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배구의 겨울나기 ② - 성균관대, 경희대
- 매거진 / 이가현 / 2023-01-19 13:30:58
어느덧 찬 바람이 겨울을 알리고 있다. 뜨거웠던 2022년 대학배구의 시즌은 이미 막을 내렸다.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겨울나기 속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바라는 새로운 봄은 어떨까. 여전히 훈련장의 코트에서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는 그들을 <더스파이크>가 찾아갔다.
성균관대
성균관대는 지난 시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동연 감독이 새롭게 성균관대를 지도하면서 두 번의 준우승을 이뤄냈다. 부임 첫 해 신 감독은 성균관대를 어떻게 봤을까.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우리가 준우승만 두 번 했는데 선수층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하대가 우리보다 더 잘했다.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이 많고 서브가 강했다”며 지난 시즌을 복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높이가 좋은 팀이다. 반면 서브 범실이 많고 서브 리시브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 중이다”라고 전했다.
신동연 감독이 만들고 싶은 성균관대는 어떤 팀일까.
“강약 조절을 잘하는 팀이면 좋겠다. 아직은 강하게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화려하고 멋진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강하게, 약하게 공을 잘 다루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이 잘 된다면 모든 선수의 눈이 커지고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면서 팀의 감독이자 동문인 배구 선배로서의 바람을 드러냈다.
훈련과 경기에만 몰두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학생이자 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신 감독은 “학생으로서 꼭 필요한 강의도 듣다 보니 훈련량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그 훈련 시간에는 집중했으면 좋겠다. 훈련 시간에 몰두해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선수들에게 과정에서의 집중력을 요구했다.
성균관대는 2022년 12월 16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사실상의 해외 전지 훈련이다. 일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기본기를 다지고 코트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과 더불어 코트 위에서 소통을 강조하는 신동연 감독은 “코트 안에서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리베로나 세터가 코트 안에서 말을 많이 하고 대화를 주도한다면 소통이 더 잘되고,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감독은 특히 주전 세터이자 주장인 김태원에게 많은 애정을 보였다. “(김)태원이 지난 시즌 (박)현빈과 경쟁하면서 조금은 주눅이 들었던 것 같다. 현재 개인 훈련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 노력한 부분을 이번 시즌 코트 안에서 다 보여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태원이는 배구 센스가 좋다. 그러나 아직은 코트 위에서 자신 없는 모습이 보인다. 범실을 하면 스스로 자책한다. 범실은 당연히 생길 수 있으니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세터가 주눅이 들면 팀 분위기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장이자 선참으로써 팀을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팀의 에이스이자 큰 형의 역할을 기대했다. 신동연 감독은 “(김)태원이 소통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강압적이지 않고 후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들었다. 그런 부분은 고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주전 세터가 바뀐 성균관대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한층 강해진 모습을 위해 준비 중이다.
신동연 감독이 김태원에게 전하는 말
“서브가 좋고 세트 플레이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마지막 시즌인 만큼 코트에서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학년 때와는 또 다른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태원(S, 4학년)
Q.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인터뷰를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에 있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Q. 4학년으로써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훈련할 때 마음가짐이 가장 많이 바뀌었어요. 주장으로써 팀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더십도 생겼다면 생긴 것 같습니다(웃음). 내가 먼저 열심히 하니까 동기랑 후배들도 잘 따라와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헌신하게 되었달까요. 그리고 패스 폼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훈련할 때 패스는 어땠는지, 어떤 부분을 지적받았는지, 고쳐야 할 부분 등을 매일 일기로 쓰고 있어요. 자기 전에 쓰다 보니 하루도 돌아보게 되고 어떤 부분이 나아지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와서 좋더라고요. 덕분에 훈련 때도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의 장점을 자랑한다면.
사람들과 관계가 좋다고 생각해요. 친한 사람도 많고 사교성이 좋은 것 같습니다. 내 입으로 말하니까 좀 부끄럽네요(웃음). 배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누구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은 꼭 해내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그리고 후배들은 좀 힘들 수도 있는데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이라 주변은 항상 깨끗해야 합니다. 배구 선수로서는 패스에서의 실수를 금방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 영상을 찾아보고 잘 된점, 문제점 등을 생각하고 분석합니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Q. ‘신동연’ 감독은 어떤 감독인가요?
