q. 김상우 감독님이 앞서 인터뷰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노재욱 선수를 꼽았습니다.
봤는데 해명할 게 있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내용 중에 제가 대학교 때 100kg라고 하셨는데 그땐 90kg였습니다. 진짜로요. 군 전역할 땐 100kg였지만, 그때는 아니었어요.

Q. 그러고 대학교 때 이어 다시 한번 체중 감량을 했는데 목표는 다 달성하셨나요.
목표치 다 달성했습니다. (원래 잘 찌는 체질이신가 봐요.) 맞아요. 원래 잘 찌는 체질이에요.

 

“달라진 부분이요?
체중이 달라졌죠”


Q. 사회복무요원 시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업무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도시공사에서 덤프트럭 과속, 과적 단속했어요. 그러다 이사를 해서 수원에서 주차장 단속을 했습니다.

Q. 배구가 아닌 새로운 일을 한 건데 어땠나요.
정말 간단했어요,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거라 약간 힘든 건 있었지만 나머지는 다 괜찮았어요. 아침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사회인 생활을 했죠. 근데 코로나19 때문에 운동하는 건 어려웠어요. 제가 복무하는 동안 코로나19가 되게 심했어요. 그래서 헬스장을 가야 하는데 못 가서 힘들었어요. 팀에 오더라도 혼자 와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마땅히 할 공간이 없더라고요.

Q. 사회복무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본인 스스로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체중이 달라졌죠(웃음). 운동을 못해서 지방과 체중이 늘어간 게 후회스럽죠. 쉬는 동안에도 몸을 잘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 많죠.

Q. 2년간의 공백기는 어땠나요.
부상도 부상이지만 배구를 쉬는 동안 실력이 많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체력이 떨어지듯이요. 전에 형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땐 안 믿었어요.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니까 힘들고 형들의 말은 확실히 맞더라고요. 선배들은 선배들이다라고 느꼈어요.

Q. 소집 해제 이후 삼성화재로 이적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았는데 어땠나요.
휴가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어요. 마지막에 휴가를 몰아서 다 쓰고 복귀하기 전에 팀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죠. 그땐 몸이 진짜 안 돼서 저 스스로 한심했어요. 단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내기 위해, 그리고 팀에서 한자리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죠.

Q. 3월 5일, 대한항공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그때 당시를 돌아보면 어떤가요.
정신없었어요. 코트에 들어가서 제가 할 몫만 하자고 하고 들어갔는데 많이 정신 없더라고요. 그냥 배구가 안 돼서 힘들었죠. (감독님한테 선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죠. 저에게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 죄송합니다라고 할 순 없잖아요(웃음).

 


‘요리왕 노부기’
배구 선수 안 했으면
요리사 했을 거예요.


Q. 취미 궁금합니다!
공익 하는 동안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칼자루 모음이나 중식칼도 모았어요.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어요. (집에 친구들 초대해서 요리도 하시나요.) 그건 싫어요. 제가 치워야 하잖아요. 먹을 거 사 놓고 치워야 하니 그건 힘들어서 제가 먹을 것만 만들고 먹어요.

Q. 최애 음식과 못 먹는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 잘 먹고요. 비린 음식은 잘 못 먹어요. 홍어는 진짜 못 먹겠더라고요. 도전해봤지만 많이 힘들었습니다.

Q. 만약 배구 선수를 안 했더라면 지금쯤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실 것 같으세요?
요리사요. 어릴 때부터 요리를 많이 좋아했어요. 요리 영상도 많이 찾아봐서 요리사를 하지 않았을까요.

Q. 본인 의지가 아닌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습니다. 네 번의 트레이드 어땠나요.
트레이드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팀에서 저를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원했기에 트레이들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었으면 은퇴를 했을지도 모르죠. 계속 기회가 주어졌으니 저도 배구 선수를 하고 있고, 아니었으면 저도 포기하고 그냥 다른 일 찾아봤지 않았을까요. 기회를 살 순 없잖아요. 또 얻기 위해 더 노력해야죠.

Q. 많은 공격수와 호흡을 맞춰봤는데, 제일 호흡이 좋았던 선수는 누구였나요.
저는 오레올이요. 워낙 잘하는 선수였잖아요. 그때는 잘한다고 생각 못 했는데 제가 대충 공을 올려줘도 잘 때려줬어요. 상대 블로커들이 막아내지도 못했죠. 근데 오레올 말고도 외국인 선수들은 다 잘했던 것 같아요.

Q. 오레올이 다시 V-리그에 돌아왔습니다. 네트를 마주 봐야 하는데 어떠실까요.
‘어떻게 막지’라는 생각이 앞서네요(웃음). 그래도 막아야죠. 경기장에서 보면 인사하고 좋게 지내겠지만 경기할 땐 이기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저니맨이였기에
우승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30대에 올라선 만큼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것 같은 데 있나요.
어릴 때는 우스갯소리로 군대가 도피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젠 그것도 없고, 또 언제 은퇴할지 모르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최선을 다하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거에 만큼 노력하고 부응하려고 있어요.

Q. 연차가 많이 쌓였습니다. 그만큼 달라진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후배들이 많아진 만큼 제 자리를 지켜야 하기 위해 해야 할 게 많죠. 또 중간에 자리한 만큼 중간에서 해야 할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Q. 저니맨이라는 수식어를 들으면 어떤가요.
별생각 없어요(웃음).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우승을 못 해보는 선수도 많은 데 저는 경험을 해봤잖아요. 저니맨이였기에 우승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세터가 느끼는 세터 포지션의 매력은 뭘까요.
상대편을 속일 수 있는 세트 플레이를 했을 때죠. 제가 원했던 대로 상대 블로커가 다른 쪽으로 가고 우리 공격수에겐 노마크로 공격을 때릴 수 있게 만들어줬을 때 제일 희열을 느껴요.

Q. 혹시라도 배구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그려보자면 어떤 장면일까요.

저 배구 오래 하고 싶어요(웃음). 아직 생각은 안 해봤지만, 선수 생활을 끝낸 뒤엔 지도자를 한 번쯤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근데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Q. KOVO컵을 시작으로 시즌 초읽기에 들어갑니다. KOVO컵에서 어떤 활약 하고 싶을까요.
어떻게 보면 삼성화재로서 정식적으로 인사를 드리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항상 제가 해왔던 배구가 있고,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배구가 있잖아요. 그걸 보여드려야겠죠. 즐겁게 배구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전역하고 다시 코트로 복귀했습니다. 팬분들이 좀 더 많은 응원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를 비롯해 삼성화재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 배승열 기자, 박혜성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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