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의 챔피언 노리는 현대캐피탈
- 매거진 / 이보미 / 2025-04-01 15:00:41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 직행한 원동력은?
류한준 레오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수 있던 상황. 그리고 허수봉의 변함 없는 활약. 여기에 최민호와 함께 미들블로커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정태준의 기량은 확실하게 늘었다. 리베로 박경민의 존재도 정규리그 1위 원동력이다. 서브가 좋은 신펑도 100% 만족할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 선택한 아시아쿼터(AQ) 선수가 됐다.
이보미 처음부터 팀 구성이 탄탄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 OH였던 전광인이 교체멤버가 됐을 정도다. 레오-신펑과 함께 높이를 높였고, OH 허수봉은 더 단단해졌다. 리시브가 흔들리더라도 공격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서브와 블로킹을 무기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김희수 첫째는 부상 관리였다. 주전 선수들 중 장기 부상을 당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이로 인해 선수단 운용을 블랑 감독의 뜻대로 할 수 있었고, 무난하게 시즌을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확실한 팀 컬러다. 리시브와 수비가 불안하더라도 서브와 공격력으로 상대 역시 같은 조건을 만든 뒤 블로킹 시스템으로 우위를 점하는 배구가 통했다.
송현일 레오와 허수봉. 현대캐피탈의 이번 시즌 리시브 효율(7위)과 공격 성공률(1위) 사이의 간극이 이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이 둘은 시즌 내내 일단 공이 자신에게 올라오기만 하면 확실하게 책임져 주는 면모를 보였다. 어느 팀이든 믿는 구석이 있으면 경기가 술술 풀리기 마련이다. 현대캐피탈은 두 명이나 있다. 공격력만 놓고 보면 역대급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격·블로킹·서브 1위, 현대캐피탈의 닥공은 챔프전에서도 나올까?
한준 블랑 감독이 챔프전이라고 해서 변칙적인 선발라인업 변경이나 교체 카드 등을 꺼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팀 컬러를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챔프전에서도 화끈한 공격 배구를 선보일 것으로 본다. 대한항공이든, KB손해보험이든 서브 공략이 키 포인트라는 걸 블랑 감독도 잘 알고 있다.
보미 블랑 감독은 리그 전반기가 끝난 뒤 허수봉과 레오의 위치를 바꿔 공격력을 끌어 올렸다. 그 역시 정규리그 막판 “무엇을 보완한다기보다는 우리가 해야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동시에 블랑 감독은 챔프전까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팀 내 공격 비중 33.29%의 레오, 27.09%의 허수봉의 컨디션 관리에 집중했다면 또다시 그 위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희수 배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기고 있고 잘하고 있는 팀은 억지로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즌 내내 성공적으로 유지해온 팀 컬러를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바꿀 이유가 없다. 오히려 그 수위가 더 세질 수도 있다.
현일 와이낫이다. 보통의 팀들은 리시브가 흔들리면 경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애초에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화력을 극대화하는 팀이다. 닥공 자체가 현대캐피탈의 전술이자 전략인 만큼 공격력이 나오냐 안 나오냐의 문제가 팀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캐피탈이 갑자기 레오나 허수봉 대신 전광인을 투입해 리시브 안정화를 꾀하진 않을 듯하다. 오히려 세 명을 동시에 투입하는 선택지는 고려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이 갖고 있는 챔프전 리스크는?
한준 레오와 허수봉이 시도한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막히거나 유효블로킹으로 연결되고 또한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올 경우 사이드 아웃을 돌리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한자리에서 연속 실점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전광인을 제외하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교체 카드가 부족해보인다.
보미 세터 황승빈이 팀을 이적하자마자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새로운 팀, 새로운 공격수들과 함께 하면서 경기 운영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 경기도 있었다. 챔프전에서는 그가 그린 그림대로 전개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또 미들블로커 한 자리다. 경험을 쌓고 있는 정태준, 김진영, 신인 손찬홍이 최민호 짝꿍으로 나서고 있다. 강심장으로 코트에서 버틸 수 있을까.
희수 의외로 레오다. 워낙 클래스와 이름값이 있는 선수기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 레오는 지난 시즌에 비해 공격 성공률과 효율, 세트당 서브 득점 수치가 모두 하락했다. 오히려 공격 점유율은 내려가는 바람에 체력적으로는 보다 수월했던 시즌이지만 이 기록이 나온 것. 레오는 1990년생이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하락세가 가파르게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현일 리스크라기보단 징크스를 얘기해 주고 싶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정규리그 1위 5회, 챔프전 우승 4회에 빛난다. 하지만 통합우승은 2005~2006시즌 한 번뿐이다. 나머지 세 개의 우승 트로피는 정규리그 2위 자격으로 가져왔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 징크스를 깰지 무척 궁금하다.
현대캐피탈의 키플레이어는 누구?
한준 레오와 허수봉. 두 선수가 쌍포 노릇을 해줘야한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잘 통하지 않는다면 앞서 언급한 전광인 또는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 경우 신펑도 교체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레오와 허수봉이 정규리그 1, 2라운드에서 보여준 기량을 챔프전에서도 보여주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
보미 세터 황승빈. 챔프전에서는 단 하나의 터치만으로도 희비가 엇갈린다. 황승빈이 순간적으로 내리는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 공격 비중이 높은 레오-허수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희수 박경민. 팀의 공격적인 라인업 특성상 발생하는 리시브와 수비에서의 구멍을 시즌 내내 잘 틀어막아 왔다. 그러나 챔프전에서는 분명 그 구멍을 공략하려는 상대의 시도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더 날카로워질 공략에도 박경민이 견고하게 버텨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현일 에이스인 레오와 허수봉. 지금의 현대캐피탈은 이 두 명을 위해 완전하게 맞춰진 팀이다. 리시브 범위부터 모든 게 레오와 허수봉 위주다. 이런 상황에서 레오와 허수봉이 기대만큼 터지지 않으면 현대캐피탈로선 굉장히 곤란하다. 핵심은 결국 왼쪽이다. 현대캐피탈의 아웃사이드 히터 일변도가 챔프전마저 가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 편집부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