감독님은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세요. 우리랑 장난도 많이 치시고 운동할 때도 세밀하게 알려주십니다. 요즘 시대에 딱 맞는 감독님이 아닐까요(웃음). 그러나 원칙에서 어긋나면 누구보다 엄해지시는 것 같아요. 훈련 때도 진지하게 함께 하시고 하나하나 정확히 짚어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김태원에게 신동연 감독이란? - ‘아빠’
선수 개개인을 잘 챙겨주시고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원하는 것도 잘 들어주시고 가족같은 분위기예요. 단 혼낼 때는 확실하게 문제를 짚어서 혼내주시니까 아빠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경희대
경희대는 2021년 9월 28일 벌어졌던 2021-2022 KOVO 남자 신인드래프트에서 4명의 선수를 프로팀에 보냈다. 주전 세터 신승훈을 비롯해 미들블로커 이수민, 리베로 김영준, 아웃사이드 히터 김인균이 동시에 팀을 떠났다. 코트를 채우던 주전 4명이 빠져나간 빈자리는 컸다. 2022시즌 내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유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줄 고학년 선수들도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이들을 대신해 4명의 신입생이 코트를 밟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팀이 순탄할 수는 없었다. 4월 27일 선승관에서 열린 2022 대학배구 U-리그 조선대와의 경기에서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새로 구성된 선수들이 3개월간의 합을 맞추고 대회에 참가했기에 다른 팀과 비교해 조직력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반면 소득도 있었다. 신입생다운 패기가 넘쳤다. 코트 위를 누비며 누구보다 크게 포효했고 웜업존에서도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전국대학배구 고성, 무안대회에서 팀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김찬호 감독은 “지난 시즌 주전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면서 2022년에는 1학년 선수 중심으로 운영했다. 2023시즌을 대비해 경기 감각이나 실전 능력 등은 물론이고 경기 중 팀워크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시즌을 돌아봤다. 이어 “대부분 선수가 저학년이다 보니 아직은 대학 배구에 대한 적응이 완벽하지 않았다. 이번 비시즌에 개인의 기량을 성장시킨다면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2023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김 감독은 “서브나 블로킹 등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팀이 잘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하나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래서 팀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1월 이후 전지 훈련도 예정하고 있다. 김찬호 감독은 평소의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코트 안에서 활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감독의 바람에 화답하듯 훈련 중 코트 밖에서 크게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을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찬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을까.
“배구 선수이기 이전에 아직 학생이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만들어진다. 그러나 생활이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미래를 위한 설계를 도와줄 수 있는 감독이자 인생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경험한 것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을 듣는 순간 선수들에게 배구를 떠나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조력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정민(OH, 2학년)
Q. 첫 <더스파이크> 인터뷰인데 소감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보기만 했는데, 어느덧 경희대학교 선수가 되어 인터뷰하는 날이 왔다는 게 새롭고 신기합니다.
Q. 대학생으로 첫 생활은 어떻게 보냈는지.
그동안의 학교생활과 대학 생활은 많이 달라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Q. 2022년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수비 부분이 제일 아쉬웠어요. 좀 더 잘 받아주고 버텼으면 팀이 조금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은 경기 전에 계속 자질구레한 부상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 기량을 온전히 다 보여주지 못했어요. 2023시즌에는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감독님이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수비를 많이 강조하세요.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안정적인 리시브로 버텨준다면 팀의 경기 운영도 조금 더 원활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브도 안정적이면서도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강조하셨던 게 남습니다.
마윤서(OH, 2학년)
Q. 고등학교 때와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일단 시설이 달라졌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장소가 있어서 개인에게 맞는 운동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어요. 덕분에 힘이 많이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Q. 경희대에서 1년을 보냈는데.
대학에 입학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만, 팀원들이랑 재미있게 즐기면서 배구를 하고 있으니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4강 진출이 목표입니다.
Q. 앞으로 더 키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직은 공격할 때 힘이 완전히 실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힘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그 부분을 제일 강조하세요. 그리고 공격수로서 수비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정민에게 김찬호 감독이란? -‘아버지’
무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우리를 생각하시고 챙겨주시기 때문입니다.
마윤서에게 김찬호 감독이란? - ‘선생님’
배구 감독님이시기도 하지만 인생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선생님 같습니다.
글_이가현 기자
사진_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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