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배구의 겨울나기 ① - 경기대, 충남대
- 매거진 / 이가현 / 2022-12-19 14:05:25
어느덧 찬 바람이 겨울을 알리고 있다. 뜨거웠던 2022년 대학 배구의 시즌은 이미 막을 내렸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겨울나기 속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바라는 새로운 봄은 어떨까. 여전히 훈련장의 코트에서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는 그들을 <더스파이크>가 찾아갔다.
코트 위 에너자이저는 우리, 경기대다!
경기대는 2022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성대회 준우승으로 정상이 가까운 듯 보였지만 이후 고지에 오르진 못했다. 누구보다 아쉬웠던 건 선수들이었을 터. 이에 전종녕은 “세트를 이기고 있거나 점수를 앞서갈 때 더 분위기를 살리는 고성대회 이후 많이 부족했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나 경기대는 지난 시즌 확실하게 팀 특성을 드러냈다. 누구보다 파이팅이 좋고 코트 안을 활발히 누비는 많은 선수들이 많았다. 선수들의 에너지는 코트 밖 관중들에게 전해졌고, 팬들은 뜨거운 찬사와 응원으로 화답했다.
경기대는 2022~2023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배상진, 안지원, 배민서, 이준협 등 지원한 4명의 선수를 모두 프로팀에 보냈다. 이번 겨울 이들 4명의 공백을 어떤 식으로건 메꿔야 한다.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고자 하는 경기대에서 주장 전종녕과 세터 최원빈을 만났다.
최원빈은 “많이 떨리고 설렌다. <더스파이크> 인터뷰를 하니 진짜 배구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전하며 여느 대학생 같은 모습이었다. 최원빈은 지난 시즌까지 원포인트 서버로 코트를 밟았다. 흐름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강한 서브를 가졌다. 고성대회에서 세트당 0.14개의 서브 성공, 무안대회에 세트당 0.23개의 서브로 강력한 한 방을 선사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서브.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 그에게 서브는 강력한 무기다. 원포인트 서버로 ‘게임 체인저’역할을 했는데 부담은 없었냐는 물음에 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제는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교체하면서 어디로 서브 칠지 생각하고 엔드라인에서 딱 7걸음 되는 부분에서 서브를 준비한다. 양쪽 신발 끈을 묶는 강도를 똑같이 묶어야 해서 두 세 번 다시 묶곤 한다. 말하고 보니 루틴이 많은 것 같다”라며 멋쩍게 웃음 지었다.
3학년이 된 그는 이제 주전 세터로서 팀을 진두지휘 한다. 최원빈은 “연습량이 정말 많아졌다. 전에는 서브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면 현재는 공격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합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훈련 상황을 전했다.
장점과 내년 각오를 묻는 물음에 그는 “서브랑 백토스에 자신 있다. 블로킹이나 수비 부분을 더 강화하고 싶다. 2023 시즌 우리 선수들끼리 잘 뭉쳐서 지난 시즌보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많은 응원을 바란다”라며 내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3년 경기대의 주장을 맡은 전종녕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조금은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전종녕 “아직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 지 별로 안됐다. 확실하게 기량을 끌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감은 잡혔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주전 선수가 대거 프로에 입단한 만큼 코트 위 많은 선수 변화가 예고 되는 경기대. 전종녕은 “많이 빠졌다. 훈련할 때 조금 허전하다. 그러나 (최)원빈이랑 (김)건희로 바꿔서 훈련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어색하거나 걱정되는 부분은 없다”라며 경기력에 단호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코트 안과 밖에서 누구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경기대의 세레모니를 기대하는 팬들도 생겼다. 주장으로서 전종녕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운동할 때 분위기가 죽지 않게 하자고 많이 말한다. 재미있게 해야 하고픈 욕구도 생긴다. 나 역시 팀원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고 서로 믿기에 이 부분만 강조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을 위해 경기력에선 보완할 부분도 있었다. 전종녕은 “우리가 앞서면 안도하는 게 있다. 이기고 있을 때 분위기를 더 살리고, 파이팅하면서 팀을 끌어올리는 힘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더 파이팅을 크게 외치는 팀이 되겠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들의 인터뷰 속 화목한 분위기와 똘똘뭉친 그들만의 끈끈함을 엿 볼 수 있었다. 새로운 봄을 위해 열심히 씨앗을 키우고 있는 그들이 이번 여름 어떤 열매를 맺을지 지켜보자.
단단해져가는 충남대! 내년을 기대해라!
충남대는 이번 시즌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출발은 아쉬웠지만, 시즌의 끝자락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2023년을 향한 기대가 더욱 커진 팀은 어떻게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이기범 감독은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선수들의 의욕이 넘치는데 그 의욕을 실력으로 바꾸기 위해 훈련 중이다”라고 했다. 이어 “비시즌이기 때문에 기초 체력 강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훈련 상황도 설명했다.
비록 마무리는 좋았지만, 시즌 초반엔 불안한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이 감독은 “리그 첫 시작이 인하대와의 경기였다. 코로나19 이후 관중 입장이 처음 허용되고 경기장에 팬들이 많다 보니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그는 “첫 경기를 크게 지다 보니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전반기에 많이 헤맸다”며 지난 일을 아쉬워했다.
이기범 감독이 원하는 충남대는 어떤 팀일까. “경기도 중요하지만, 배구 인생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훈련에는 집중하되 학교생활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성취감을 많이 얻다 보면 자연스레 경기력도 올라오고 승리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2시즌 경기 때 이 감독은 코트 안의 선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는 “선수들에게 경기 전에 각자의 세부 목표를 정해준다. 경기를 통해 성장을 확인하고 선수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며 결과보단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부하는 지도자답게 이 감독은 내년을 위해 다른 노력도 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도 분명히 중요하다. 선수들이 스포츠 과학과 전공이어서 수업 때 배운 부분을 운동에 접목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이론으로 배운 것들을 실전 경기에서 활용하도록 강조하고 있다”며 다른 부분에서의 발전도 힘줘 말했다. 이기범 감독은 “올해 잘된 부분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과정을 중시하면서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확실히 발전된 충남대를 보여드리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2023년 충남대 주장 임성하
<더스파이크>와 첫 인터뷰입니다.
솔직히 얼떨떨하기도 했고 떨리기도 해요. 지금도요.(웃음)
주장으로서 본 팀은 어떤가요.
전력 변화가 거의 없다 보니까 기존 선수들끼리 더 잘 맞고, 친구같이 서로 편해진 팀이 된 것 같아요. 눈치 안 보고 서로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팀이요.
내년에 더욱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을까요.
모두 다 잘해줘야죠. 그래도 장아성과 유정우가 특히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성이는 원래 잘하는 선수니까 더 좋아지면 좋을 것 같고 정우는 부상으로 실력을 많이 못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진짜 다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충남대는 어떤 팀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경기를 하다보면 잘 안되고 힘든 날도 분명히 있거든요. 우리 팀은 어떤 상황에도 최선을 다해요. 지더라도 우리 것은 꼭 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기회를 만들고, 우리만의 힘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글. 이가현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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